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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스팁토니] Control (2/3)

그나마 다행인건 토니에게 괴뢰감을 느낀것이 스티브만이 아니라는점이었을것이야. 나타샤는 절대 원나잇 상대나 파트너를 타워로만큼은 데려오지 않던 토니가 당연하다는듯 데려온 로즈의 등장에 불쾌감을 들어내었어. 그러나 로즈는 그런 나타샤를 업신여기듯 바라보았고, 집주인인 토니는 나타샤의 불만에 몹시도 까칠하게 대했어. 그 사실에 나타샤까지 충격을 먹었어.

 

토니에게 카드를 받아 본인 내키는데로 마구 사지르고 다닌 로즈는 마치 자신이 억만장자가 된것같이 뻔뻔하게 굴었어. 타워내 가구들을 자신의 취향대로 바꾸는가하면 자비스를 종부르듯 부려먹었어. 거기다 악덕 집주인마냥 어벤져스 맴버들을 세입자 대하는 로즈의 태도에 어벤져스 멤버들이 질려하며 항의했지만 토니는 계속해서 로즈의 편만 들뿐이었어. 오히려 니들이 뭔데 시끄럽게 떽떽거리냐, 정싫으면 니들이 나가던가라는 얼굴로 말이야.

 

토니는 마치 자신의 빛이 로즈 단 한명뿐이란것처럼 계속해서 로즈를 찬양하였어. 밖에서고 언론 앞에서고 가릴것없이 로즈에게 사랑을 과시하였고, 로즈가 부르면 회사일이나 아이언맨 활동중에도 강아지마냥 꼬리를 흔들며 쫒아갔어. 토니의 과한 애정행각이 정말이지 도를 넘어서자 처음에는 토니가 플레이보이 생활을 청산하게 된건 아닌가 관심을 가지던 언론이나 사람들의 시선도 영 좋지 못하였어.

 

당연히 쉴드나 어벤져스들은 골머리를 앓으며 토니에게 자제하라 조언을 해주거나 두 사람의 태도에 비판하였지만 토니는 그들에게 콧방귀만 뀔뿐 오히려 로즈의 부추김에 따라 쉴드에 더이상 컨설턴트도 아이언맨으로써의 협조도 하지않겠다 선언하였어. 그야말로 파격적인 발언이었지.

 

결국 보다못한 배너가 쉴드를 나서려는 토니를 막아섰어. 토니. 이건 좀 심한거 아니예요? 배너의 차분한 목소리에도 토니는 온갖 짜증을 부리며 배너에게 막말을 내뱉었어. 그 말중에 헐크에 대한 발언과 배너를 괴물이라 지칭하기까지하는 수준까지 가게되자 나타샤가 참다못해 토니!하고 소리쳤어.

 

그래도 토니와 꽤 친한사이였던 배너는 토니의 말에 어지간히 충격을 받았는지 헐크가 튀어나오지않게하기위해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상처받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어.

 

 

"당신도 결국 나를 그렇게 생각했던거로군요."

 

 

그러나 배너를 바라보는 토니의 표정은 무표정이었어. 아무런 죄책감이 없는 표정하나 없는 완벽한 무표정에 배너는 순간 기시감을 느꼈어. 스티브가 토니의 멱살을 잡았어. 

 

 

"당장 배너 박사에게 사과하게!"

 

 

토니는 스티브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어. 무표정하던 토니의 얼굴 위로 비웃음이 가득 담겨졌어.

 

 

"내가 왜 그래야하는데? 어차피 그런 생각 나만 하는거 아니잖아. 캡도,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같은 생각이면서 왜 나만 사과해야하는데? 왜 나는 그런 말 하면 안되는건데?"

 

 

스티브는 얼굴을 잔뜩 구겼어. 다른 사람들이라면 몰라도 토니는 배너에게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되었어. 배너에게 자신을 순수하게 믿어주는 토니의 존재가 어떠한지 잘 알기에, 그 말은 배너에게 다른 어떤이들보다도 상처가 되는 말이었어. 스티브가 자네와 배너는 친구이지 않냐고 외쳐보았지만 토니는 귓구멍을 후빌뿐이었어.

