갑자기 616 지구에 떨어진 두 토니 스타크는 어벤져스 사이 화젯거리가 되었다.
아무리 요리조리보아도 잘나긴 더럽게 잘나 재수 없는 스타크와 달리 쪼꼬미 하거나 호구 인상을 주는 토니와 앤서니의 모습에 어벤져스 멤버들이 술렁였다. 스파이더맨은 자신보다 조그마한 토니의 키를 가지고 놀리다 죽빵을 맞았고, 쉬 헐크는 앤서니에게 물을 줬다가 그에게 고맙다는 소리를!! 들어 기겁하였다.
반면에 토니와 앤서니는 호감과 호기심을 가지고 슬슬 찔러보는 어벤져스 멤버들 때문에 찜찜한 기분을 가져야만 했다. 상대적으로 연약해 보이는 두 토니에게 함부로 손을 못 대는 어벤져스 멤버들의 손이 조심스러운 것이 몹시도 기분을 더럽게 만들었다. 전부 하나같이 우락부락 투성이에 정상적이지 않아 보이는 녀석들이 자신들을 도리어 동물원 원숭이 보듯 신기해하니 그것 참 아이러니가 따로 없었다. 토니는 털을 곤두세우며 다가오는 족족 할퀴려들었고, 앤서니는 최대한 안 그런 척 하면서도 스타크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특히나 오해를 푼 토르가 강제로 그들을 끌고 날아온 점에 대하여 사과하려 다가올 때는 정말 둘 다 기겁하여 비명까지 질러대어 토르의 가슴에 삼천 원을 적립시킬 정도였다.
199999 지구에 떨어졌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관심의 표현에 두 토니는 눈에 띄게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보다 못한 로저스가 중재에 나섰다. 로저스가 대놓고 중재에 나서고 나자 어벤져스 멤버들도 처음에 비해 그 기세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두 토니가 이 세계로 넘어오게 된 자초지경을 들은 스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번엔 아스가르드의 마법으로 넘어온 격이로군.”
토니와 앤서니는 너나 할 거 없이 자신들 세계의 토르에 대해 뒷담화를 늘어놓았다. 망할 데미갓. 맨날 창문 깨먹거나 벽을 부셔 먹던 걸로도 모자라 이젠 이런 사고를 치기나 한다고 떠들어대자 다른 어벤져스 멤버들이 슬쩍 토르와 방금 전 깨진 창문을 흘겨보았다. 뻔뻔하게 시선들을 마주하며 토르가 헛기침을 했다.
스파이더맨이 두 토니 사이에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저기, 저기. 그쪽 세계에서도 두 토니 전부 아이언맨인거예요? 아머는 어디 있어요? 거기도 스파이더맨 있어요? 여기랑 거기랑 많이 달라요?”
“잠깐 얘도 어벤져스야?”
토니가 스파이더맨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묻자 스타크가 짧게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스파이더맨이 허리에 손을 얹고 엣헴! 하는 꼴을 보며 토니가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얼마 전부터 뉴욕을 싸돌아 댕기는 거미 녀석이 있다고 쉴드 녀석들이 찾아다니더니만 결국 이 녀석도 어벤져스가 되는 거였네.”
다른 세계의 스파이더맨 이야기에 스파이더맨이 흥분하여 두 손을 흔들었다.
“거기 세계의 나는 어때요? 잘생겼어요? 강해요? 쿨해요? 거기도 웹 슈터 쓸 줄 알아요? 아, 직접 만난 본 적 없는 거면 모를라나? 그래도 한번쯤 다른 세계의 내 무용담 들어봤을 텐데 주로 어떤 것들이 있었어요?”
“스파이더맨.”
속사포로 쏟아내는 스파이더맨의 질문에 로저스가 눈치를 주었다. 제법 엄한 그 눈빛에 스파이더맨이 깨깽하고 뒤로 물러섰다. 아까도 그랬지만 순식간에 어벤져스의 군기를 잡는 로저스의 모습에 토니와 앤서니는 새삼 신기해하였다. 스타크가 자신의 스케줄들을 조정하며 말을 걸었다.
