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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지/I'm obsessed

[스팁토니]I'm obsessed(3)

자비스로부터 정부 요원이 도착하셨다는 소식에, 한참 배너와 토론을 하던 토니가 하여튼 재미있는 중이었는데 산통을 깬다며 타워에 온 손님을 향해 투덜거렸다.

 

그러나 가벼워 보이는 토니와 달리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얼굴로 배너의 표정은 심각했다. 마음 같아서는 문제의 중요 당사자인 자신이 직접 회담에 참가하기를 원하였지만 상황이 심각해져 헐크가 튀어나올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기에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신 토니는 불안해하는 배너를 위해 스티브도 함께 갈 것이라며 배너를 안심시켜주었다. 토니가 공격적으로 정부 요원을 맞선다면 캡틴은 토니와 다른 방식으로 강하게 의견들을 감싸 주장해나갈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토니보다 좀 더 무겁고 견고하게 정부 측 사람들을 공격할 수단이 될 수 있었다. 어젯밤 자신의 방에 찾아와 이런 주장을 근거로 함께 따라 가겠다는 스티브의 억지가 꽤나 일리가 있었는지 배너도 곧 수긍하여들었다. 그럼 염치없지만 부탁한다는 배너의 말을 뒤로하고 복도로 나선 토니는 스티브를 데리러 직접 층을 올라갔다.

 

저 멀리 열린 방 문 사이 스티브의 금발 뒤꽁무니가 보였다. 토니는 스티브를 놀래켜줄 속셈으로 기척을 죽이며 살금살금 뒤로 다가갔다.


"몸은 이제 괜찮은가?"


갑작스런 스티브의 목소리에 토니는 역으로 자신이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다행히 소리를 죽인 토니는 그제야 스티브가 누군가와 통화중이라는 걸 깨닫고 벽에 몸을 바짝 붙였다. 토니가 근처에 있는지도 모른 채 스티브는 상당히 화기애해한 분위기로 통화를 이어갔다.


"그래. 그거 다행이로군. 하지만 혹시 나중에라도 어디 잘못된 곳이 있을 수도 있으니 치료를 빼먹지 말게나."


토니는 곧 통화 속 상대가 누구인지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스티브와 함께 임무 수행을 한 쉴드 요원들은 많았지만 그 많은 이들 중 통화 속 상대가 샤론이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스티브와 샤론의 통화에 끼어들 자신이 없어진 토니는 최대한 소리를 죽이며 스티브와 샤론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다정하게 샤론을 부르는 스티브의 목소리에는 자신을 걱정하고 잔소리하던 그 목소리와 다를 바 없게 다가오고 있었다. 토니는 어쩐지 몸에 힘이 빠지는 걸 느꼈다. 토니를 향한 스티브의 관심과 걱정이 오로지 그 하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향하는 것이라는 걸 자각하게 되자 기분이 한없이 울적해져갔다.


자신에게 특별하다 생각했던 이의 행동이 정작 당사자에게는 그리 특별한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이 왠지 자신과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던 오베디아를 떠오르게 하고 있었다. 속에서 무언가 올라오고 있는 기분이었다. 토니는 아랫입술을 꾹 깨문 채 그것을 누를 기분조차 내지 못했다.

스티브가 샤론의 농담에 무어라 웃음을 터트리더니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고맙네. 샤론. 정말 고마워."


스티브는 그럼 몸조심하라는 인사를 끝으로 통화를 끊었다. 비록 이제는 상대 알파가 존재하지 않았지만 아직 본딩이 끊기지 않은 오메가를 상대로 품은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힘내라는 샤론의 응원에 괜시리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다. 본딩이라는 윤리적 문제로 한순간 자신의 감정에 대해 고뇌했던 적도 있지만 이제 마음을 다잡고 그것을 인정한 순간부터 시간은 불필요한 것이 되어버렸다. 스티브는 주머니에 들어있는 물건을 버릇마냥 만지작거렸다.

 

그때 문득 고개를 돌리던 스티브는 힐끔 보이는 갈색 머리에 성큼 앞으로 다가갔다.


"토니?"


토니는 갑자기 나와 자신과 눈을 마주한 스티브의 등장에 너무 놀라 하마터면 딸꾹질까지 할 뻔했다. 가까스로 숨을 삼킨 토니는 방금 전까지 자신이 짓고 있던 표정을 감춘 채 애써 웃어보였다.


"통화 끝났어? 그럼 이만 가자. 손님이 왔대."


턱짓을 해보인 토니는 너무 늦으면 꽤나 우리 욕을 해댈 거라며 스티브를 잡아끌었다. 그제야 통화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는 걸 깨달은 스티브는 토니에게 미안하다 사과해보였다. 토니는 그 사과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카터는 괜찮대?"


스티브는 갑작스런 토니의 질문에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토니가 휴대전화를 가리켜보였다.


"샤론 카터 요원 말이야. 아까 같이 통화한 거 아니었어?"

". 많이 나아졌다하더군."

