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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지/I won't give up

[MCU+616+EMH 스팁토니]I won't give up(15)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세 토니들이 199999 지구에 있을 때처럼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시간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계속해서 어벤져스 멤버들이 몰려들어 그들에게 질문공세를 펼쳤고, 조금 정리가 된다싶으면 개인임무를 다녀온 다른 어벤져스들이 또 들어와 누구?? 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거기다 스타크를 찾는 이들은 어쩜 그리도 많은지 회사일이 바쁘다며 스타크까지 쌩하니 타워를 나가버리자 토니는 그런 스타크의 모습에 서운함을 토로하였다. 하지만 정작 어벤져스 멤버들은 두 토니의 귀여운 모습에 빠지느라 제대로 들어주는 이가 없었다.


결국 하루 종일 시달리다 저녁이 되어서야 각자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게 된 토니와 앤서니는 드디어 편안한 만남의 장을 펼칠 수 있었다.토니는 피곤했는지 자신의 어깨를 두들기며 이 세계의 히어로들에 대해 투덜거렸다. 뭘 먹고들 그렇게 하나같이 덩치들이 큰지 토르가 수십 명은 달려든 것 같다고 표현한 토니의 말에 앤서니가 웃으며 슬쩍 그 말에 동의했다. 그제야 그동안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토니와 앤서니는 당연스럽게 스타크의 침대를 뒹굴었다.


니네 쪽 스티브 진짜 최강이다! 아하하하!”


토니가 배를 부여잡고 눈물까지 흘리자 앤서니가 그만 좀 웃으라고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토니는 아예 침대에 쓰러져 웃어 제킬 뿐이었다.앤서니는 이 이야기를 토니에게 한 자신을 후회하며 얼굴을 부여잡았다.


아직도 그날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랜트와 앤서니를 보며 나타샤가 니들은 결혼 안 하냐며 건넨 농담에 앤서니는 반 장난으로 억만장자인 자신과 결혼하려면 스케일이 남다른 프로포즈를 하지 않는 한 절대 받지 않겠다 맞받아쳤었다. 그리고 그랜트에게 그것은 절대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캡틴 아메리카는 정말 대단한 존재였다. 히어로들과 뉴욕 시민들은 물론 일부 캡아 빠돌이 빌런까지 총 동원한 그랜트는 조언과 계획을 주고받아 앤서니가 원하는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프로젝트를 준비하였다.


자선행사를 끝내고 타워로 돌아가던 앤서니는 그날따라 운전기사가 자신을 보고 실실 쪼개는 모습에 의문을 품었다. 분명 타워로 돌아 가야할 차는 고급스러운 식당에 내려졌고, 앤서니가 뭐라 묻기도 전에 운전기사는 냅다 도망쳐버렸다. 덩그러니 남겨진 앤서니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여자 멤버들이 식당 안으로 그를 인도해갔다. 왜 그녀들이 자신을 끌고 가는지 의문을 표했지만 모두 웃음만 지어보일뿐 속 시원하게 대답해준 이는 없었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과 화려한 실내 장식으로 장식된 식당을 가로 지으니 왠일로 멋들어지게 양복을 갖춰 입은 남자 멤버들이 앤서니를 향해 샴페인들을 들어 올렸다. 앤서니는 이것이 지금 신종 장난인가한 생각과 동시에 슬슬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였다. 그러나 어리석게도 마지막 도망의 기회를 날려 버린 채 앤서니는 천천히 거미줄에 날아드는 나비마냥 테라스 쪽 디너 테이블에 앉았다.


커튼이 쳐진 것이 못내 수상하여 이리저리 기웃거리는데 갑자기 음악이 바뀌었다. 앤서니는 그 음악에서부터 무언가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도망갈 루트가 모두 막힌 터였다. 한 아름 붉은 장미를 들고 매끈하리만치 잘빠진 연미복을 입은 그랜트가 앤서니에게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제야 모든 상황을 깨달은 앤서니가 얼굴빛을 허옇게 물들였지만 그랜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앤서니의 손을 잡아 사랑의 고백을 늘어놓았다. 그 말들이 정확히 뭐라 말했는지 제대로 분간은 가지 않았지만 어차피 결국 그랜트가 말하고자 한 결론은 그가 내민 반지에 있었다.


