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는 복잡하기만한 각종 그래프와 수치들을 꼼꼼하게 읽어보았어. 그러나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변화되지 않는 검사 결과에 배너는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았어. 나타사와 바튼의 양 품안에 안긴채 스티브와 토니가 쌔근쌔근 잠이 들어있었어.
여느때와같이 지구를 침공한 빌런들을 뿌셔뿌셔하기위하여 출동한 어벤져스들은 바쁘게 시민들을 지켜나갔어. 그러던중 아이언맨은 캡틴 아메리카를 향해 빌런이 총을 겨눈것을 발견하였고, 채 생각할틈도 없이 캡틴 아메리카를 구하기위하여 제 몸을 날렸어. 하지만 빌런빔의 위력은 강하였는지 뒤에 있던 캡틴 아메리카까지 피하지못한채 결국 둘 다 빌런빔을 맞고야 마는 불상사로 이어지고 말았어. 가까이있던 나타샤가 달려왔을때 그녀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옷과 아머 사이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을 발견하였어.
그때 막 잠에서 깼는지 바튼의 품에 안겨있던 토니가 잠투정을 부리며 울상을 지었어. 당황한 바튼이 허둥지둥 토니를 달래주었지만 영 효과는 없었는지 오히려 토니가 빽-!하고 울음을 터트렸어. 그리고 토니의 울음소리에 스티브까지 잠에서 깼는지 히잉소리를 내며 울먹였어.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스팁토니는 정신상태마저 아이가 되어버렸는지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을 보고 꽤나 겁에 질려보였어. 바튼이 어떻게든 둘을 진정시키기위하여 얼굴을 구기거나 웃기는 소리를 내보는 등 용을 쏘보았지만 토니의 울음소리는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갈뿐이었어.
배너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퓨리를 쳐다보았어. 한순간에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을 잃은 퓨리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었어. 배너는 퓨리가 묻고자하는것을 선수를 치며 말했어.
"다행히 영구적인것은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질거예요."
"..다행이군."
짧게 고개를 끄덕인 퓨리는 여전히 울고 있는 스티브와 토니를 지긋이 쳐다보았어. 무섭게 생긴 퓨리가 자신들을 쳐다보자 토니는 거의 발작이라도하듯 더욱 울부짖었고, 스티브까지 이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기 시작하였어. 나타샤가 왜 얘들을 겁주냐고 한소리를 하였어. 단지 생긴게 이런것이것만 퓨리는 억울할 따름이었지. 스티브와 토니의 울음소리가 A타워 전체를 울렸어.
스티브와 토니를 돌보는것은 어벤져스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순번을 정하기로 하였어. 아니면 쉴드 요원들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페퍼나 팔콘을 불러 스티브와 토니의 상태를 살피어 주었어. 페퍼는 자신의 스트래스 1순위이던 사장님이 완전히 어린아이가 되어버리자 신기하고도 귀여운지 꽤나 토니를 이뻐하였고, 토니도 페퍼만큼은 본능적으로 기억하는지 얌전히 품에 안기곤하였어.
아이 토니는 그야말로 성인된 모습의 떡잎이 보인다고 해야할정도로 시끄러운 아이였어. 조금만 건드려도 천장이 무너질정도로 울곤하는 토니는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쉽게 눈물을 그치지 않았어. 한번 울음을 터트리면 거의 탈수 증세가 올때까지 울어제키는 토니 때문에 사람들은 언제 토니가 울음을 터트리기라도할까봐 조마조마한 심정들이었지.
그래도 웃음때는 어찌나 아기 천사와도 같아보이는지 나타샤까지 사진들을 소장할정도로 어린 토니의 웃는 얼굴만큼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움의 극치였어. 혼자 옹알옹알거리거나 일어나 사람들을 따라다니는 토니의 모습은 어른 토니의 모습을 잊을정도로 정말 귀엽다는 말밖에 안나올정도였어.