 

 

"무슨 10대도 아니고 청춘 드라마 찍어? 우린 단지 빌런들을 처리하기위해 잠시 모인 괴짜 집단에 불과하다고. 아, 물론 이젠 내가 나가니 난 그것도 아니게 되었지만 말이야."

 

 

얼마전까지만해도 동료들끼리 친목을 다져야한다고 멤버들 모두를 끌고 술자리를 벌이거나 장난을 치던 토니는 어디에 간걸까. 토니는 그 어떤 감정하나 없는 얼굴로 멤버들을 바라보고 있을뿐이었어. 토니는 자신의 멱살을 잡은 스티브의 손을 쳐내고는 자신의 옷차림을 가지런히 정리하였어.

 

 

"로즈랑 데이트가 있는데 이게 무슨 짓이야. 옷 다 버렸네.."

 

 

토니는 입술을 비죽이며 툴툴거렸어. 나타샤가 황당하다는듯 토니를 보고 말했어.

 

 

"토니. 당신 요새 진짜 이상해진거 알아요?"

"내가 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게 진짜 내 모습인지 뭘 자세히 알고 그렇게 말하는거야? 어차피 로마노프도 스파이 활동하면서 이러저런 다른 모습으로 감추는걸 즐기면서 대체 나에 대해 뭘 그렇게 잘 안다고 그러는건데?"

 

 

평온하게 소맷단이나 정리하면서 나오는 토니의 날카로운 말투에 나타샤는 어처구니 없었어. 나타샤가 뭐라 입을 벌리기도 전에 토니는 그 어느때보다도 차가운 눈빛으로 계속해서 나타샤를 공격하였어.

 

 

"로마노프도 화려했던 경력의 과거가 진짜인거야, 아니면 레골라스 앞에서 수줍은 처녀 흉내를 내는게 진짜인거야?"

 

 

나타샤보다도 바튼이 울컥하여 앞으로 나섰어. 말이 좀 심하신거같군요. 스타크. 토니는 킬킬 웃으며 백마탄 왕자님이 왔다면서 비아냥거렸어. 화가 난 바튼이 토니에게 달려들려 몸을 움직이려하자 나타샤가 황급히 바튼의 팔뚝을 잡았어. 잠깐만.. 나타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토니의 보라빛이 뒤섞인 갈색눈을 바라보았어.

 

스티브는 배너와 나타샤를 대하는 토니의 태도에 질린다는듯 토니를 노려보았어.

 

 

"자네에게 정말로 실망했네. 토니."

 

 

토니는 피식 웃었어.

 

 

"캡틴이 나한테 실망한게 하루 이틀도 아닌주제에 유세는.. 거 참 실망시켜서 미안하네."

 

 

일부러 너스레를 떨며 토니는 어벤져스 멤버들을 죽 살펴보았어. 그 어느때보다도 깊게 가면을 뒤집어쓴 토니가 웃음지었어.

 

 

"나도 더이상 이런 쓰래기같은 집단에 내 아까운 시간 낭비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걱정하지마. 이젠 나도 지쳤어. 다른 쓰잘대기없는 녀석들의 목숨따위에 내 목숨을 걸기보다 나도 이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만의 행복을 꿈꿀거야."

 

 

로즈랑 함께 말이야. 토니는 덧붙이듯 뒷말을 세게 하였어. 몸을 돌려 나가면서 토니는 여유롭게 손을 흔들었어. 어벤져스들은 그저 토니의 등만을 바라볼뿐이었어.

 

 

"타워에 있는 니들 짐은 빼주면 고맙겠어. 나도 왠만해선 이런 타워따위 줘버리고 싶은데 로즈가 꽤 마음에 들어해서 말이야."