토니. 나와 결혼해주게.”


앤서니가 기겁하며 대답을 망설이는 틈을 보이자 곧장 걷혀있던 커튼이 확-! 하고 열어젖혔다. 물론 이 행동은 호크아이의 성급한 실수였지만 오히려 그로인해 앤서니는 더 이상 망설일 기회마저 잃어버렸다.


세상에 어떻게 저 많은 사람들을 자신 몰래 모아온 것인지 참으로 미스테리 할 지경이었다. 테라스 밑 모여든 시민들과 히어로들의 어마어마한 인구수에 앤서니는 울상을 지었다. 저 멀리 헬리콥터가 카메라를 들고 앤서니가 새빨갛게 눈물이 고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유포시키는 모습까지 보였다. ! 저는 지금 캡틴 아메리카가 아이언맨에게 프로포즈하는 현장에 나와 있는 모기자입니다-


그랜트가 앤서니의 손을 덮어 부드럽게 그를 달랬다.


토니. 긴장하지 말게.”


처음으로 앤서니는 캡틴 아메리카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싶단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차마 이 많은 시민들 앞에서 캡틴아메리카에게, 그것도 이런 상황에 주먹을 날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앤서니는 주먹을 풀고 그랜트의 반지를 받아들였다.


카메라 찍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렸고, 주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마치 새해 카운트다운을 세듯 숫자를 세었다. 3 ! 2 ! 1 !


타이밍에 맞춰 그랜트가 앤서니를 허리를 끌어안아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환상적인 포즈로 키스를 했다. 모든 사람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빵빠레가 울려 퍼졌다.


토니는 그 상황을 상상하며 힘겹게 눈물을 닦아냈다. 너무 웃어 이젠 바람 빠진 소리만 나올 지경이었다.


이야.. 진짜 대박이다. 그럼 너 이젠 앤서니 에드워드 로저스'가 된 거야? 대박."


앤서니가 토니의 얼굴에 베개를 집어던졌다. 베개에 맞은 토니는 데구르르 침대에 굴러 떨어져서도 한참을 더 웃음을 터트렸다. 겨우 진정이 된 토니가 다시 기어 올라왔을 땐 앤서니는 이미 잔뜩 심통이 나 있는 상태였다. 토니가 화 풀라며 애교를 떨었지만 앤서니는 진심으로 싫다는 얼굴로 토니를 떨궈냈다. 그때 생각난 듯 토니가 물었다.


근데 너 결혼까지 했는데 그쪽 캡틴이 걱정하지는 않겠어? 전에는 얼른 돌아가고 싶다고 난리란 난리를 쳐놓더니만


앤서니는 고개를 돌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대답을 피하는 앤서니의 태도에 토니가 깝죽거렸다.


싸웠냐? 싸웠어? 부부싸움?”


결국 앤서니가 다시 베개를 집어 던졌다.


내 쪽 이야기는 그만하고, 너희 쪽은 뭐 별다른 이야기 없어?”


똑같이 무언가 놀릴 건덕지를 찾으려는 앤서니의 모습에 토니는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으며 솔직하게 불었다.


. , 대략적 큰 사건들이라고는 말리부에 있는 우리 집이 완전히 부서져 버린 거랑 나 아크원자로 수술로 빼낸 거, 그리고 쉴드가 괴멸했고, 또 우리 쪽 스티브가 날 버리고 도망갔다는 정도?”

? 잠깐. 지금 내가 엄청난 이야기를 들은 거 같은데?”


토니가 환하게 웃으며 다시 재차 대답했다.


버키라는 친구 녀석 쫒는다고 집 나갔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배가 찢어져라 웃던 사람이 맞는지, 할 정도로 토니는 아까의 웃음과는 완전히 다른 눈빛을 번뜩였다. 생각만 해도 어지간히 빡 친 모양이었다. 만약 다른 토니들이었더라면 방금 전 웃은 일에 대해 복수하려 달려들었겠지만 앤서니는 호구답게 차마 그것을 가지고 놀릴 배짱을 가지지 못했다. 그제야 토니가 스타크에게 가기 싫다고 그렇게 적극적으로 매달린 이유를 깨달은 앤서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렇게 화가 나 있었구만.”

