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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지/short book

[스팁토니]Christmas letters

첫 번째 편지

 

 

 

 

 

 

 

 

안녕 페기.

 

한동안 연락을 못해서 미안해. 변명 같겠지만 최근 일이 바빠 통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거든.

 

그래서 네가 멀리 요양 시설로 옮겼다는 소식을 조금 늦게 듣게 되었어.

 

네 가족들에게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 물어보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은 나를 좀…. 이런 표현하기 뭐하지만, 나를 싫어하는 거 같더라고. 네가 나를 이제 보기 꺼려한다고 말이야.

 

페기. 혹시 지난번에 내게 했던 말 때문이라면 부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줘.

 

시간을 뛰어넘긴 내 자신이 비정상이지, 네가 내 앞에서 얼굴을 가려야 할 이유 따위는 없어. 내가 슈퍼 솔져 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전 아무것도 아니었던 스티브 로저스였음에도 네가 나를 바라봐줬듯이 나 역시 강인한 정신의 가장 아름답던 페기 카터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있어.

 

부디 이 편지를 받는다면 연락해주길 바래. 페기.


네 가족들 역시 너의 결정을 존중한다 하였으니 네 마음이 정리가 될 때까지 나 역시 답장을 계속 기다릴게.

 

난 현대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걸 공부하고 있어. 요즘은 아침 운동을 나갈 때마다 매일같이 얼굴을 보는 새 친구까지 사귈 정도로 전보다 많이 현대에 안정되었어.

 

샘이라는 친구인데 페기 너에게도 소개시켜줄 수 있으면 참 좋을 만큼 유쾌하고 재미있는 녀석이야. 최근에는 내가 일부러 그 친구를 추월해 달리면서 약을 올리는 장난에 재미를 붙였는데 생각보다 약올라하는 반응이 제법 재미있어.

 

샘은 종종 내가 알아두면 좋을 현대 지식들에 대해 알려주기도 해. 물론 다른 동료들도 내게 현대지식을 가르쳐준다고 말을 걸어주지만 그 친구만큼 편하게 말을 걸어주는 친구도 드믈 거야.

 

전에는 내가 메모지에 배워야 할 현대 단어들을 적은걸 보고 샘이 역시 난 이런 것들을 직접 손으로 메모할 줄 알았다면서, 설마 그런 메모지가 서너 권이나 더 되는 건 아니냐고 내게 농담을 했을 땐 솔직히 좀 찔렸어.


사실 집에 네 권 있거든. 원래는 다섯 권이었는데 일 권이 갑자기 없어져 버렸더라고.

 

항상 두 번째 서랍장에 메모지를 넣어놓는데 아무래도 또 토니가 내 서랍장을 몰래 뒤져 읽다가 아무 곳에나 버려두고 까먹은 거 같아. 나중에 추궁해봐야겠어.


참! 페기 너한테 가장 먼저 토니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야만 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토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다들 내 말을 믿어주려 하지 않겠지만 페기 너라면 내가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지어내지 않으리란 걸 알아주리라 믿어.

 

솔직히 토니와의 만남은 조금… 뭐랄까, 특별해서 글로 설명하기가 힘이 드네.

 

아마 토니와의 이야기를 모두 적으려면 편지가 조금 많이 길어질듯 하니 미리 양해를 구할게.


사실 내가 토니와 만나게 된 결정적 계기는 페기 네가 선물로 주었던 오르골로 인해서였어.

 

처음 네게 받았을 때도 말했지만 난 그 오르골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어. 특히 소리가 너무 곱고 아름다워 잠이 안 올 때면 오르골을 틀어놓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어찌나 소리가 좋던지 자꾸만 나도 모르게 오르골에 손이 가게 되더라고.

 

그러다 무의식적으로 목각인형을 자꾸 만지작거리던 중 어느 날 그만 오르골 안에서 빠각 소리가 나버리고 말았어.

 

정말 미안해. 이런 섬세한 물건을 만지는데 내가 너무 생각 없이 오르골을 만진 모양이었나 봐. 자세히 보니 목각인형이 장식된 이음새와 안쪽 상자 부분이 헐거워져 틈새가 보일 정도로 흔들거리기 시작하였어.


미안해. 네가 아꼈다는 오르골을 이렇게 멋대로 망가트리기나 하고, 페기 네가 화를 내도 면목이 없어.


더 망가지는 건 아닌 가 무서웠던 나는 곧장 수리 점에 들려 오르골의 수리를 맡겼어. 그리고 쉴드 임무에 다녀오자마자 곧장 수리 점에 가보았는데 글쎄 주인장이 오르골을 잃어버렸다고 하지, 뭐야. 그것도 내가 오르골을 맡긴 첫날에 없어졌다고 말이야.

 

어찌나 어이가 없고 화가 나던지 정말 죄송하다며 값을 물어주겠다는 주인장의 사과도 제대로 받고 싶지 않아 그냥 나와 버릴 정도였어.

