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연락 좀 받게.-S]
[그날 일은 내가 멋대로 오해하여 정말로 미안하네. 좀 더 자네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섣불렀어.-S]
[아무리 화가 나도 제발 전화 정도는 받아주게.-S]
[자네가 일이 바빠 자리를 비운적은 많지만 이렇게 연락도 없으니 걱정이 되는군.-S]
[잠은 제대로 자고 있는건가?-S]
[자넷에게 이야기 모두 들었네. 아직도 그 쿠키가 있다면 좀 먹어볼 수 있을까?-S]
[토니. 벌써 이주째야.-S]
[페퍼양에게 들었네만 이번 출장이 굳이 갈 필요는 없었다고 하더군. 나한테 아직도 화가 난건가?-S]
[..출장이 길어지는 모양이군.-S]
[보고싶네.-S]
[난 아직도 자네가 나같이 싸가지 없고, 재수 없는 성격의 최악인 남자와 사귀는 이유를 모르겠어.-T]
[그게 무슨 소리인가? 누가 자네에게 그런 소리를 한건가?-S]
[글쎄..-T]
[토니. 자네는 그 누구보다도 사랑스러운 나의 연인이네.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자가 있다면 얼굴에 주먹을 날려버리게나.-S]
[..진심이야?-T]
[난 언제나 자네 편이야.-S]
[여러 의미로 감동적이네.-T]
[..내일이면 공항에 도착할거같아. 아마 점심쯤?-T]
[그럼 오랜만에 같이 식사하는건 어떻나?-S]
[전에 갔던 그 이상한 식당은 가지말자. 거긴 내 입맛에 맞지 않았어.-T]
[근처에 중국식 식당이 새로 열렸더군.-S]
[거기도 맛 없으면 자네 얼굴에 주먹을 날릴거야.-T]
[침대 위에서?-S]
[맙소사, 이 문자는 보관해놔야겠군.-T]
이주가 넘는 문자 세레만에 겨우 토니의 기분을 풀어낸 스티브는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며 절로 입가에 웃음을 걸었어. 덕분에 앞서 지나가던 남자와 부딪힐뻔했지만 스티브는 사과를 하면서도 좀처럼 웃음을 지울 수 없었어.
오랜만에 가진 휴식시간을 틈 타 토니의 마중을 나가던 스티브는 슬쩍 꽃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어. 그리고 얼마 고민하다가 한번쯤은 선물해주고 싶단 생각에 점원을 불렀어. 점원은 익숙하게 연인에게 드리실거냐 잡담을 나누며 원하시는 꽃들을 포장해주었어. 꽃을 받아든 스티브의 얼굴이 마스크를 벗은 캡틴 아메리카라 생각이 들지 않을정도로 부드럽게 웃음 짓고 있었어.
스티브는 지갑을 꺼내기 위해 자켓에 손을 넣었어. 그러나 정작 손에 잡혀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 텅 비어있는 호주머니에 당황한 스티브는 주머니를 뒤집어 보기도 하고, 다른 주머니를 이리저리 뒤저보았지만 지갑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었어. 점원이 소매치기를 당하신건 아니냐고 걱정스럽게 물어보자 스티브가 훽 소리가 날 정도로 방금전 남자와 부딪혔던 위치를 돌아보았어. 이미 저 멀리 골목길 안쪽으로 남자가 도망가고 있는 뒷통수가 보였어.
점원에게 꽃다발을 맡아달라 부탁한 스티브는 그대로 남자가 사라진 방향으로 뛰어갔어. 지갑 안에 있는 돈보다 그 안에 들어있는 연인의 사진을 남에게 보이기도, 도둑맞기도 싫었어.
남자는 한참을 더 골목 사이사이를 누비다가 잠시 숨을 돌리듯 뒤를 돌아보았어. 이만큼 도망쳤으면 저 멍청한 자도 더이상 쫒아오지 못하리라 자신한 남자는 휘파람을 불며 지갑을 확인해보았어. 의뢰비를 받을 뿐 아니라 추가로 저 멍청한 놈의 돈까지 자신의 수중에 들어오다니.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라 생각하며 남자가 지갑을 열어제키려던 순간이었어.