 

스티브는 그제야 토니가 말하는 의미를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토니가 임무가 끝나고도 자신의 대원들을 챙기는 스티브의 행동에 감탄해 보이는 척을 하자 쑥스럽다는 듯 스티브가 볼가를 긁적였다. 자신을 위해 몸을 날린 샤론의 행동에 고마운 마음도 있었지만 오래전 자신에게 고백해 거절당했으면서도 스티브의 사랑을 담담하게 응원해주는 그녀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스티브는 새삼 샤론의 넓은 마음에 감사하며 별 생각 없이 말을 내뱉었다.


"그녀는 정말 강한 여자야."


토니의 입가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까 속에서 올라오던 무언가가 더욱 들끓는 기분이 들었다. 토니는 그것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애써 정의 내리려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옆을 나란히 걷는 스티브에게 온 신경이 쏠릴 뿐이었다. 흔들림이 더욱 커져갔다.

 

토니는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한다는 자각도 없이 거의 마지막 힘을 짜내듯 스티브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곧 뭔가에 막힌 듯 토니의 손은 멈추어 섰다. 아직 앞길이 창창한 우성 알파를 상대로 나이 많은 오메가가 무슨 주책인지. 토니는 스티브의 잔잔한 미소를 바라보며 태연하게 손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


복도 안, 어디선가 희미하게 향기가 흐르고 있었다. 스티브는 그것을 단순히 토니의 고급 향수 냄새라 생각했고, 그 향이 꽤나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 은은하게 풍기는 달콤한 향이 토니에게 제법 잘 어울렸다.

 

§ § §

 

"용건부터 말씀드리죠. 헐크는 위험한 존재입니다."


토니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딱딱하고 재미없는 요원의 말투에 혀를 내둘렀다. 이번 전투에서 헐크가 부셔먹은 건물과 공공 시설물뿐만 아니라 과거 헐크의 피해를 본 지역들에 대한 자료들이 토니와 정부 요원 사이 놓여졌다. 토니는 꽤나 사진발 잘 받는 초록 친구의 모습에 이거 한 두 장 배너한테 보여주면 뭐라 할까하는 태평한 생각까지 해보였다.


"적어도 다른 어벤져스들은 컨트롤이 가능한 정신 상태이지만 헐크는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까. 이번 사건만 보더라도 헐크는 더 이상 자기 자신을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걸 증명해보인 셈입니다. 그건 히어로가 아닙니다. 괴물일 뿐이죠."


생사를 오가는 동료를 두고 괴물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스티브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토니도 그리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지 의자에 기댄 몸을 더욱 삐딱하게 해보였다. 정부 측 요원은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에게 동의를 보이는 눈빛을 쏴 보이며 계속해서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더 이상 고집 부리려 하지 마시죠. 이 이상 그를 감싸려고만 든다면 어벤져스 전체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셔야 합니다."


그러니 좋은 말로 할 때 헐크를 내놓아라. 아마도 선더볼트 로스 장군의 강력한 주장이 섞여있는 내용이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토니는 그보다 정부에서 그들이 원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놓치지 않았다.


"그게 싫으면 어벤져스가 정부 소속이라도 되던가 해야 하는 건가?"


토니가 정부 요원을 매섭게 쏘아보며 책상 가를 두들겨보였다. 헐크를 내놓든지 끝까지 헐크를 보호하기위해 다시금 제대로 된 소속 위치를 가지라는 그들의 의견은 너무 눈에 선했다. 어벤져스가 헐크를 내놓을 리 없으리란 걸 잘 알면서 다음에는 지난번 쉴드 관리 하에 팀이 아닌 좀 더 제대로 된 국가 정부 소속이 되라 협박해댈 것이 뻔 한 일이었다.


저 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세계를 지키는 히어로가 아닌 보기 좋은 정부 소속 영웅 집단이었다. 토니는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으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좀 더 그럴듯한 꿀단지를 들고 우리를 유혹해보지 그래?"


이런 식의 되도 않는 협박을 할 바에야, 하다못해 퓨리가 했던 것처럼 로키를 내새워 팀을 소집하던 방식이 몇 배는 나을 듯 싶었다. 토니는 지금껏 빌런이 올 때마다 그들을 비난할 줄만 알았지 제대로 된 대책을 내새워 본 적도 없는 정부를 향해 비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헐크는 사람들을 보호해. 어벤져스 역시 마찬가지고 말이야. 괜히 허튼 수작 부리며 우릴 건드리려고 들면 스타크 인더스트리에 유능한 변호인들이 총 출동하는걸 볼 수 있을 거란 걸 잊지 마시지."


여전히 무뚝뚝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토니의 협박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정부 요원의 눈빛이 꽤나 살벌해졌다. 하지만 토니는 자신만만했다.