 

 

토니가 완전히 나가버린 타워홀에는 이제 남은 어벤져스들만이 자리에 남아 침묵을 유지했어. 폭풍같이 지나간 토니의 만행을 곱씹으며 나타샤가 손톱을 깨물었어. 확실히 무언가 너무 이상했어. 아무리 그래도 저건 절대 토니의 모습답지가 않았어. 

 

배너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듯 골똘히 책상만을 노려보다가 한참만에 입을 떼었어.

 

 

"그 로즈라는 분.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없을까요?"

 

 

스티브도 이를 뿌득이며 나타샤를 돌아보았어. 토니가 이상해진 주원인은 그녀가 나타나고나서부터였어. 자신에게 좋아한다고 얼굴을 붉히던 토니의 곁에 어느순간 나타난 로즈는 처음 봤을때부터 너무도 마음에 안들었었어. 토니의 옆자리는 그녀의 자리가 아니었어.

 

나타샤는 미션을 받자마자 빠르게 어디론가 핸드폰을 두들겼어. 배너는 자비스에게 토니의 유전자 샘플을 구해달라 부탁하였고, 자비스는 기꺼이 배너의 부탁을 받아들였어. 토르를 부르기위해 바튼이 어디론가 연락을 하는것을 바라보며 스티브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어. 멱살을 잡은 스티브의 손을 토니는 짜증난단 식으로 쳐내렸었었어. 자신을 싸늘하게 바라보던 토니의 눈빛은 얼마전 고백하던날 바보같은 대답이나하던 자신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던 토니와 겹쳐보인건 그냥 단순한 착각이었을까.

 

 

 

 

 

 

 

토니의 이상증상에 대해 조사하는것에는 페퍼 역시 강력하게 협조를 하였어. 로즈와 만나게된뒤부터 미친듯이 떨어지는 회사 주가 상황에 페퍼는 토니의 뒤에서 모든것을 조종하려드는 로즈와 직접적으로 맞닥들였고, 그 꼴을 하필 재수없게도 토니가 보고 말았지.

 

로즈가 가련한 여인네처럼 토니의 품에 안겨들자 토니는 처음으로 페퍼에게 소리를 치며 삿대질까지 했어. 페퍼가 토니의 비서로 직무하게 된 몇년간 한번도 본적없는 토니의 분노에 페퍼는 억울함을 넘어 황당할뿐이었어. 가끔 취미로 막장 드라마를 보던 토니가 이야, 진짜 저런 상황이 오면 진짜 어이가 승천을 할 지경이겠닼ㅋㅋ하며 했던 말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것만 같은 기분이었지.

 

해피까지 달려들어 이러지마시라고 말려보았지만 토니는 자신의 가장 오래된 이들을 향해 주울수없는 말들을 마구 내뱉었고, 심지어 그 끝은 해고까지 향하였어. 내일부터 회사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토니의 말에 페퍼와 해피는 어벤져스 멤버들과 다를바없는 감정을 느껴야만했어.

 

오랜 세월을 지내온만큼 토니가 페퍼와 해피에 대한 신뢰에 대해 알기에 어벤져스들은 사태가 점점 심각해져감을 직감하였어.

 

스티브는 소파에 앉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페퍼를 위로하였어. 분명 무언가 잘못된것이라고, 토니의 본심이 아니라고 확신하면서도 페퍼는 마치 사춘기 온 자식에게 막말을 들은 부모의 심정마냥 가슴 아파했어.

 

 

"내가 토니의 곁을 몇 년을 지켜왔는데요.. 이건 절대 토니가 진심으로 내뱉은게 아니예요. 분명 그 여자가 토니에게 무언가 저지른게 분명해요."

 

 

스티브는 페퍼의 등을 토닥여주었어. 네. 그건 분명 절대 토니의 진심이 아닐거예요. 말을 하면서 스티브는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 같다고 생각했어. 환하게 웃는 토니의 웃음이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어. 자네가 아닌 진짜 내 right partner를 찾았거든. 그건 절대 토니의 진심이 아니었어..