"도둑질을 하려면 좀 더 달리기를 연습하는 편이 좋을거같군. 손놀림에 비해 발은 그다지 실력이 없어보여."
바로 뒤에서 스티브가 팔짱을 낀 채 무표정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어. 남자는 반사적으로 도망가기위해 두 다리를 움직였지만 그보다 캡틴 아메리카의 반사신경이 훨씬 빨랐어. 그대로 벽에 얼굴을 부딪힌 남자는 팔이 꺽인 자신의 팔에 고통어린 비명을 질러대었어. 그리 세게 잡지도 않았것만 참 엄살이 심한 남자같아 보였지.
"다음부턴 누군가의 지갑을 훔칠 생각보다는 스스로 돈을 벌 생각을 해보도록 하게."
아프다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려던 남자는 어딘가 들어본듯한 익숙한 낮은 목소리에 눈을 큽 떴어. 매일같이 TV에서 미국의 국기가 그려진 방패를 휘두르는 어벤져스들의 수장이 지휘하던 남자를 연상케 할 정도로 목소리가 완벽한 판박이었어. 남자는 그제야 자신의 팔을 꽉 쥔 억센 손의 주인을 깨닫자 가슴이 철렁하는걸 경험할 수 있었어.
"캐,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는 대답하지 않은채 그저 손만 뻗어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지갑을 주워 들었어. 여유롭게 사진 속 토니의 얼굴에 묻은 흙먼지를 털은 스티브는 그것을 고히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어. 여전히 스티브의 손에 잡혀 벽에 얼굴을 문댄 남자가 자신이 캡틴 아메리카의 지갑을 훔쳤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였어.
"젠장. 나, 난 잘못 없어! 난 그저 돈을 받고 부탁을 받았을 뿐이라고! 댁이 캡틴 아메리카인지 알았더라면 절대 이런짓따위 하지 않았을거야!"
"..부탁? 누구한테 말인가."
그냥 단순한 소매치기라 생각했것만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식의 남자의 말에 스티브가 손에 힘을 주었어. 고통에 남자가 거의 소리지르듯 대답했어.
"데, 데드풀! 그 안티 히어로인가 뭔가 하는 미친 녀석이 내게 부탁했어! 이 시간에 여길 지나가는 금발 머리 남자의 지갑을 훔쳐 시간을 끌어달라고!"
스티브의 눈썹이 올라갔어. 시간을 끌어달라고? 데드풀이 어째서 그런 짓을 한거지? 좀 더 자세히 얘기 해 보란식으로 남자를 좀 더 벽쪽으로 밀자 남자는 더 이상 모른다고 그냥 자기가 아는거는 그게 다라고 자기 변론을 해대었어. 더이상 남자에게 알아낼 정보가 없자 스티브는 더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남자의 손을 놓은채 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미친놈이 굳이 자신이 갈 약속 사이에 시간을 끼었더라면 답은 그가 향할 장소로 밖에 없었어. 토니..! 골목길을 내달리는 스티브의 발걸음이 빨라졌어.
공항에 막 도착한 토니는 비행기에 내리자마자 무언가 찾는듯 주변을 살펴보았어. 개인 활주로였기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마중 온 사람도 없것만 누군가를 기다리는듯한 토니의 모습에 페퍼가 슬쩍 저흰 먼저 가볼까요? 하고 물어보았어. 토니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페퍼가 눈치껏 경호원들과 비서들을 끌고 자리를 비켜주었어.
혼자 남게 된 토니는 몇번 시계를 확인하였어.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긴건가? 자신들의 직업적 특성을 알기에 늦거나 오지 못한 것에 이해는 갔지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어. 마중 나와줄 줄 알았는데.. 사정이 있어 늦으리라 이해한 토니는 좀 더 기다리기로 마음먹고 벽가에 등을 기댄채 스티브를 기다렸어.