반면에 아이가 된 스티브는 어릴때부터 꽤나 순한 아이였어. 첫날과 달리 낯선환경에 금방 적응한 스티브는 잘 울지도, 떼를 쓰지도 않았고 멤버들이 가져다준 장난감을 혼자 조용히 가지고 놀곤 하였어. 슈퍼혈청의 힘으로 예전처럼 몸이 허약해진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어린시절 몸이 안좋아 주로 방 안에서 놀던 기억이 혼합된듯했어.
팔콘이 옆에 다가와 이건 자동차!하고 자동차 장난감을 흔들어주면 스티브는 팔콘을 빤히 바라보다가 ㅇㅇ 앎이라고 하는듯이 고개만 끄덕이고는 다른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어. 언어구사가 안되는것도 아니지만 스티브는 정말 필요할때가 아니고서는 입을 잘 열지않는 샤이보이였어. 콜슨이나 캡틴 아메리카의 팬들은 스티브의 귀여운 아이 모습에 카메라들을 들이대며 쓰러져갔지만 어린 스티브가 그들을 향해 한번도 웃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서글퍼했어.
이 시기의 아이들은 주변에 비슷한 아기가 보이면 관심이 많을 시기답게 둘은 낯선 환경에서 눈을 뜬 순간 가까이 있던 같은 또래를 보고 안심이 되는듯했어. 스티브는 토니에게 처음으로 같이 놀자 말을 건내며 자신이 갖고 있던 장난감을 건내주었고, 토니도 장난감을 받으며 고맙다고 환한 미소를 띄었어. 아이들 특유의 친화력덕분일까? 둘은 금방 단짝친구가 된듯 항시 붙어다니곤하였어.
한시도 가만있을줄 모르는 토니는 누가 옆을 지나가기라도하면 뭐지? 뭐지? 한 호기심으로 낑낑 일어나 아장아장 따라가곤하였어. 그러면 스티브도 따라 일어나 토니의 뒤를 졸졸 쫒아갔지. 그 모습이 마치 새끼오리들이 어미오리를 쫒아가려고 뒤뚱거리는 모습과도 같아보여 너도나도 자신을 따라와보라고 할일도 없으면서 스티브와 토니 주변을 돌곤 하였어.
스티브는 어른들에게 잘 보여주지않던 어린아이버젼 선샤인 미소를 토니에게 아낌없이 보여주었고, 콜슨은 가까이서는 못찍하더라도 cctv로나마 열심히 몰카를 찍어대었어.
나중에 일이지만 다시 어른으로 돌아왔을때 스티브는 콜슨이나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들을 모두 찾아내어 몰수하고야마는 잔혹한 짓을 서슴치않아 한동안 콜슨의 눈에서 눈물을 뽑아내기도 하였어.
아이가 된 스티브와 토니는 같이 탑쌓기 놀이를 하던가 먹기 싫은 야채나 음식등를 교환하는 등 어른이었을때의 모습과는 상반될정도로 사이가 좋아보였어. 특히 스티브는 종종 자신의 간식을 모두 토니에게 줄 정도로 토니를 좋아했는데 어찌나 그 감정이 강하였는지 해피가 아이의 모습이 된 토니가 너무도 귀여워 순수한 의미로 볼에 뽀뽀를 한번 해주었다는 이유로 장난감을 해피에게 던지며 울부짖기까지하였어. 얼마나 서럽게 울면서 화를 내던지 토니를 달랠때보다도 배는 힘이 들정도였어.
그런데 정작 토니는 스티브가 자신 때문에 울고 있다는것도 신경쓰지 않은채 나타샤한테 바나나를 까달라고 바짓가랑이를 잡을 뿐이었어. 나타샤가 바나나를 입에 물려준채 토니를 데리고 스티브 울지마~ 하는 쉬늉을 내며 강제로 안아주도록하자 스티브는 딸꾹질을 하면서 토니를 꼬옥 껴안았어. 마치 다시는 저 이상한 아저씨랑 뽀뽀하지말라는듯이.. 토니는 아무것도 모른채 바나나만 우물거릴뿐이었어. 우유 냄새가 나는 조그마한 아기 둘이 꼬옥 껴안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모두 사진을 찍거나 바보 미소들을 띄워대었어.
