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빌런들이 터트려대는 폭발 소리가 귀를 울려대었다. 꼭두 새벽부터 터져대는 그 폭발음에 시민들은 비명을 지르며 히어로들을 부르짖었다. 아이언맨의 명령하에 어벤져스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으나 빌런 녀석들은 요령좋게 어벤져스들을 피해나가며 설치해둔 폭탄 스위치를 눌러대었다.
빠르게 주변을 스캔함으로써 폭탄의 위치를 파악한던 토니는 저 멀리 붕괴되는 건물 아래 울부짖는 아이를 발견해내었다. 곧장 아이에게로 날아감으로써 건물 잔해가 아이의 머리 위로 쏟아지기 바로 직전 토니는 아이를 잡아챌 수 있었다.
"쉬, 괜찮아. 괜찮아."
토니는 자신의 아머에 안겨 눈물을 터트리는 아이를 어설프게 달래었다. 아이언맨의 서툰 토닥임에 코를 몇번 더 훌쩍이던 아이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구해준 아이언맨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아이의 입에서 비명과 같은 외침이 토니의 귀에 먹혔다.
한순간 방심한 틈을 타 빌런이 바로 뒤쪽에 폭탄을 터트린 모양이었다. 토니는 반사적으로 아이를 자신의 품으로 바싹 끌어안아 보호하였지만 비어버린 등은 폭발의 여파로 공중을 붕 날게 만들었다. 천둥처럼 울리는 폭발음과 바위 부서지는 소리가 모여 지면을 흔들었다. 거칠게 땅바닥을 뒹굴게 되면서도 최대한 아이에게 충격이 가지 않도록 꽉 안은 토니는 폭발음이 멈추자마자 허겁지겁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좀 생채기가 난것만 제외하면 아이는 크게 다치지 않아보였다. 엉엉 우는 아이의 울음 뒤로 끼기긱- 하는 불길한 소음이 섞여 들려왔다.
땡땡 울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키려던 토니는 문득 자신의 다리 상태에 얼굴을 찌푸렸다. 타는듯한 고통이 다리를 시작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대로는 자신보다도 아이의 안전이 위험하단걸 직감적으로 깨달은 토니는 여전히 울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말에 집중시켰다. 계속된 토니의 노력끝에 아이가 겨우 토니의 말을 집중할수 있게 되자 토니는 아머 헤드를 열며 씨익 웃어보였다.
"안녕. kid. 울음은 다 그쳤니? 이름이 어떻게 되지?"
"데, 데이브.."
"좋아, 데이브. 이 아저씨는 지금 저기 못된 악당들과 싸우느라 조금 바빠. 그러니 아저씨를 위해 데이브가 좀 도와줬으면 하는데, 해 줄수 있겠니?"
아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토니가 고맙다며 저 멀리 쉴드 요원들이 있을 방향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켜주었다.
"저기 다른 아저씨들이 있는 방향으로 뒤돌아보지 말고 달려. 절대 돌아보지 말고, 무조건 앞으로 달려가. 내 말 알겠지?"
"가, 같이.."
"아저씨는 다른 일로 바빠. 만약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도착하면 널 안전한 장소로 데려다 달라고 하렴. 해줄수 있겠지? 데이브?"
아이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렸다. 하지만 토니가 계속해서 괜찮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토니의 손길에 조금은 진정이 되었는지 살짝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빙그레 눈웃음을 진 토니는 아이의 용감함을 칭찬했다. 아이는 금방 다른 사람들을 불러오겠다며 다짐하듯 토니의 품에서 빠져나와 앞으로 내달려갔다.
토니는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어느정도 아이가 안전거리를 간 것을 확인한 후에야 자신의 다리 상태를 내려다보았다. 아무래도 뼈가 부러진 모양인듯 싶었다. 곧이어 타이밍좋게도 이마에서 뜨뜻한 감촉이 느껴지더니 이마선을 타고 방울방울 핏방울을 떨어트렸다. 토니는 자신의 다리를 깔아뭉갠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들을 리펄서 빔으로 부셔트려버리고는 거의 팔힘만으로 몸을 일으켰다.