그때 근처에서 부우웅-하는 귀를 찢을듯한 소음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어. 스티브인가한 마음에 토니는 몸을 바로 세우고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어. 그러나 활주로 안으로 들어선 스포츠 차는 멀쩡한 출입구를 내버려 둔 채 철장을 뛰어넘는 위험한 곡예를 부림으로써 절대 스티브가 아님을 증명해보여줄 뿐이었어.
토니는 구조물을 이용해 3단 점프를 해낸 스포츠 차가 처참하게 바닥을 나뒹구는 모습에 몸을 주춤했어. 만약 탑승자가 익숙한 붉은색 쫄쫄이만 아니었다면 상태를 확인하러 달려갔을 터였어. 아쉽게도 상처 하나 없이 차에서 기어나온 데드풀은 벌떡 일어나자마자 토니를 발견하고 밝게 소리쳤어.
"제 시간에 내가 먼저 도착했어!"
<유럽에서는 인사를 볼에다 키스로 한다며?>
(알로하-!)
그대로 두 팔을 벌려 달려드는 데드풀을 토니는 능숙하게 피해냈어. 안그래도 기분이 그리 좋지 않거늘 기다리던 이는 오지 않고 전혀 반갑지 않은 인물만 나타나니 짜증이 배가 되었어. 데드풀은 그런 토니의 표정은 보이지도 않는지 여전히 깨발랄을 떨며 박수를 쳤어.
"자,자. 내가 이번에는 새로운 걸 준비했거든? 그런데 이번건 토니 네 도움도 필요해!"
<갑자기 멀리 가버리는 바람에 준비를 제대로 못 할뻔 했잖아.>
(덕분에 순서도 놓칠뻔했지! 아슬아슬했어!)
토니가 어느 공항에 도착하는지 알지도 못한채 무작정 출발한 바람에 기껏 벌어놓은 시간들을 허비해버린 데드풀은 스티브가 도착하기 전에 어서 빨리 준비해야한다며 토니를 재촉했어. 토니가 저리 꺼지라며 데드풀의 손을 차갑게 쳐냈지만 데드풀은 괘념치 않고 짐 덩어리에서 무언가를 자랑스럽게 꺼내보였어. 데드풀의 손에 들어올려진 천 쪼가리에 토니가 어처구니가 없다는듯 입꼬리를 비틀었어.
"그래서 뭐. 나보고 그걸 입으라고?"
"역시 스타크! 설명이 필요 없어!"
예전에 스파이더맨과 페어로 힛 몽키 사건때 입었던 메이드 복을 용케 버리지 않고 보관해 뒀는지 데드풀이 꺼내든 메이드 복이 치마를 팔랑이며 자신의 깨끗한 상태를 검증해보였어. 토니는 도대체 왜 자신에게 저 옷을 입으라고 들이대는지 굳이 데드풀의 정신상태에 괜한 태클을 걸고 싶지 않았어. 그저 녀석에게서 한걸음 더 멀어질 뿐이었지.
"그 디자인을 입느니 차라리 페퍼한테 전에 내가 입던걸 달라 하겠다."
농담조로 툭 던진 말이었지만 데드풀은 예상 외의 토니의 발언에 시끄럽게 굴었어. 아이언맨한테 그런 취향이 있는줄은 몰랐는걸? 역시 이걸 입고 이런저런 플레이를 즐겼던 거였구나! 역시 히어로들은 노는 물들이 달라!
토니는 데드풀이 무어라 떠들든 깔끔히 무시한 채 핸드폰을 꺼내들었어. 아무래도 이 미친놈이 있는 한 이곳에서 가만히 스티브를 기다리는것에 한계가 있을 듯 했어. 그러자 타이밍좋게도 곧바로 스티브에게서 전화가 오고 있었어.
"스티브?"
-토니, 자네 지금..
"안되지, 안돼! 아무리 보고 싶어도 이 타이밍에는 서방님과 기다림의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겠어?"
토니가 채 반항하기도 전에 순식간에 핸드폰을 낚아챈 데드풀이 손가락을 까닥여 보이며 혀를 차대었어. 당장 내놓으라고 토니가 달려들었지만 데드풀은 요령좋게 빠져나오며 약을 올렸어.