 

만약 정부 측에서 본심으로 헐크를 요구하거나 어벤져스를 국가 소속하에 두려는 목적이었더라면 이런 되도 않는 회담이 아닌 어벤져스의 대표 격인 토니만이라도 청문회로 불러 세워 까 내렸을 테지만 아이언맨 수트 조차 국가에 귀속시키지 못하는 판에, 그들은 진심으로 어벤져스를 건드릴 배짱은 되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니 지금 하는 이 회담의 목적이라고 해봐야 단순히 경고 수준에 지났으며 토니에게는 단순한 시간 낭비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토니는 속으로 좀 더 말재간 좋은 녀석으로 보내지 이거 뭐 재미도 없고, 흥미가 가지 않는다며 여유롭게 생각하다가 문득 스티브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토니는 스티브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당황했다. 오랜 경험으로 아는데 이를 악문 모양새만 봐도 무언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그리고 곧 토니는 스티브가 왜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지 이유를 깨달았다. 본딩 된 오메가인 토니는 알지 못했지만 희미하게 요원의 알파 페로몬이 서서히 새어나오고 있었다. 요원은 토니의 얄미운 말투보다, 고작 오메가에 불과한 토니가 당당히 알파를 향해 맞서고 있다는 사실이 어지간히 불쾌하였는지 조그맣게 단어를 씹었다.


"오메가주제에!"

"말이 꽤나 거칠군. 당장 토니에게 사과하게."


기다렸다는 듯이 스티브가 요원을 쏘아붙였다. 캡틴 아메리카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요원은 그제야 자신보다 강한 알파의 명령에 움찔했지만 알파 잡아먹은 오메가 따위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 말을 돌릴 뿐이었다.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말투에는 여전히 알파의 기운이 섞여있었다.


"우리 측 입장은 변화가 없습니다. 헐크는 더 이상 히어로로서의 자격이 없습니다."

"그 말을 어디 한번 헐크 팬클럽들 앞에서 다시 말해보시지."


지지 않고 토니가 건물을 부수며 포효하는 헐크의 사진 한 장을 집어 흔들어보이자 요원이 당장에라도 토니를 잡아먹을 듯이 사납게 얼굴을 구겼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요원의 알파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에 맞서듯 스티브 역시 자신의 알파성을 개방했다. 열성 알파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한 우성 알파의 기운이 방안에 넘쳐흘렀다. 순간 토니의 숨이 콱 막혔다.


"적당히 하게. 조절을 할 줄 모르는 애송이인건가,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는 건가."


알파간의 서열을 잡는 위압감으로 스티브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아니면 나랑 알파로써 이야기 해보고 싶다는 건가."


강한 알파 기운에 짓눌리듯 요원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 이상 우성 알파를 자극하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요원은 황급히 꼬리를 말고 주체하지 못하고 흘러나온 자신의 알파 기운을 황급히 거둬들였다.

 

그제야 멋모르고 자신의 영역에서 알파 페로몬을 뿜어대던 애송이를 밀어낸 스티브가 뿌듯하게 토니를 돌아보았다.


"토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오만하게 요원을 쏘아붙이던 토니가 갑자기 팔로 자신의 몸을 감싸 안은 채 허리를 숙이고 있었다. 마치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은 사람마냥 과 호흡 증세를 보이는 토니의 모습에 스티브가 놀라 토니의 어깨를 붙잡았다.


"자네, 갑자기 왜 그러나. 토니. ."


스티브는 토니를 돌려세우다말고 토니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는 것에 동작을 멈췄다. 옆에서 보고 있던 정부 요원도 눈을 크게 뜨고 토니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토니는 앞에 있는 정부 요원을 의식하듯 애써 손을 내저어보였다.


", 미안. , 왜 갑자. 흐으. 이렇게 몸이 이상하."


그러나 아무리 침착해지려해도 목소리는 자꾸만 안에서부터 혀가 꼬여가고 있었다. 더운 듯 속에서부터 열이 마구 솟구쳤고, 이유모를 오한에 온 몸이 덜덜 떨렸다. 참을 수 없을 만큼 누군가 몸을 압박하는 기분이었다. 배꼽부근 간질간질한 기분이 스티브가 어깨를 집는 순간 더욱 강렬히 토니를 자극했다. 아래에서. 무언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미스터 스타크. 당신."


요원이 자리에 일어나 토니의 상태를 좀 더 자세히 보기위해 가까이 다가오려 했다. 그러나 곧 스티브가 요원으로부터 토니를 보호하듯 자신 쪽으로 끌어안았다.

 

"이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 맺히도록 하지."


스티브는 요원이 채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재빨리 자신의 가죽잠바를 벗어 토니를 감싸 들어올렸다. 스티브의 품에 안긴 토니의 몸이 더욱 열을 내뿜었다. 토니는 자신을 안고 그대로 배너를 부르며 뛰쳐나가는 스티브의 목소리를 들으며 힘겹게 숨을 내쉬었다. 아래에서 흐르는 감각은 어릴 때 처음 히트사이클을 격은 이후 처음으로 흐르는 것이었다. 알파 없는 오메가의 히트 사이클. 그제야 자신의 상태를 직감한 토니는 비명을 내질렀다.


오베디아와의 본딩이 완전히 끊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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