어디 한번 똥줄이나 좀 타 보라시지. 흐흐흐. 감히 날 두고 다른 남정네 뒤꽁무니를 쫒아가? 두고 보라지.”


토니가 음습하게 웃어보였다. 버키인지 뭐시기인지 하는 친구 녀석이 등장한 거? 물론 항상 과거를 그리워하던 스티브였기에 그런 친구가 살아 돌아왔다면 축하해줘야 할 일 일지도 몰랐다. 거기다 기계 팔을 들고 다니는 걸로도 모자라 하이드라 놈들에게 세뇌까지 받아왔다니 얼마나 불쌍한 친구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친구 놈에게 배때기에 총이나 맞아 입원한 주제에 난 버키를 찾아야겠네, 토니! 하면서 훌쩍 떠나 버리는 건 대체 무슨 경우냐 이거였다. 차라리 도와달라고 말이라도 하면 같이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라도 하겠건만 스티브는 토니가 심장수술을 받은 후부터 더욱 민간인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는지 보호하려는 경향이 생겼고, 우습게도 팔콘이란 새 친구랑은 쫄래쫄래 여정을 떠난 주제에 토니는 뉴욕에 방치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니, 70년 지기 얼음친구가 아무리 소중해도 애인한테 어떻게 일주일만에 연락해서 한다는 소리가 뭐? 토니. 나 지금 스위스에 있는 기차인데 차비가 부족해. 돈 좀 보내줘어? 아오, 지금 장난하냐고!”


생각만 해도 화가 나는지 토니가 스타크의 돈 주고도 못 살 고급침대를 주먹으로 마구 내리쳤다. 앤서니는 그런 토니의 등을 쓸며 위로해주었다.


우리 쪽 스티브도 종종 버키 이야기를 하면서 그리운 얼굴을 짓곤 하던데 우리가 이해 해줘야지, 뭘 어쩌겠어.”

이해는 무슨! 내가 무슨 현모양처냐?!”


앤서니가 스티브의 편을 드는 경향을 보이자 토니가 더욱 짜증을 벌컥 냈다. 토니는 자신의 두 볼을 누르며 절망했다.


이러다 나 버리고 그 놈이랑 살림 차리는 거 아니야? 그 자식 얼굴이 너무 불안해. 전쟁 영웅들은 하나같이 얼굴보고 뽑았나, 대체 왜 그렇게 새끈한거냔 말이야.”

친구래잖아. 평생을 함께 해 온 친구.”

나도 원랜 스티브하고 친구사이였어!”


오랜만에 듣는 토니의 찡찡거림에 앤서니는 머리가 지끈 아파오는걸 느꼈다. 도대체가 이 토니 스타크네는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분명 토니가 616 지구로 넘어 갔다는 걸 모른 채 그저 사라졌다는 소식만을 접한 스티브가 스위스에서 뻔히 어떤 표정과 행동을 할지 예상한 앤서니는 심술을 부리는 토니의 모습에 못 말리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젠 될 대로 대란 식으로 앤서니는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토니가 계속해서 뭐라고 칭얼거리는 거 같았지만 애써 무시하며 앤서니는 침대 옆 협탁에 놓인 피규어를 집어 들었다. 캡틴 아메리카가 방패를 들고 근엄한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잠드는 침대 옆에까지 피규어를 장식해놓고 볼 스타크의 모습에 앤서니는 절로 얼굴을 찡그러졌다. 한참을 나불거리던 토니도 앤서니가 들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 피규어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옛날에 그들이 199999 지구에 모일 때 스타크는 캡틴 아메리카를 오래전부터 짝사랑해왔다고 했었다. 그리고 두 토니네 세계들과 달리 로저스와 자신의 관계는 딱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이라고 표현하였다. 관심은 지나치지만 그것이 단순한 친구에 대한 걱정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렇게 토니와 앤서니가 각자 자신들의 스티브들에게 안겨 있을 때 스타크는 언제나 한걸음 뒤에서 그들을 바라만볼 뿐이었다.