그래도 나름 스티브가 울었다는점이 신경이 쓰였는지 토니는 자신이 먹고 있던 바나나를 그대로 스티브에게 건네주었어. 그것이 정말 위로의 의미로 준것인지 아니면 그냥 먹기 싫어 준것인지 확실할수는 없지만 스티브는 다 뭉게진 바나나를 받아들며 행복하게 웃음지었어. 얼마나 예쁘게도 웃던지 어린 토니가 아무런 생각없이 스티브의 볼에 뽀뽀까지 해주었어. 더욱 기분이 좋아진 스티브는 눈가가 다 벌게진채 웃으며 토니의 입술에 뽀뽀를 해주었어. 어찌보면 두 사람에게 첫키스와도 같은 뽀뽀였지. 나타샤는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반드시 남겨놓았어. 나중에 필히 쓰일 사진이었어.
그러나 평소에는 이렇게 어느정도 둘을 감당할수 있었지만 페퍼가 타워를 찾아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마저도 영 녹록치가 못했어. 페퍼만보면 얌전해지는 토니와 달리 바로 스티브가 가장 큰 문제였어. 페퍼의 품에 안긴채 절대 내려가지않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토니 때문에 페퍼에게 토니를 빼앗겼다 생각한 스티브는 목이 쉬어라 울곤하였고, 반대로 페퍼가 타워를 떠날때면 토니가 울고불고 해대니 어벤져스 멤버들은 미안하지만 페퍼의 출입을 당분간 자제해줄것을 부탁할정도였어. 페퍼는 아쉬워하며 마지막으로 토니에게 뽀뽀를 해주었어. 그리고 그날은 정말 헬 오브 헬이 오픈된 날이 되었지.
배너는 빌런빔의 효력이 얼마만큼 남아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낮잠을 자고 있는 스티브와 토니중 몰래 스티브를 빼내어 검사를 시행해보았어. 스티브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아프지않다고, 그냥 검사하는것 뿐이라는 배너의 다정한 목소리에 얌전히 검진을 받았어. 어려서부터 잦은 병치레로 병원을 오갔던 경험이 되생각나는지 스티브는 주사바늘이 다가와도 멀뚱멀뚱 쳐다만볼뿐이었어. 자신의 팔을 찔러넣는 주사바늘에도 스티브는 아프다고 우는 경우가 없었어. 오히려 이것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태도였지.
배너는 울지 않고 검진을 잘 참아낸 스티브를 칭찬해주며 사탕 하나를 주었어. 스티브는 사탕을 받아들고는 그것을 곧장 입안에 넣지않고 손안에 꼭 쥐고만 있었어. 분명 또 토니에게 주려고 챙겨넣는것이 분명했지. 배너가 웃으며 사탕 한개를 더 주었지만 스티브는 머뭇거리며 그 사탕 역시 자신이 먹지는 않았어. 배너는 스티브가 자신의 손에 사탕을 올려놓자 당황하며 물었어. ..나도 먹으라고? 스티브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어.
전쟁과 가난을 겪었던 스티브는 사탕의 달콤함을 알지만 그와 동시에 나눔의 미덕을 아는 아이였어. 아무리 어려져도 캡틴 아메리카다운 태도라 생각하며 배너는 스티브의 금발머리를 쓰다듬어주었어. 난 더 있으니 이건 네가 먹으렴. 배너가 다시 스티브에게 사탕을 돌려주었어. 스티브는 잠시 망설이다가 배너가 부드럽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자 결국 사탕을 자신의 주머니에 하나 더 챙겨놓았어. 아무래도 토니와 함께 먹겠다는 의미인듯싶었어. 배너는 그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 스티브에게 물었어.
"토니가 좋니?"
스티브는 고개를 끄덕였어. 사탕보다도 좋아? 스티브가 환하게 웃으며 다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어. 배너는 끅끅 웃음을 참아보려 용을 썼어.