"당장 이리 안내놔!"
-..데드풀! 토니한테 무슨..
"자기야, 조금 있다 봐앙~"
데드풀은 핸드폰에 대고 입술을 죽 내밀어 뽀뽀를 해준 다음 화가 난듯한 목소리의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트려 발로 지긋이 밟아 주었어. 최신식 스타크 핸드폰이 데드풀의 발 아래 처참히 부셔져 버렸어. 토니는 자신의 핸드폰의 최후를 바라보며 이를 으드득 갈았어.
"너 이..!"
"자, 내가 준비는 다 해놨으니까 토니는 그냥 이 옷만 입고 캡틴이랑 주인님 서비스를 하면서 침대를 뒹굴어주기만 하면 될거야. 끝내주지 않아? 분명 캡틴이 오늘밤 허리를 이차로 부셔버릴지도 몰라!"
잔뜩 구겨져있던 토니의 얼굴이 일순 당황이 스쳐지나갔어. 저 미친놈이 지금 평소처럼 정신나간 헛소리를 하는건지 아니면 진짜 스티브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뭘 알고 저리 떠드는건지 조금 혼란스러웠어. 짧게 머릿속에서 고민을 마친 토니는 데드풀의 의심에서 말을 돌리려 입술을 떼었어. 하지만 데드풀은 눈치가 좋은건지 아니면 더럽게 안좋은건지 윙크를 날리며 토니의 고민의 정답을 알려주었어.
"걱정하지마! 너희 비밀 아지트에 대한 비밀은 지킬테니 마음 놓고 뒹굴어도 괜찮아!"
<우리가 망을 봐줄게!>
(덤으로 구경도!)
토니는 딱딱하게 몸을 굳혔어. 철저한 완벽주의적 성격에 맞게 섬세하게 숨겨왔거늘 어떻게 다른 예민한 녀석들조차 알기 어려웠던 자신들의 관계를 저 미친놈이 제일 먼저 알아챈것이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 토니가 네가 거길 어떻게 알냐는듯 노려보자 데드풀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빙글빙글 웃었어. 난 남는게 목숨과 돈. 그리고 시간이거든. 토니가 데드풀을 경계하며 매섭게 노려보았어.
"원하는게 뭐야?"
데드풀은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하냐며 대놓고 서운하다는듯 어깨를 늘어트렸어. 단지 순수한 의미라는 자기 변론은 이미 데드풀이라는 명제에서부터 틀려먹었거늘 데드풀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었어.
토니가 끝까지 믿지않자 잠시 자신의 입가를 툭툭 치던 데드풀은 그럼 이건 어떠냐며 반갑게 손을 들어올렸어. 그리고는 곧장 손을 뻗어 토니의 어깨를 벽가에 밀쳐넣었어. 덕분에 머리를 세게 박은 토니는 잠시 눈가를 찌푸렸어. 반사적으로 반격을 하기위해 토니의 손도 올라갔어. 그런데 그 손을 막아내듯 토니에게로 하늘하늘한 천이 들이워졌어.
데드풀은 원하는건 그저 토니가 이 옷을 입고 스티브와 뒹구는걸 보고 싶다는것이라는듯 토니와 옷 사이즈를 눈대중해보였어. 얼추 맞을수 있다며 신나한 데드풀은 어서 이걸 입고 아지트로 돌아가자고 팔짝팔짝 거렸어. 그 모습을 어처구니가 없다는듯 바라보던 토니는 문득 자신들의 아지트의 위치를 데드풀이 알고 있단 사실을 새삼 깨닫자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빠르게 스쳐지나갔어.
아무도 알지 못하는 그들만의 아지트에 그날 타이밍 좋게 방을 찾아온 콜걸의 정체가 그에게 답을 가르켜주고 있었어.
"..그 콜걸이 네 짓이었어?"
데드풀은 토니의 질문에 뿌듯한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확답 해주었어.
"사랑하는 연인과 특별한 밤 이벤트!"