 

페퍼는 눈물을 훔치다말고 스티브를 빤히 바라보았어. 자꾸만 토니에 대한 잡생각에 빠진 스티브는 한참이 지나고나서야 그 시선을 깨달을수 있었어.

 

 

"토니는 당신을 사랑해요."

 

 

스티브는 몸을 굳히고 페퍼를 쳐다보았어. 역시나 토니의 가장 가까운 이답게 페퍼는 오래전부터 그걸 알고 있었던듯했어. 페퍼는 마치 스티브를 원망하기다라도하듯 매섭게 노려보았어.

 

 

"그 짜증나는 로즈인지 하는 계집이 아니라 스티브 당신을 말이예요."

 

 

말로는 스티브에 대해 흉을 보는거같으면서도 토니는 하루도 빠짐없이 페퍼에게 스티브에 대해 이야기하는것을 즐겼었어. 오늘은 캡이랑 나랑 페어로 움직였는데 우리 호흡이 완전 찰떡궁합이었다니까. 캡이 오늘 운동을 하는걸 봤는데, 어떻게 저렇게 근육이 멋질수있지? 정말 멋진거같아. 오늘 캡이랑 싸웠어.. 내가 좀 말이 심했던걸까? 페퍼?

 

매일같이 스티브에 관한 이야기를 할때마다 토니는 플레이보이라는 이름이 아까울정도로 수줍은 소녀마냥 순수하게 웃음지었었어. 그 모습을 볼때면 페퍼는 그가 진심으로 스티브를 사랑한다는것을 깨달았고, 그것이 그에게는 거의 첫사랑과도 같다는것을 눈치챘었었어. 토니를 아끼는 페퍼는 그런 토니의 사랑을 응원해주며 용기를 가지라고 힘을 실어주었어. 자신은 토니를 감당할수없을지몰라도 캡틴 아메리카라면 다를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야.

 

마침내 결심을 굳힌 토니가 스티브를 찾아가던 마지막 날까지 페퍼는 토니의 등을 있는 힘껏 밀어주었었어. 그리고 돌아온 토니의 축 쳐진 어깨에 그녀는 토니만큼이나 실망하고 좌절하였어.

 

페퍼는 절망하듯 관자놀이를 짚었어.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버린건지.."

 

 

웅얼거리는 페퍼의 목소리는 기운이 없었어. 스티브는 가시방석에 앉은 사람마냥 손을 꼼지락 움직였어. 어차피 찰 생각이었잖아? 토니의 목소리가 스티브를 매섭게 찌르는것만같았어.

 

그때 바튼의 연락을 받은 토르가 기운차게 문을 열고 들어섰어. 토니가 이상해졌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당당히 뒷북을 치며 들어서는 토르의 등장에 페퍼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다가 다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어. 기운없어보이는 페퍼의 모습에 토르가 대체 무슨 일이냐고 스티브에게 닦달하듯 물었어. 스티브가 입을 떼기도 전에 나타샤가 말을 가로챘어.

 

 

"로즈라는 그 여자에게 세뇌당한 모양이예요."

 

 

나타샤의 뒤로는 바튼과 배너가 피곤한 얼굴로 따라 들어오고 있었어. 페퍼가 세뇌라는 말에 흥분하며 자리에 벌떡 일어났어. 배너는 페퍼를 진정시키며 자비스에게 나타샤가 찾은 자료를 보여주도록 부탁하였어.

 

곧 자비스가 어느 한 사진을 보여주었어. 로즈 발렌타인. 그녀의 사진이었어. 하지만 사진 속 로즈는 아름다운 금발머리를 자랑하는것이 아닌 짧은 붉은 머리에 지금의 모습과 사뭇 달라보였어. 나타샤는 팔짱을 끼고 말했어.