"나중에 토니랑 결혼하고 싶어?"
아직 결혼이라는 뜻을 잘 모르는지 스티브가 고개를 갸웃했어. 배너가 영원히 함께 사는거야.라고 부연설명을 해주자 스티브는 기분이 좋은지 의자 위에서 방방 뛰었어. 평소 하지않던 행동이었지만 어지간히도 결혼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어.
"토니랑 결혼할끄야!"
결국 배너는 폭소를 터트리고야말았어. 평소라면 서로 이를 갈면서 노려보던 사이이면서 결혼이라니...ㅋㅋㅋㅋ 그래. 차라리 매일 물고 뜯고 싸우는것보다야 둘이 결혼이라도하는게 차라리 낫겠다 싶은 배너는 스티브의 손을 꼬옥 잡고 장난스럽게 말했어.
"그럼 앞으로 토니랑 싸우지말고 잘 지내야해. 울리지말고. 토니는 스티브보다 몸도 마음도 약하잖니? 스티브가 잘 이끌어줘야 토니랑 결혼할수 있는거야. 알았지?"
어린 스티브는 매일 약하다는 소리만 듣던 저보다 토니가 더 약하다는 말을 듣고 마치 결연한 다짐이라도 했는지 배너의 말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어. 배너는 힘내보라며 응원해주고는 스티브를 안아들고 연구실을 나섰어. 배너는 아마 이때 자신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복선이 되었는지 알지 못했을거야.
방안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토니는 자고 일어나니 스티브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어지간히도 놀랐는지 옆에서 바튼이 아무리 딸랑이를 흔들어주어도 스티브를 내놓으라며 울음을 그칠줄을 몰랐어. 그때 스티브를 안아든채 배너가 나타나자 나타샤가 진심으로 반가워했어. 나타샤는 토니에게 스티브가 왔다며 얼른 얼굴을 돌려주었어. 얼굴을 잔뜩 찡그린채 눈물 콧물이 범벅이가 된 못생긴 얼굴을 한 토니가 스티브에게로 손을 뻗었어.
"스으티브-"
어딜갔다 이제 오냐는듯 토니가 짜증을 부렸어. 스티브도 토니에게 가기위하여 배너의 품에서 발버둥을 쳤어. 배너가 내려놓자마자 스티브는 아장아장 달려가 토니를 꼬옥 껴안았어. 토니는 스티브의 옷에 콧물과 침을 잔뜩 묻히며 엉엉 울었어. 한 손으로는 고사리같은 손방망이로 스티브를 때리면서도 다른 손은 다시는 혼자 없어지지말라는듯 토니는 스티브의 옷을 놓아주지 않았어.
스티브는 토니의 반응이 마냥 좋은지 헤실 웃으며 토니의 볼을 잡았어. 그리고는 콧물과 침을 잔뜩 묻은 토니의 입술에 뽀뽀를 해주었어. 주변 사람들은 스티브와 토니의 두번째 키스 장면에 귀엽다고 씹덕사하였어. 하지만 다음 스티브의 말은 그들을 제법 당황시키게 만들었어.
"토니. 나랑 결혼하쟈!"
바튼은 순간 들고 있던 딸랑이를 떨어트렸고, 나타샤는 재빨리 핸드폰에서 녹음 버튼을 눌러놓았어. 배너는 진짜 저질러버렷네? 허허.. 맘편한 웃음만 지을뿐이었지.
스티브는 여전히 토니의 볼을 부여잡은채 한번 더 확고하게 말했어.
"나랑 결혼해서 영원히 같이 살자!"
토니는 큰 눈을 몇번 꿈벅였어. 모두가 스티브 만큼이나 토니의 대답을 흥미진지하게 기대하고 있었어. 잠시 스티브를 빤히 바라보던 토니가 천천히 입을 열었어.
"싫어."