그래도 토니와 앤서니는 스타크가 잘못 안 것이리라 생각했었다. 자신들이 이렇게 캡틴과 사랑하고 있는데 설마 정말로 로저스가 스타크에게 친구 이상의 그 어떠한 관계도 아닐 리가 없었다. 또 정말 그럴지라도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거라며 두 토니는 근거 없는 확신을 갖고 스타크를 응원하였다. 하지만 직접 이 세계에 넘어와 본 둘의 상태는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심각한 상태였다.


어벤져스 멤버 모두가 가급적 시빌 워에 대해 언급을 피하려했지만 똑똑한 토니 스타크들은 컴퓨터를 해킹해보거나 이야기를 추리해봄으로서 그들의 상황을 간추릴 수 있었다. 아무리 화해했다고는 하지만 둘 사이에 생긴 감정의 골은 상당히 깊어보였고, 그것은 단순한 친구 사이마저도 간신히 이끌어나갈 뿐이었다. 샤론과 헤어졌다고는 하나 로저스와 스타크 사이는 오히려 예전이 그리울 정도로 전혀 좋아 보이지가 않았다. 상황을 깨달은 두 토니는 섣불리 스타크를 도울 수 없음을 깨달았다. 저렇게 확실하게 선을 긋는 로저스 때문에 그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낮에 로저스는 마치 아버지와도 같은 미소를 띠며 토니와 앤서니를 바라보았다.


우리 쪽 토니도 이렇게 귀엽다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르겠군.”


아무런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였지만 두 토니에게 그것은 그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말이었다. 거기다 다른 어벤져스 멤버들까지 합세하여 그러니 우리 쪽 스타크와 달리 이쪽 토니들은 결혼에 애인까지 있는 거잖아? 안 그래? 하고 자기들끼리 농담을 따먹자 토니들의 얼굴은 더더욱 안 좋아져 갔다. 상대방의 상황은 직접 가까이 가보아야 이해한다는 말이 맞듯이 토니와 앤서니는 스타크의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고나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그 자리에서 깽판을 치고 싶었지만 차마 스타크 때문에 그러지도 못한 두 토니는 그저 로저스와 어벤져스 멤버들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욕을 싸질러줄 수밖에 없었다.


앤서니는 피규어를 다시 협탁에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친구라


지난 3년 전과 달리 스타크가 조금 달라 보인 건 역시 착각이 아닌 걸지도 몰랐다. 그는 예전에 비해 더 예민해져있었고, 자신의 상황에 지쳐있었다.


 

새벽이 되고 나서야 스타크가 피곤한 얼굴로 타워에 돌아왔다. 두 토니들이 머무는 동안 원하지 않아도 회사 일에 할애할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 예감한 스타크는 야근까지 하여 몇 주 분의 회사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했다. 정말 토니 스타크이기에 가능한 미친 짓이었다. 적어도 긴급 상황이 아니고서는 한동안 쉴 시간을 번 스타크는 오랜만에 휴가를 가는 들뜬 마음으로 재킷과 타이를 벗어 던졌다.


방으로 가려던 스타크는 문득 자신의 배를 만졌다. 배가 살살 고파오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종일 굶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스타크는 아직 두 토니가 안 잔다면 같이 야식이나 먹을까한 마음에 부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타워 내에는 불면증 자체가 히어로가 가지는 가벼운 옵션정도로 생각하는 멤버들이 많았기에 늦은 시간까지 부엌에서는 포커 게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참 지고 있었는지 울버린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스타크를 반겼다.


왔냐. 깡통 대가리.”

머리 상태를 보면 깡통은 내가 아닌 거 같은데.”


스타크의 대꾸에 스파이더맨이 낄낄 웃었다. 냉장고에서 야식을 하나둘 쌓아 챙기던 스타크는 가장 먹고 싶던 땅콩 잼이 없단 사실에 고개를 내밀고 물었다.


여기 있던 땅콩 잼 못 봤어?”

아까 헐크가 전부 입에 털어 넣더군.”

, 그래?”


언제 왔는지 로저스가 웃으며 곁으로 다가와 있었다. 스타크는 로저스와 애써 눈을 돌리며 냉장고 문을 닫았다스타크가 챙겨 놓은 야식의 양에 행크가 놀라 한마디 했다.