 

 

"토니의 취향이 금발 벽안이라는 말을 듣고 염색도 하고 성형에 렌즈 삽입 수술까지 한 모양이예요. 한 5년전부터 토니 스타크 팬클럽 회원중 하나였고, 팬들 사이 조금 과한 행동을 보이곤해서 모임에서도 쫒겨난 블랙 리스트라 하더라고요."

 

 

곧이어 자비스가 과거 로즈가 팬클럽 활동을 벌이며 해온 게시물들을 보여주었어. 스토커 활동을 해온것인지 몰래 찍은 토니에 대한 사진들과 자신이 토니와 아주 가까운 측근이라며 원하기만한다면 조공을 받아 전해주겠다는등의 사기성 짙은 글들이 눈에 띄게 보였어. 나타샤는 페퍼에게 생각나는게 없냐 물었어. 토니에게 붙는 스토커가 하도 많다보니 한참이 지나고나서야 페퍼는 겨우 스토커로 한번 고소를 먹은 전적이 있던 로즈를 떠올릴수가 있었어.

 

스티브는 페퍼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보았어. 토니에게 그렇게 스토커가 많나요? 페퍼는 진저리를 쳤어. 어마어마하게요. 스티브는 얼굴을 구겼어.

 

이번엔 자비스가 무언가 복잡한 화학기호가 가득한 자료를 보여주었어.

 

 

"일종에 최면제와 비슷한 물질이예요. 정신을 완전히 나가버리게 만들어버리고, 거기에 원하는것을 계속해서 세뇌시켜 자신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거죠. 아마 주기적으로 토니에게 먹여온 모양이예요."

"파티장에서 그 여자를 처음 만나고 난 뒤부터 토니가 이상해졌었어요."

"그럼 그때 처음 약을 먹이고 세뇌시킨 모양이군요."

 

 

배너는 안경을 고쳐쓰며 자료를 손으로 가리켰어.

 

 

"단순히 일반인이 만들었다고 하기에 약의 조합법이 꽤나 복잡해요. 아마 혼자 만들었다고 보기보다는 어딘가 빌런 조직의 도움을 받은 모양이예요."

 

 

이과쪽에 그리 특출한 재능을 보이지않던 로즈의 과거 성적들을 확인하며 배너는 절대 그녀가 이것을 혼자 만든것이 아니리라 확신하였어. 나타샤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심각한 얼굴로 로즈의 사진을 째려보았어.

 

 

"지금 토니는 완전히 로즈에게 넘어가있어요. 그녀가 원하기만한다면 그 어떤 무기도 아무런 죄책감없이 만들어 빌런에게 갖다바칠지도 몰라요."

 

 

역시나 또 토니를 이용해 무기를 원하는 빌런들의 계획인 모양이었어. 페퍼는 그때 잠시 토니에게서 한눈을 판것과 로즈와 파티장을 나서는 토니를 말리지 못한 자신을 한탄하였어. 언제나 주변에 적이 많은 토니의 곁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여 또다시 토니를 적군에게 피랍시킨것만같은 심정이었어.

 

스티브는 조급하게 배너에게 물었어.

 

 

"해독제는 없나요?"

"물론 만들수는 있어요. 하지만 그보다 토니는 이미 일정 이상의 약에 취해있을거예요. 최대한 빨리 약에 중독성을 멈추어야만해요."

 

 

토르가 주먹을 팡 쳤어. 그거라면 나한테 맡기시오! 힘을 써서라도 토니와 약을 가진 로즈를 떨어트리면 되는 일이라는 자신만만한 토르의 목소리에 배너는 슬쩍 웃음지었어. 나타샤도 사람들을 향해 씨익 웃었어. 자, 그럼 이제 남은 문제는 어떻게 토니와 접근하는건가인데요. 페퍼가 유쾌하게 말했어.

 

 

"오, 그거라면 저한테 맡기세요. 토니가 절 잘랐다고는하나 그는 자기 사회보장번호도 못 외우는 사람이라서 절 자르는 절차따위 제대로 처리도 못했을걸요."