스티브의 얼굴이 무너져내렸어. 금방이라도 눈물을 발사 준비한 스티브가 울먹이며 물었어. 왜, 왜에? 왜 나랑 결혼하기 싫어? 바튼은 부디 토니가 말을 조심해주기를 바랬어. 제발. 더 이상은.. 하지만 토니는 어려도 공격력이 확실한 재앙의 주둥이를 나불거렸어.
"너랑 맨날 같이 있기 싫으니까."
방금전까지만해도 스티브가 안보인다고 울던 녀석이 맨날 같이 있기 싫다는건 또 무슨 화법인지 바튼은 아무리 토니가 아이라 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어. 차라리 순진한 얼굴로 남자와 남자는 결혼을 못해!라던가 난 이쁜 누나들이 더 좋아!라고 말이라도 했으면... 아니, 그래도 스티브에게 상처를 주는건 똑같았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저 말보다는 파장력이 덜 컸을거였어.
토니는 스티브가 어떻게든 눈물을 참아내려고 끅끅 소리를 내면서 내가 지켜줄게에.. 나랑 결혼하자아아.. 하고 애걸하는걸 무시한채 어떻게 알았는지 스티브의 주머니에서 사탕을 찾아내어 두 개 다 자기 입안으로 쏙 넣었어. 사탕을 오물거리며 토니는 스티브가 우는 모습을 바라보기만하였어.
스티브는 자꾸만 온 몸이 늘어지는 기분이었어. 몸 깊은 곳에서 열기가 느껴졌고, 뼈 마디마디가 시큰거리듯이 욱신거렸어. 결국 더위를 못 참고 이불을 걷어찬 스티브는 몸을 움크리며 끙끙거렸어. 입을 뻥긋거려보았지만 쉬이 목소리가 나오지도 않았어. 각종 질병에 아파하던것이 익숙했던 스티브는 이것 또한 새로 발병된 병인건가하고 아이답지않게 태연하게 생각했어. 이번에는 또 무엇으로 자신을 괴롭히는걸까? 그래도 최근 이곳에 와서는 몸이 아프던것도 없어지고, 예쁘게 생긴 친구도 생겨 좋았는데 그리 오래가지는 못하는 모양이었어.
너랑 맨날 같이 있기 싫으니까. 스티브는 다시 눈을 감았어. 이젠 무언가 자신을 누르는 감각까지 추가되어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게 쉽지가 않았어. 열을 이기지 못한 스티브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어.
그때 스티브의 이마 위로 차가운 것이 올라오는게 느껴졌어.
"아파?"
토니가 스티브의 이마에 손을 올려놓고 있었어. 스티브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어. 평소라면 스티브가 울건말건 신경도 쓰지 않던 토니였지만 제법 상태가 심각해보이는 스티브의 모습이 걱정이 되기는 한지 옆을 떠나지않고 지켜주었어. 토니는 살살 스티브의 금발머리를 쓸어주었어. 어른들 불러올까? 스티브는 고개를 가로저었어. 괜히 이 늦은 시간에 어른들을 깨워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않았어.
토니는 스티브의 옆자리에 편히 눕고는 아프지말라며 스티브를 토닥여주었어. 조그마한 손이 등을 토닥이며 계속해서 아프지말라고 속삭이고 있었어. 스티브는 침대 커버를 잡아당기며 조그맣게 웅얼거렸어.
"토니. 나랑 결혼하쟈아.."
어찌보면 어린것이 참 집념이 강한것같았어. 토니는 물러서지않고 또 결혼하자 조르는 스티브를 가만히 바라보았어. 어리지만 커다란 토니의 눈이 무언의 이유를 말하고 있었어. 하지만 스티브는 그런 이유따위 모두 무시해버렸어. 그들은 어린아이였고, 그런 이유따위 중요하지 않았어. 토니는 스티브와 좀 더 제대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도록 침대에 얼굴을 대며 고쳐누웠어.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어린아이는 다시 한번 스티브의 청혼에 대답하였어. 스티브와 토니의 손이 꼬옥 맞잡아졌어.