잠시 몸을 기대기위해 벽가에 손을 얹어보았지만 금이 간 벽은 금방이라도 무너질듯 불길한 쇠소리를 키울 뿐이었다. 토니는 그나마 멀쩡한 반대쪽 다리에 힘을주어 거의 끌다싶이 앞으로 나아갔다. 소리와 무너진 상태를 보건데 이 정도 속도로는 상당히 위험할듯 싶었다.
저멀리 나타샤가 토니의 상태를 발견하였는지 그에게 무어라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고 있는게 보였다. 토니는 그런 나타샤를 향해 어서 빨리 와서 나 좀 구해달는듯이 힘겹게 입꼬리를 끌어 올려 보였다. 머리 위 천장에서 불길한 소음이 더 커져갔다. 아머의 어깨로 투둑 떨어지는 돌덩어리들은 어느새 그 양이 늘어났고, 곧이어 균열은 붕괴로 이어졌다. 머리 위를 뒤덮는 그림자가 슬로우모션처럼 토니를 향해 덮쳐눌러왔다. 그순간 누군가 토니의 허리를 잡아챘다.
"토니!"
나타샤가 건물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주변을 뒤덮은 먼지 바람과 무너진 잔해들만이 전부였다. 나타샤는 거친 모래 폭풍을 마시듯 가슴을 들썩였다. 나타샤가 절망 어린 목소리로 토니의 이름을 되내이자 빌런을 제압시키던 토르가 그녀의 곁으로 날아왔다. 처참할정도로 무너져버린 건물에 토르가 황급히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나타샤가 그런 토르를 붙잡아세웠다. 고개를 가로젓는 그녀는 이미 건물 아래 무너져버린 토니의 상황을 예견한듯 냉정하기만 했다.
아머의 기능이 그리 쉽게 토니의 목숨을 앗아가도록 하진 않겠지만 이미 전투중 아머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던 토니의 상태를 떠올려보건면 희망은 어쩌면 불가능한걸지도 모를 일이었다. 쏴- 하며 쏟아지는 빗소리가 이제는 장송가처럼 울리고 있었다. 저멀리 빌런 서너마리를 날려버리고 있던 헐크가 모여있는 나타샤와 토르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발견하였는지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잔해더미를 향해 포효했다. 토니를 부르는 울부짖음에 빌런들마저 눈치를 보듯 주춤거릴 정도였다
그 순간 잔해들 사이로 무언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순간 번쩍 든 희망에 토르가 토니를 부르며 안에 든 이가 나올 수 있도록 건물 잔해들을 마구 파헤쳤다. 헐크도 토르를 도와 가장 큰 콘크리트 더미를 통채로 들어올려 빌런들을 향해 내던져버렸다. 어느정도 큰 돌덩이를 치워지자 곧 화려한 색의 방패가 불쑥 몸을 일으켰다.
군복과 같은 푸른색 수트. 그리고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별문양이 박힌 방패를 든 남자의 모습은 그들 모두에게 너무도 낯선 얼굴이였다. 나타샤가 그 낯선이의 정체를 묻기 전 토니가 거칠게 기침을 하며 눈을 떴다. 빗줄기 아래 화사한 웃음이 토니를 향해 있었다.
"내가 구했네. 토니."
비 사이에서도 선명한 금발 머리였다. 그리고 그 아래 푸른 눈동자는 자신의 품에 안긴 토니를 너무도 사랑스럽다는듯이 담아내며 눈물방울을 떨어트리고 있었다. 토니는 흐릿한 시야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였다.
"이번에는 내가 자네를 구했어."
행복한듯 터져나온 웃음이 방금전 주변을 터트려대던 폭발음과 다를바가 없었다. 토니는 남자에게 누구이냐고 정체를 묻고 싶었지만 채 묻기도 전에 머리를 울리는 두통에 까무룩 정신을 잃고야 말았다. 정신을 완전히 놓기 바로 직전까지 토니의 머릿속에는 저 남자가 누구인가하는 의문만이 가득했다.
토니에게 이것은 스티브와의 첫만남이었고, 스티브에게 이것은 토니와의 두번째 만남의 시작이었다. 스티브는 이번에는 반드시 토니를 지켜내겠다 되내이며 더더욱 그를 자신의 품으로 꽉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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