 

 

페퍼는 토니가 있을 스타크 인더스트리에 허가증을 흔들어보였어. 회사내 그 어떤 공간도 그녀에게는 자유로운 곳이었지. 

 

배너는 조금 걱정스럽게 자비스에게 물었어. 우리가 토니를 조금 다치게 할지도 모르는데 괜찮겠나요? 자비스는 높낮이가 없는 기계 목소리로 대답하였어.

 

 

-전 제 아버지의 연인으로 그런 여자는 반대합니다.

 

 

자비스의 말에 동감하는지 옆에서 얌전히 구경하던 더미도 강력하게 고개를 끄덕였어. 

 

 

 

 

 

 

 

스티브와 토르는 페퍼가 골라준 말끔한 양복을 입고 페퍼와 함께 스타크 인더스트리에 들어섰어. 쓰리 블론디들의 등장에 회사내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쏠렸어. 스티브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페퍼에게 몸을 숙여 조그맣게 속삭였어.

 

 

"너무 눈에 띄는거 아닙니까?"

"걱정마세요. 아직 회사 사람들은 제가 해고된 사실을 알지 못하고, 지금 토니는 최상층에서 고 앙큼한 빌런년과 뒹구느라 바쁘테니까요. 무엇보다도 자비스는 지금 우리 편이예요."

"하하. 스티브. 너무 긴장하지말게. 나처럼 이렇게 허리를 쫙 피고 당당히 걸어야 의심도 피하는거라네."

 

 

토르가 긴 다리로 쭉쭉 뻗으며 앞으로 나가려하자 기겁한 스티브가 토르의 옷을 잡아당겼어. 토르. 보폭을 맞춰요! 미안하다며 토르가 껄껄 웃었어. 페퍼는 이마를 한번 짚고는 여전히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빽 소리를 질러주었어. 뭘 봐요? 일들 안해요?! 페퍼의 지적에 세 사람을 구경있던 사람들은 황급히 고개들을 돌려 자신들의 자리로 뛰다싶이 돌아갔어. 그제야 스티브는 가슴을 쓸어내렸어.

 

세 사람은 토니가 있는 최상층으로 올라가는 직통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어. 전면이 유리로 된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가며 회사 내부를 빠짐없이 보여주고 있었어. 토르가 신기한지 손가락으로 작아지는 사람들을 가리켰어.

 

페퍼는 고개도 돌리지않은채 스티브를 향해 말했어.

 

 

"왜 거절한거예요?"

 

 

잠시 스티브는 페퍼의 말의 의도를 깨닫지못했어. 페퍼가 흘겨보듯 째려보고나서야 토니의 고백에 관한 말이었음을 깨달은 스티브는 볼을 긁적이며 눈을 피했어.

 

 

"거절하지않았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받아들인것도 아니잖아요."

 

 

스티브는 어쩐지 무섭기까지한 페퍼의 뒷모습에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어.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채 엘리베이터에 바짝 붙어 밑을 쳐다보며 누가 여길 쳐다보네하고 헤헤거리는 토르가 부러울지경이었지.

 

 

"토니는 내 친우의 아들이야."

"..그게 이유인건가요?"

 

 

페퍼가 고개를 훽 돌렸어. 스티브가 느끼기에 너무도 무서운 얼굴로 페퍼는 분노를 쏟아냈어.

 

 

"정말로 단순히 그게 이유라면 캡틴 아메리카는 제가 생각한것과 달리 꽤나 비겁한 사람인거같네요. 차라리 토니에게 연인감정이 없다고 대답해요. 그딴 어둡잖은 변명따위가 얼마나 웃긴지 몰라요?"

 

 

스티브는 입을 꾹 다물 뿐이었어. 페퍼는 깔끔하게 단정된 자신의 머리를 쓸어내렸어. 스티브의 멍청한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어쩐지 스티브에게 고백하라고 토니를 밀어주던 자신이 한심하게까지 느껴지는 기분이었어.

