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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616 스팁토니]전력60분/고백

오늘 하루도 빌런들을 잡느라 온갖 고생을 한 스파이더맨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겨우 A타워에 들어왔다. 리자드맨과 부딪힌 어깨 상태가 욱신욱신한 것이 아무래도 멍이 들듯 싶었다. 스파이더맨은 오늘은 더 이상 안돼! 오늘 스파이더맨은 할 일 다했어! 이제 휴가타임이야! 를 울부짖으며 A타워에 구비된 자신의 침대를 향해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쫄쫄이 수트를 벗을 틈도 없이 침대에 누우면 곧장 잠에 빠져들 자신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은 매혹적인 침대의 유혹에도 A타워 거실 근처를 들어선 순간 빠릿하게 움직이는 스파이더 센서에 쉽게 자신의 방으로 갈 수가 없었다. 억울함을 표하듯 손발을 허둥거리던 스파이더맨은 끝내 오지랖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스파이더 센서가 보내오는 곳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거실 홀 근처로 어벤져스 멤버들이 모두 모여 그 커다란 어깨를 비집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에 스파이더맨은 자신의 스파이더 센서의 정확한 방향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언제 피곤했냐는듯 스파이더맨이 호기심을 잔뜩 들어낸채 호크아이의 옆구리를 찔렀다.



"오늘 주제는 뭐예요?"

"몰라. 우리도 방금 왔어."

"분명 또 스타크가 잘못한걸꺼야."



쉬헐크의 추측에 너나 할거없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팔짱을 끼고 무언가 심각한 표정으로 토니를 노려보고 있는 스티브와 뭔지는 모르지만 스티브가 자신을 질책하는 눈빛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찔리는게 너무 많은 토니가 바짝 굳은 채 안절부절 눈치를 보고 있었다. 마침내 스티브의 입이 열렸을 때 어벤져스들은 모두 숨소리를 죽여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했다.



"후.. 토니. 정말 내게 할 말이 없나?"



토니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찔 떨렸다. 뭘 말하는거냐고 되묻듯 바라보자 스티브가 더욱 굳은 입매로 말했다.



"자네도 내가 뭘 가지고 말하려는지 알거라 생각하네. 이번에는 부디 거짓말 할 생각하지 말게."

"..그러니까 자네가 뭘 말하는지.."

"어제 자네 방을 찾아갔었네."



그제야 스티브가 뭘 말하고 싶었는지 이해한 토니가 입을 확 다물었다. 얼굴이 새하애지고 눈동자가 떨리는 모습이 평소 사고를 치고 뻔뻔하게 모르쇠를 치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호크아이는 뭔지는 몰라도 이번에는 엄청 제대로 사고를 쳤구나 하며 더욱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구경했다. 느릿하게 열리는 토니의 입이 답답해 스파이더맨이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주먹을 쥐고 침을 꿀꺽였다.



"다.. 봤나?"

"그래. 자네가 나쁜 의도로 그런 짓을 벌인것이리라 믿지는 않네만, 부디 내게 솔직하게만은 말해줬으면 좋겠군."



스티브의 눈빛이 이번만큼은 말일세. 라고 보내오고 있었다. 조용한 질책에 토니가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미안해. 스티브. 나도.. 나도 어쩔수 없었어.."

"토니."

"알았어. 솔직하게 고백할게."



변명을 듣고 싶은건 아니라는듯 스티브가 엄하게 이름을 부르자 토니가 포기하듯 의외로 순순히 입을 열었다. 어벤져스 모두가 토니의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에 슈퍼 신체를 발휘하여 집중했다. 토니가 스티브에게 고백했다.



"자네 생각대로, 자네 팬티를 훔친건 나야."



토니는 차마 스티브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지 계속해서 아래만 바라본채 스스로의 죄를 고해성사했다.



"미안해. 그렇지만 세탁기에 널어진 자네 성조기 팬티가 너무 유혹적이었어! 하지만 뭔가 이상한 짓을 할 생각으로 가져간건 아니었어! 그냥.. 그냥 단지 내 캡틴 아메리카 신전 콜렉션에 넣으면 좋겠다는.. 그런 충동적인 생각에..!"



스티브가 토니의 어깨를 짚어 진정시켰다. 방금전까지 싸늘하던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스티브의 얼굴은 안심했다는듯 평온해있었다.



"토니.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고백해줘서 고맙네. 난 자네가 직접 네게 말해주길 바랬어."

"..스티브."

"자네가 내 팬티를 가져가는걸 보고 내가 얼마나 놀랐던지.. 별에 별 생각이 다 들더군. 하지만 우린 많은 일을 겪어왔지. 우린 좀 더 대화가 필요해."



고해성사한 죄인의 고백을 용서해주는 신부처럼 스티브가 부드럽게 웃음지었다. 이미 토니가 팬티라는 단어를 내뱉은 순간부터 팔을 삐끗한 어벤져스들은 스티브의 미소에 아무런 말없이 구겨넣었던 몸들을 일으켰다. 자연스럽게 흩어지는 어벤져스들 뒤로 스티브가 감격어린 목소리로 토니를 불렀다.



"자네의 용기에 감명받았네. 토니."



스티브는 진심으로 감동 받았다는듯 토니의 손을 붙잡았다. 스티브의 미소에 토니도 따라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토니가 입꼬리를 채 올리기도 전에 손을 붙잡은 스티브의 손이 지나칠 정도로 악력을 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넬 용서하는건 아니네."

"어.. 어, 엉?"

"차라리 자네가 내 팬티를 가지고 이상한 짓을 했다면 내 마음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군."



토니에게 바짝 몸을 붙인 스티브가 섹시하게 속삭였다.



"혼이 날 준비는 됬겠지?"



그제야 뒤늦게 토니는 스티브가 자신이 팬티를 훔친 일을 굳이 언급한 이유를 찾았다. 한참 긴장해있던 토니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빵 터지고 말았다. 스티브도 즐거운지 킥킥 웃으며 따라 웃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 친구가 이렇게 능구렁이가 되어버린건지 꼼짝없이 당한 자신이 우스워 토니가 슬쩍 스티브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



"그럼 내일 회의는 취소할까?"

"그러는게 좋겠군."

"다시는 나쁜 손버릇 하지 못하도록 많이 혼내야겠어."

"기대되나?"

"자네가 날 재밌게 했잖아. 기대되는게 당연하지."



스티브가 살짝 토니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요즘 인터넷은 정말 재미있는게 많더군. 자네가 기대한만큼은 확실히 할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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