“어쨌든 너희 둘 다 당장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줄게. 그때처럼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기다리면…”
“음….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굳이 바로 돌아갈 필요가 있나?”
“나도 그냥 이렇게 헤어지기는 좀 아쉬운 거 같은데….”
슬쩍 토니가 볼을 긁적이며 망설이자 앤서니도 소심하게 따라 동의했다. 스타크가 눈을 가늘게 뜨고 두 토니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이 무언가 찔리는 게 있는지 앤서니는 대놓고 피하려했고, 토니는 고개는 돌리지 않되 시선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무언가 숨기는 듯 한 둘의 태도에 스타크가 대놓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때 또 다시 눈치 없게 스파이더맨이 끼어들었다.
“어? 그 반지 커플링이에요? 그쪽 토니 애인있어요?”
“어…? 아니, 이건….”
앤서니는 스파이더맨이 가리킨 자신의 약지 손가락의 반지를 보고 당황하여 땀을 삐질 흘렸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앤서니는 얼굴을 붉히며 들릴 듯 말 듯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다행히 이곳에 모여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초인적인 청각을 자랑하는 이들답게 그 말을 놓치는 이는 없었다.
“결혼반지인데….”
“결혼??!”
토니가 팔꿈치로 부끄러워하는 앤서니의 옆구리를 찔렀다.
“뭐야, 대체 언제 결혼한 거야? 너무하잖아. 결혼식에 우리도 초대해주지 않고. 진짜 섭섭하게시리.”
“다른 차원까지 청첩장을 보낼 수 없는 노릇이잖아. 그리고 나도 좀 급하게 결혼한 거라 보낼 정신도 없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다며 토니가 툴툴거리자 스타크도 앤서니의 반지를 보며 서운하다고 한 마디를 거들었다. 앤서니의 얼굴이 새빨개졌다.옆에서 스파이더맨이 너무도 엄청난 충격적 발언에 호들갑을 떨었다.
“잠깐, 잠깐. 보스가 결혼했다고요? 누구랑요? 대체 누구랑 보스가 결혼한 건데요?”
다른 어벤져스 멤버들도 스파이더맨을 따라 난리를 치며 물어왔지만 세 토니는 여유롭게 자기들끼리 잡담을 떨어대었다.
“넌 아직 안했어?”
“음…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그래도 막상 이렇게 앤서니가 결혼했단 걸 보니 좀 부럽다싶긴 하네. 결혼한지는 얼마나 됐어? 원래 세계로 돌아가자마자 바로 한 거야?”
“아니. 한 1년 전 쯤에 한 거야. 하도 하고 싶다고 고집을 부려서 결혼식까지 모두 올렸어.”
“그쪽은 결단력이나 행동력 하나는 진짜 1등급이네.”
“그것과 반대로 너흰 아직도 반지하나 못 맞춘 거야?”
“무슨 서운한 말씀을! 잃어버릴까봐 직접 끼고 다니지는 않아도 이렇게 엄연히 목걸이로 걸고 다닌다고.”
토니가 옷 안에 숨겨둔 목걸이를 꺼내 보이자 앤서니와 다르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반지가 목걸이에 걸린 채 예쁘게 반짝였다.
결국 참다못한 울버린이 끼어들었다.
“거기 토니도 애인이 있는 건가? 설마 평행 동일인물?”
토니와 앤서니는 힐끔 스타크의 눈치를 살폈다. 스타크가 상관없다는 듯 무표정하게 그들에게 허락을 해주자 두 토니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벤져스 멤버들은 이제 혼란에 초토화상태가 되었다. 스파이더맨은 엄청난 핵폭탄 급 충격에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았다. 호기심이 미쳐 폭발할 지경이었다.
“누군지 말해주면 안돼요? 여기 세계에도 있는 사람이에요? 어떤 사람이에요? 힌트만이라도 좀 주면 안돼요?”
“좋아. 힌트를 주자면 몸매가 좋아. 빵빵한 가슴에 환상적인 바디라인의 소유자지. 거기다 밤이면 무지무지 끝내줘.”