나타샤는 거울을 보며 최근 자신의 피부상태가 심각해졌다는 사실에 좌절하였어. 스티브와 토니가 아이가 되어버리는 사건 이후 어지간히도 스트래스를 받은 모양이었어. 오늘은 또 이 말썽꾸러기 녀석들이 어떤 사고를 칠까한 생각에 나타샤는 절로 한숨을 내쉬었어. 울고불고 난리만 치지 않으면 어른이었을때에 비하면 참으로 귀여운 녀석들인데..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는 기간만큼 그녀가 얻게된 약점들에 비례하여 나중에 받아낼 대가들은 서서히 늘어만가고 있었어.
나중에 둘 다 원래대로 돌아오면 제법 볼만한 광경이 펼쳐질것이리라 기대하며 나타샤는 스티브와 토니의 방문 앞에 다다랐어. 그때 방 안에서부터 들려오는 토니의 우렁찬 울음소리에 나타샤는 얼굴을 찡그렸어. 내가 진짜 둘이 원래대로 돌아가기만해봐라... 차마 아이들 얼굴에 대고 짜증을 낼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나타샤는 최대한 미소를 유지하며 오늘은 또 무엇때문에 울고있는지 확인하기위하여 문을 활짝 열었어.
그리고 다음 순간 나타샤는 동작을 굳고 말았어.
"토, 토니. 울지 말게. 응? 울지 말라니까? 아, 나타샤. 마침 잘 왔네. 좀 도와주게나."
나타샤는 잠시 지금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민하였어. 금방이라도 쓰러져라 앙앙 울어대는 토니. 그리고 그런 토니를 상대로 벌거벗은 금발사내가 쩔쩔매며 나타샤에게 도와달라고 하고 있었어. 그냥 아이를 돌봐주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라 봐주고 싶어도 스티브가 아래까지 홀딱 벗고 있는 꼬라지이다보니 아무리 보아도 이 광경은 흡사 아동 범죄 사건을 연상케하는 오해장면이 연출되고 있었지.
스티브의 품에 안긴채 토니가 빽빽 소리를 질렀어.
"스으티브!!"
"그러니까 내가 스티브라니까, 토니. 제발 진정하고.."
"스티이브으으으으!!!! 아아앙!!"
토니가 목을 젖히고 어른 스티브가 아닌 아이 스티브를 찾아 울부짖었어. 스티브는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아이적 모습과 똑같은 모습으로 울상을 지었어. 나타샤는 그런 두 사람을 더러운 눈매로 바라보며 조용히 통신기를 꺼내 들었어.
"바튼. 잠시 이리로 좀 와줄래? 문제가 해결된건지 더 생긴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가 캡틴을 감방에 쳐넣어버리기 전에 옷 좀 챙겨가지고 와봐."
옷이라는 단어에 그제야 스티브가 자신의 아래상태를 확인하고는 얼굴을 붉혔어.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자신을 보고 충격받은 토니를 달래주느라 본인의 상태를 미쳐 챙기지 못한 스티브는 황급히 이불더미를 끌어다 아래를 가렸어. 스티브가 이불더미를 끌어모으는 동안에도 토니는 울음을 그칠줄 모른채 스티브만을 부르짖었어.
배너는 스티브의 뇌파를 몇번 더 검증하고 나서야 빌런빔이 효과가 떨어져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확정지어주었어. 아이였을때의 일이 드문드문 기억이 났던 스티브는 모두에게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였어. 바튼은 괜찮다며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웃어 넘겼고, 콜슨은 빌런들이 나쁜거지 캡틴이 잘못한게 아니냐며 스티브를 두둔하였어.
그때 배너의 통신기로 나타샤가 연락을 걸었어. 아직도 토니가 스티브를 찾는다고 그만들 좀 놀고 누가 자기랑 바톤터치라도 해달라는 나타샤의 한탄을 들은 배너는 조용히 스티브에게 통신기를 건내주었어.