 

 

"솔직히 로즈라는 그 여자가 저런 쓰래기같은 년만 아니었으면 전 오히려 토니가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릴수있게 되서 다행일거라 생각했어요."

 

 

그날 파티장에서 전화통화를 끝낸 페퍼는 어느새 옆구리에 로즈를 낀 토니를 보고 못말린다는듯 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하였었어. 어찌보면 스티브에게 차인것에 대해 현실도피일지 몰라도 페퍼는 그저 우울하게 축 쳐져있는 토니의 모습보다도 활짝 웃음짓는 토니의 모습을 좋아했어. 로즈와 파티장을 나서는 토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페퍼는 다 괜찮을거라고 홀로 생각하며 조용히 둘을 보내주었어. 멍청하고 바보같은 짓이엇지.

 

페퍼는 짜증을 참지 못하고 높은 하이힐로 엘리베이터 바닥을 세게 내리쳤어. 쾅! 소리에 토르까지 깜짝 놀라 두 사람을 돌아보았어. 페퍼는 스티브를 향해 이를 들어내며 짜증을 부렸어.

 

 

"토니가 치유되고나는김에 당신을 좋아하는 감정까지 싸그리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네요. 그게 그쪽한테도 더 편하고, 좋은 일이잖아요. 안그래요?"

"난.."

 

 

스티브는 말을 이을수가 없었어. 무시무시한 페퍼의 얼굴보다도 그녀가 내뱉은 한마디가 스티브의 등꼴을 더 오싹하게 만들었어. 머릿속에서 그에게 좋아한다며 고백하던 토니의 얼굴 위로 검은색 크레용이 얼굴을 박박 그려 지워버리고있었어. 그런데 이젠 아니야. 얼굴없는 토니가 스티브에게 환하게 웃고 있었어. 스티브는 순간적으로 드는 허탈감과 이유모를 충격에 상처받았어. 

 

토니의 옆자리에 그가 아닌 다른 여성이 팔짱을 끼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어. 로즈가 아닐지라도 토니의 옆자리를 원하는 여인들은 많았고, 토니는 그런 그녀들을 향해 입술을 부비며 키스할수 있었어. 가슴속 깊은곳에서 무언가 확 치고 올라왔어.

 

토르는 어쩐지 분위기가 안좋아보이는 스티브와 페퍼의 눈치를 살피다가 분위기를 바꾸고팠는지 우물쭈물하며 페퍼를 불러 시선을 돌리고자했어.

 

 

"음.. 저, 페퍼. 이 엘리베이터는 우리밖에 탈 수 없는건가? 저 밑에 다른 이들은 타면 안되나?"

 

 

페퍼는 눈치없는 토르의 질문에 오만상을 찌푸리면서도 친절하게 대답해주었어. 

 

 

"이건 토니 전용 엘리베이터예요. 토르."

"그것 참 아쉽군. 저 밑에 있는 이들도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은지 아까부터 계속 이쪽을 보는데 말이야.."

"뭐라고요?"

 

 

토르의 말에 페퍼는 화들짝 놀라 토르를 밀치고 엘리베이터 밑을 바라보았어. 검은옷과 썬글라스를 쓴 인물들이 그들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바라보며 어딘가에 연락하고 있었어. 어떤이들은 다른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오고자하려하고 있었지.

 

아마 페퍼가 잘리고 난 다음부터 로즈와 내통하고 있던 빌런들이 회사내 곳곳에 침투해있었던 모양이었어. 그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저 멀리서 토니가 로즈에게 손이 잡힌채 도망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어. 페퍼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어.

 

 

"Shit! 쫒아요!"

 

 

흡사 포켓○스터의 한장면마냥 두 금발 거구를 내보낸 페퍼는 로즈에게 몸통박치기와 토니의 생포를 명령하였어. 스티브와 토르는 군말없이 재빠르게 명령을 따르러 향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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