토니가 가슴이 빵빵하다는 제스처로 가슴께를 흔들어 보이자 스타크가 그 뻔뻔한 태도에 헛웃음을 지었다. 한걸음 뒤에서 조용히 대화들을 지켜보던 로저스의 표정이 오묘하게 바뀌었다.
“토니가 결혼을 했다고…?”
조그맣게 중얼거린 로저스의 말에 집중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토니는 앤서니의 어깨에 팔을 걸며 능글맞게 볼을 찔러대었다.
“2세 계획은 없는 거야? 결혼까지 했는데 아직 소식 없어?”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해.”
앤서니가 진심으로 기겁하며 토니를 떼어내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어벤져스 멤버들이 수근거렸다.
“난 스타크가 어딘가 정착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여기 있는 모두 다를 거 없을걸. 세상에. 천하의 토니 스타크가 결혼이라니….”
“저 놈팽이 놈을 잡다니. 어지간히 대단한 사람인가보네….”
“거기다 둘 다 동일인물이면 이쪽 토니도….”
어벤져스 멤버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스타크에게로 향해갔다. 스타크는 그 시선들에 턱을 들어 올리며 당당하게 대답해주었다.
“뭐, 왜, 뭐.”
천하의 토니 스타크와 결혼을 할 정도로 담이 강하고, 대단한 그 수수께끼의 인물의 정체에 대해 두 토니는 더 이상 자세히 말 해주려 하지 않았지만 어벤져스 멤버들은 하나같이 들어본 이야기를 토대로 어지간히도 기가 쎈 사람임이라 추측하였다. 그리고 그 시선 속에는 혹시 이쪽 스타크도 그 사람과 연이 있지 않았을까한 추측에 지금껏 토니 스타크를 거쳐 간 여인들의 리스트가 떠올랐다. 많아도 너무 많아 더 감이 안 왔다.
스타크는 모두의 시선 따위 무시한 채 토니와 앤서니의 뒷덜미를 잡았다.
“아무튼 여긴 너희 쪽 세계랑은 차원이 달라. 위험할 수도 있으니 무조건 빨리 돌아가.”
“오랜만에 만난 사이끼리 정말로 이러기야? 네가 우리 세계에 넘어왔을 때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기억 안 나는데?”
스타크가 귀를 파며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자 토니는 잠시 당황하다가 계획을 바꿨는지 스타크의 팔에 매달리듯 달라붙어 애교를 부렸다. 그 모습에 모든 어벤져스 멤버들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이이잉. 그러지 말고 이쪽 세계도 조금만 구경해보자. 그동안 니들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기도 하단 말이야. 이대로 헤어지면 아쉽잖아?응? 딱 한 달, 아니 1주일 만이라도 놀다 갈게. 나 어차피 요즘 널널하단 말이야아.”
“어디서 개수작이야.”
스타크가 짜증을 부리며 강제로 뜯어내려했지만 토니는 죽기 살기로 매달려 들었다. 그리고 앤서니에게도 너도 얼른 붙어! 하고 명령을 내려 얼떨결에 앤서니까지 반대쪽 팔에 매달리도록 하였다.
세 토니가 찰싹 붙은 그 모습이 제법 우스워 어벤져스 멤버들이 피식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스타크의 저런 망가진 모습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온 힘을 다하면 당장에라도 두 토니를 떼어날 수 있을 법도 하건만 스타크의 가벼운 반항을 빤히 지켜보던 로저스는 자신의 턱을 쓸어 만지며 말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사이인거 같은데 조금 정도는 머물러도 괜찮지 않겠나.”
“그래! 거 참 이쪽 세계의 캡틴은 말 참 잘 통하네. 조금 정도는 괜찮잖아!”
신나서 토니가 재잘거리자 하나둘 다른 어벤져스 멤버들도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래. 뭐, 딱히 위험할 것 같아 보이지도 않고…. 스타크는 동조하는 히어로들을 한명씩 째려봐주다가 로저스와 눈이 마주쳤다. 뭐라 입을 달싹이려던 스타크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로저스의 시선을 피하며 결국 스타크는 한숨을 내쉬었다.
“니들 마음대로 해.”
두 토니가 만세를 하며 스타크를 와락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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