결국 거의 등이 떠밀리다싶이 다시 토니에게 가게 된 스티브는 아직까지도 목이 찢어져라 자신을 찾는 아이 토니의 모습에 기분이 뒤숭숭해지는것을 느꼈어. 눈가는 다 짓물러지고, 목이 다 쉬어가면서까지 토니는 계속해서 스티브를 찾고 있었어. 나타샤는 쉴드 요원이 토니에게 제발 울지 말아달라고 애걸하는 꼴을 좀 보라고 턱짓으로 가리켜보였어.
"웃기죠? 정작 캡이 아이일때는 저렇게까지 당신을 좋아하지 않았던 주제에 이제는 진짜 혼자남게되니 겁에 질린 모양이예요."
"..저러다 탈진이라도 오지 않을까 걱정되는군.."
나타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페퍼가 올 때까지만이라도 시간을 끌어보라고 스티브를 밀었어. 나타샤에게 떠밀려 주춤주춤 다가가보던 스티브는 토니가 경계어린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자 어찌할바라를 몰라 다시금 나타샤를 돌아보았어. 나타샤는 엄하게 말했어.
"뭐해요? 당신 찾잖아요."
정확히말하면 내가 아니라 아이 스티브를 찾는거같은데.. 스티브는 용기있게 속마음을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어. 다시 토니에게 다가간 스티브는 어색하게 손을 흔들어 웃어보였어.
"안녕? 토니?"
토니가 아주 잠시 울던것을 멈추고 스티브를 빤히 바라보았어. 여전히 딸꾹질을 하긴했지만 쉴드 요원과 나타샤는 효과가 있다며 얼굴이 밝아졌어. 그러나 그건 몇 초에 불과한 기적이었어. 또 다시 토니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더니 왜 스티브는 없고, 또 스티비랑 닮은 저 이상한 아저씨만 데리고 오냐고 역성을 내는듯이 더욱 소리높여 울부짖었어. 토니의 목상태를 걱정한 스티브가 울지말라고 반사적으로 토니에게 손을 뻗었어.
그러자 쉴드 요원이 기회를 놓치지않고 토니를 스티브의 품에 강제로 안겨주었어. 얼떨결에 토니를 받아든 스티브는 토니가 그의 품에서 자지러지며 발버둥을 치는 바람에 하마터면 토니를 떨어트릴뻔하자 허둥지둥 고쳐 안았어. 업무가 급했던 쉴드 요원은 스티브에게 그럼 부탁드린다고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곤 재빠르게 자리를 도망쳐버렸어.
어정쩡하게 토니를 안아든 스티브만이 멍청한 표정을 지어보일뿐이었어. 토니는 스티브의 품에 안겨있으면서도 스티브를 내놓으라고 머리카락이나 볼을 잡아당기거나 주먹과 발길질을 해대었어. 만약 아기 스티브가 있었더라면 울지 말라고 토니를 안아 능숙하게 위로해주었을테지만 어른 스티브의 위로방식은 짜증날정도로 어설프기만하였어. 스티브는 금방이라도 토니가 목청껏 울음을 터트릴까 두려워 땀을 뻘뻘 흘렸어.
결국 나타샤가 나서서 토니의 관심을 돌릴 무언가를 빠르게 찾아 찔러넣었어.
"토니. 자꾸 울기만하면 여기 있는 스티브 형아도 집에 가버린다? 그럼 진짜 스티브랑 영원히 바이바이 해야할지도 몰라."
"스으..티브.. 흐극.."
스티브와 바이바이라는 단어가 제법 효과가 있었는지 토니가 장전해두었던것을 서서히 가라앉혀갔어. 눈물이 가득 맺힌 토니의 커다란 눈동자가 나타샤를 올려다보았어. 퍽킹 스타크. 귀엽긴 더럽게 귀엽기도 하네..
"그래, 그래. 여기있는 스티브 형아한테 잘 보여야지, 스티브도 다시 오고 그러는거야. 계속 그렇게 울기만 하면 스티브도 왔다가 다시 가버릴껄?"