<꽤나 화끈하게 놀던걸?>
그렇게까지 가구들을 부수고 놀 정도로 화끈한 사이일줄은 몰랐다며 데드풀이 좋아라했어. 토니의 표정이 어떤지도 모른채 데드풀이 계속해서 입을 나불거렸어.
"2탄으로는 사랑하는 연인의 두근두근 보이스 메세지도 준비했었었지!"
<어지간히도 감동받았나봐? 부끄러워 얼굴도 못 보고 도망가 버리다니 말이야.>
(그때 먹은 쿠키로 우린 한 사흘은 죽었다 살아났다를 반복했는데 말이지.)
<정말 끝내줬어! 덕분에 데스와 부루스를 출 수 있었고 말이야!>
"..그걸 네가 먹었어?"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더니만 자신이 힘들게 만든 쿠키의 행방이 이제야 밝혀졌단 사실에 토니의 입가가 서서히 싸늘해졌어. 다른것보다도 자신의 쿠키의 결말이 가장 토니를 들끓게 만들고 있었어. 하지만 데드풀은 눈치없게도 그저 활짝 웃으며 메이드 복을 흔들어 치마 부근을 팔랑여보일 뿐이었어.
"이번껀 사랑하는 연인의 아찔한 여장 플레이!"
장기간 출장으로 보지 못한 연인의 서운함이 최고조에 올랐을 캡틴을 위해 미리 예쁜 메이드 복장을 입은 토니가 주인님 플레이를 할 계획에 데드풀이 자신의 아이디어가 끝내주지 않냐며 소란을 피웠어. 정말이지 가만 내버려둔다면 스파이더맨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쉬지않고 입의 모터를 돌리는 녀석이었지.
토니가 그런 데드풀을 향해 싱긋 웃음을 지어주었어. 입김이 느껴질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던 데드풀은 가까이에서 처음보는 토니의 웃음에 지금 날 유혹하는거냐고 놀라워했어. 토니는 그저 대답없이 언제부터인가 아머가 끼워진 손을 조용히 들어올려주었어. 데드풀이 입을 뻐끔거릴 틈도 없이 토니의 손에서 푸른빛이 쏟아져나왔어.
아쉽게도 짐승같은 반사신경으로 리펄서 빔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데드풀은 토니의 행동이 이해가 안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곧 깨달았다는듯이 손벽을 쳤어.
"혼자 하기 부끄러워서 그래? 그러면 또 콜걸을 불러줄까?"
<그러지말고 이번엔 우리까지 끼어 난교파티를 하는거야!>
(오, 그거 좋다! Party Time!!)
자신들의 의견에 데드풀이 두 팔을 벌려 좋아라 환호했어. 가장 좋아하는 거유 미녀가 둘이나 같이 난교파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어지간히도 좋은 모양이었어. 결국에는 토니가 한번 더 빔을 날려주는 결과만 가져왔지만 말이야.
죽는건 아니지만 맞으면 제법 아팠기에 리펄서 빔을 피하면서도 데드풀은 아니면 스파이더맨도 부를까?란 되도 않는 말을 주절거렸어. 그러다 데드풀의 등이 어딘가 풍만한 가슴팍에 맞닿아졌어. 스파이더맨은 아니지만 강렬한 위험신호를 받은 데드풀이 기대하며 뒤를 돌아보았어.
"..그럼 결국 모두 데드풀, 네 탓이었단 말이로군."
얼마나 빨리 뛰어온건지 슈퍼솔저인 스티브가 살짝 숨을 고르며 데드풀을 내려다보고 있었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포섭하여 길을 막아내었는지 노숙자부터 파파리치, 창녀들까지 그에게 달려들어 여기까지 오는데만 빌런놈들을 상대하는거에 배는 힘이 들 지경이었어. 데드풀은 스티브의 등장에 그러게 토니가 능그적거려 늦어버렸다며 아쉬워하는 모양새로 툴툴거렸어.
"아직 준비가 덜 됬는데 그것 참 성질 급한 신랑이네!"