평소엔 먹으래도 안 먹고 버티더니 갑자기 왠 폭식이야?”

손님이 왔잖아.”


대충 대꾸하며 스타크가 이번엔 찬장을 뒤졌다. 토니가 좋아하던 블루베리를 분명 이쯤에서 본거 같건만 역시 보이지가 않았다. 스파이더맨이 울버린을 가리키며 일렀다.


어제 술안주로 다 먹었대요.”


스타크가 짜증난단 시선으로 울버린을 바라보았다. 뭐 불만있냐며 울버린이 짐승 소리를 내자 블랙위도우가 울버린의 정강이를 발로 찼다.네 차례야. 빨리 카드 내로저스가 팔짱을 끼고 스타크에게로 한걸음 다가왔다.


다른 토니들은 한참 전에 자러 간다고 방에 들어갔네만.”


스타크의 손이 잠시 주춤했지만 크게 티는 나지 않았다. 스타크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안자고 분명 내 방에 있을 거야.”

자네 방에?”

그 녀석들 하는 짓은 뻔하거든.”


스타크가 씩 웃음을 머금었다. 로저스는 제법 오랜만에 보는 스타크의 편안한 미소에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자네 뭔가 상당히 들떠 보이는군?”


행크가 카드를 내며 로저스의 말에 동의했다.


그러게. 최근 들어 까칠하게만 굴더니만, 토니 스타크가 셋으로 늘어서 어지간히도 좋은가봐?”

내가 셋으로 늘면 사고 칠 양도 세배가 되거든.”

본인이 사고를 치고 다닌다는 자각은 있는 모양이네.”


말을 하면서 행크는 안주로 놓아둔 땅콩을 한주먹 쥐어 스타크에게 던졌다.


제발 사고 좀 작작치고 살아라. 이 화상아.”


스타크는 땅콩을 맞으면서도 킬킬 웃으며 야식들을 하나둘 품안에 챙겼다. 그때 로저스가 스타크의 손목을 붙잡았다. 스타크의 눈이 커지더니 거부하듯 살짝 팔을 움찔했다. 그 태도에 로저스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스타크를 쳐다보았다. 둘 사이 몇 초간 아주 짧은 침묵이 흘렀다. 로저스는 스타크의 손목을 슬며시 놓아주며 말했다.


함께 들어주려고 그랬네.”

괜찮아. 혼자 가져갈 수 있어.”

토니.”


로저스의 강직한 눈이 무언가 탐색이라도 하듯 스타크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스타크는 그 눈빛에 피로를 느꼈다. 한숨을 내뱉은 스타크는 자신의 미간을 꾹 눌렀다.


피곤한 거 같으니 먼저 들어가 보도록 하지.”


스타크는 처음 챙겨둔 야식들이 아까울정도로 식빵 봉지 하나만 달랑 챙겨 나가버렸다. 어쩐지 평소의 스타크답지 않은 태도에 스파이더맨이 자신의 스파이더 센서에 촉각을 새웠다. 블랙 위도우는 스타크가 두고 간 바나나를 까먹으며 로저스를 돌아보았다.


또 싸웠어요?”


로저스는 스타크가 나간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시킨 채 손가락을 두들겼다.


아니. 하지만 몇 주 전부터 계속 저렇게 피하는군.”

뭔가 또 사고라도 친 거 아닐까요?”


스파이더맨의 말에 블랙 위도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고를 쳤으면 쳤지, 저 토니 스타크가 저렇게 티를 내겠어? 그보다 뭔가 더 찔리는 일이라도 있는 거 아니야?”


행크는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못 말리겠군. 또 무슨 짓거리를 벌인 건지는 모르나 스타크를 상대로 직접적으로 묻는다면 분명 좋은 소리 하나 못 듣고 사건만 더 키울게 뻔했기에 어벤져스들은 자신들이 나서기보다는 전문가를 초빙하기로 했다. 아이언맨 따기에는 캡틴 아메리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도가 튼 로저스가 진중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한번 붙잡고 대화를 해보는 수밖에.”


그 싸늘한 어투에 스파이더맨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