나타샤의 설득에 토니가 다시 스티브를 토니는 나타샤를 번갈아 바라보았어. 정말로 스티브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토니의 기세가 많이 줄었어. 토니는 스티브의 옷을 잡아당기며 기운없이 웅얼거렸어.
"아플텐데.. 스티브 많이 아플텐데에.."
아무래도 토니는 어젯밤 스티브가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끙끙앓았던걸 말하는듯했어. 밤새 아프던 친구가 눈 떠보니 사라져버리니 얼마나 놀라지 않을수 있겠어? 혹여 몸이 안 좋던 스티브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 아닌가한 생각에 토니는 스티브에게 아이 스티브가 아프다고 어서 데려와야한다고 졸라대었어.
스티브는 난처하단듯 토니를 내려다보면서 어젯밤 자신의 등을 토닥여주던 토니의 모습을 기억해냈어. 아프지말라며 토닥여주던 조그만 토니의 손은 절대 스티브의 손을 놓지 않지않았어. 나란히 누운채 예쁘게 접혀 웃는 토니의 눈꼬리가 어린 스티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어. 스티브는 끈질기게 자신이 토니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곤 남몰래 얼굴을 붉혔어.
그러나 그런 스티브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이 토니가 코를 훌쩍이며 중얼거렸어.
"내가 흑, 결혼해줄테니까아.. 스티브 데려와요오.."
이제 괴롭히지도 않고, 울지도 않을테니까.. 토니가 히끅히끅 숨을 들이키며 눈가를 비볐어.
스티브는 토니의 대답에 입을 뻐끔거렸어. 어젯밤 자신의 손을 잡아주던 토니의 대답이 다시 귓가를 울렸어. 나타샤는 생각이 뻔히 보이는 스티브의 얼굴을 한심스럽다는듯이 바라보다가 토니에게 몸을 숙여 낮게 소근거렸어.
"토니. 스티브가 보고 싶니?"
토니가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어. 나타샤는 토니의 벌게진 눈가를 손가락으로 쓸어 만져주었어.
"돌아오면 싸우지도 않고, 사이좋게 지낼꺼야?"
웅웅! 금방이라도 나타샤가 아이 스티브를 데려오기라도 할것만같아 토니가 눈을 반짝였어. 스티브는 그런 토니의 눈을 바라보며 쓰게 웃음지었어. 나타샤가 스티브를 똑바로 바라보며 토니에게 또 다시 질문하였어.
"스티브랑 결혼도 해주고?"
"로, 로마노프!"
"웅웅. 내가, 내가 결혼도 해줄게. 그니까 스티브 데려와주세요."
순식간에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대답을 한 주제에 토니는 순수하기만했어. 나타샤는 얼굴이 타오르듯 벌게져가는 스티브를 향해 픽 웃었어. 뭐?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사이가 안좋아? 웃기게 있네. 정말이지 남자들은 눈치가 꽝이었어. 나타샤는 스티브의 어깨를 세게 쳐주었어.
"잘됐네요. 캡틴. 원하던 대답을 들을수 있어서 말이예요."
스티브는 장난치지 말라고 입으로는 외쳐대면서도 눈동자만큼은 감정을 그대로 들어낸채 흔들리고 있었어. 토니만이 아무것도 모른체 그럼 이제 스티브 볼 수 있어요? 언제 데려올거예요? 하고 졸라대었지.
슈퍼혈청의 변수를 생각하지 못해서 그렇지 민간인인 토니까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건 못해도 2,3일. 나타샤는 자신이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토니가 원래대로 돌아온다면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할거라 기대하며 토니와 스티브를 방안에 남겨둔채 떠나갔어.
드디어 저 얼간이같은 남자의 짝사랑은 이번 기회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억만장자를 잡을수 있느냐 없느냐의 결과를 달리 할것이었어. 물론 몰래 스티브의 얼굴을 훔쳐보던 토니를 기억하는 그녀로서는 그 결과까지도 쉽게 예측이 가능하였지만 말이야.
복도를 걷는 나타샤의 콧노래 소리는 유쾌하기만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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