스티브는 한푼만 달라고 옷가지를 잡고 늘어선 노숙자로 인해 잔뜩 엉망이 된 자신의 셔츠의 팔을 조용히 걷어붙였어. 토니를 벽가에 가둔채 요상스런 자세를 잡았던걸로도 모자라 대충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데드풀이 해온 만행 이야기는 제 아무리 캡틴 아메리카라도 머리끝까지 화가 나는 모양이었어. 뒤에서 토니가 아머를 마저 착용해 입으며 말을 걸어왔어.
"오늘 데이트는 조금 늦어질듯 싶군."
굳이 스티브의 입에서 동의의 대답이 나오기 이전에 이미 데드풀은 캡틴 아메리카의 주먹에 맞아 저 만치 나뒹굴고 있었어.
[걱정마! 스파이디! 내가 너의 가정을 지켜내었어!-D]
스파이더맨은 도대체 자신의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알아낸건지 누군지 못 알아볼까봐 친절하게 붙은 D라는 이니셜을 보곤 인상을 팍 찡그렸어. 그가 아는 D라는 명칭중 뜬금없는 문자를 보낼 녀석이라면 한 녀석 밖에 없었어. 스파이더맨이 문자를 삭제하기위해 핸드폰을 만지려는데 곧이어 또 다른 문자들이 연이어 날아왔어.
[스파이더맨. 네가 누굴 만나고 사귀든 문제 삼지는 않겠지만 친구는 가려 사귀도록 해라.-S]
[데드풀인지 퍼킹풀인지 한번만 더 그 녀석을 꼬여놓으면 그땐 너도 같이 우주 밖으로 날려버릴테니 알아서 하도록해.-T]
왠지 모르게 분노가 섞인듯한 스티브와 토니의 문자에 스파이더맨은 도대체 무슨 말들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고자 했어. 하지만 무슨 말씀이신거냐고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새로운 문자가 도착했어. 잠시 망설이던 스파이더맨은 수상스런 그 문자를 열어보았어.
[장인 장모님과 사위의 즐거운 시간☆-D]
짧은 문구 밑에 사진 한장이 첨부되어 보내져 있었어. 스파이더맨은 그 사진을 보고 저도 모르게 숨을 헉 하고 크게 들이셨어.
어디서 맞고 왔는지 만싱창이가 된 데드풀이 피 투성이로 쓰러진채 해맑게 찍은 셀카 뒤로 스티브와 토니가 스트레스를 다 털었다는듯 유유히 뒤로 돌아가는 모습이 같이 찍혀져 있는 사진이었어. 미칠듯한 힐링팩터로 설마 데드풀이 벌써 일어났으리라 생각하지 못하였는지 스티브와 토니는 자신들의 오해로 두달이나 싸웠다는 사실에 안타까워하며 도란도란 사과를 나누는듯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어. 그리고 그 평화로운 사과를 서로의 입술을 부딪히는거로 하고 있었지.
스파이더맨은 잠시 핸드폰을 껐다가 다시 전원을 켜 문자를 재확인하였어. 에이 설마 캡틴이랑 보스가... 그러나 아무리 껐다 키고 다시 보아도 데드풀이 보내온 사진은 바뀌지 않았어. 합성인가 유심히 사진을 볼수록 그러고보니 최근들어 캡틴이랑 보스가 가끔 둘만의 수상스런 행동들을 스파이더 센서로 느낀거 같단 알고 싶지 않은 기억만 떠오를뿐이었어.
장기간 사진을 보던 스파이더맨은 자신이 알게 된 진실에 잠시 천장으로 고개를 돌렸어. 두 사람이 사귄다는 사실도 사실이지만 데드풀 녀석이 어떻게 그 비밀을 알아낸건지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어.
그저 스파이더맨은 뭐가 되었든 이런식의 아웃팅은 옳지 못하다 판단하여 조용히 데드풀의 사진을 삭제하였어. 엄연히 캡틴과 보스가 스스로 말해주기를 기다리며 덤으로 데드풀의 번호도 스팸으로 돌려버렸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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