 

페기 네가 준 소중한 오르골인데, 그걸 망가트린 걸로도 모자라 이젠 잃어버리기까지 하다니. 나 자신이 정말 한심하고 멍청하게까지 느껴졌어. 괜히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들어가기도 싫고, 짜증도 나서 결국 난 그 날은 날이 저물도록 공원 로를 마구 달리다 돌아가게 되었어.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막상 집에 돌아와 보니 우리 집 테이블에 잃어버렸다는 오르골이 떡하니 놓여 져 있는 게 아니겠어?

 

마치 내가 임무에 가기 전 수리 점에 수리를 맡기는 걸 까먹고 두고 가기라도 한 것마냥 어찌나 위풍당당하기도 하던지, 난 너무 놀라 말도 나오지 않았어. 순간 거기 주인장이 나에게 장난을 친 건 아닌 건가 오해까지 했을 정도라니까.

 

비록 이음새가 망가진 부분은 여전했지만 난 오르골이 다시 내게 돌아왔다는 사실이 기쁘기 그지없었어. 그래서 한참을 자리에 서서 오르골을 구경하는데,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거기 금발 글래 누군가 나를 불렀어.

 

놀라서 아래를 보니, 세상에. 페기. 아무리 내가 슈퍼 솔져라 하지만 내 한 뼘 만 한 커다란 벌레를 본다면 반사적으로 손바닥을 내리치지 않을 수 없었을 거야. 물론 나도 내리치고 나서 잘못된단 걸 깨닫고 그 조그마한 소인이 피해낸 것에 안도했지만 화가 난 소인은 죽을 뻔 했다며 내 손을 발로 차대며 성을 내었어.

 

난 그때까지도 내가 임무 도중에 머리라도 크게 부딪혀 헛것을 보는 줄 알았어. 내 손 바닥만한 말하는 소인이라니! 걸리버의 기분이 바로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래. 페기. 예상했겠지만 내가 묘사하는 바로 이 신비로운 소인이 앞서 이야기 한 토니의 정체야.

 

정확히 말하자면 소인보다는…. 음…. 페기. 부디 혹시라도 날 미친놈 취급하지 말아줘.

 

나도 크리스마스를 좋아하고, 산타를 믿는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내가 산타를 믿기에는 좀…. 나이가 많잖아? 그래서 자기가 크리스마스의 요정이라는 토니의 허무맹랑한 자기소개에, 난 차라리 유전자 조작 실험을 통해 태어난 돌연변이라 믿는 게 낫겠다고 대답하였어. 사실 그게 더 신빙성이 있지 않아?


그러자 토니는 그런 발언은 크리스마스의 요정들의 자존심을 긁는 발언이라며 내 손을 발로 차고 때리다가 그걸로도 성이 안차는지 꼬집기까지 하더어. 은근 조그마한 게 손이 몹시도 맵더라고….


아무튼 토니의 이야기로는 본인은 크리스마스 마을이라는, 요정 마을에서 매일 산타를 도와 전국의 아이들에게 선물과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크리스마스의 요정이라는 거였어.

 

생긴 건 꼭 수염 난 아저씨면서 크리스마스 요정이라니…. 보통 요정 이미지랑은 많이 다르지 않아? 거기다 외모 뿐 아니라 성격적인 측에서까지 심하게 말이야.

 

그나마 남아있던 내 동심이 산산조각 난 기분이야.

 

그중 토니의 집안은 원래 대대로 산타를 가까이에서 보좌하던 지위 높은 요정 가문이었나 봐.

 

원래라면 토니도 아버지의 대를 이어 가까이에서 산타를 보좌하는 일을 해야만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장로들의 반대로 갑자기 그 직위에서 쫒겨나 버렸다는 거였어.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자꾸만 말을 돌려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토니는 이 부당한 처벌에 반발하였고, 사건은 커져가 결국 이 일에 대해 산타가 직접 나서 판결을 내리게 되었나봐.

 

그런데 그 산타의 판결 이라는 것이 또 조금 우스운 게, 그 램프의 요정 지니 알지?

 

마치 그 동화에 나오는 지니처럼 토니에게 인간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고 돌아온다면 다시 크리스마스의 요정으로 복귀시켜준다는 것이 판결의 내용이었어.

 

뭔가 그들만의 룰 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이상한 판결 내용이었지. 그리고 그 판결에 이기기 위해서 토니는 인간 대상자를 나로 선택했다는 거였어.

 

대충 사정을 들으니 요정 마을을 갓 나왔을 때 토니는 인간 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꽤나 험난한 여정을 보냈나 봐.

 

거기다 요즘 들어 갑작스레 날씨는 추워지지, 배는 고파오지. 그래서 아무 가게로나 숨어 시간을 떼우다 처음에는 그 수리 점에 있는 주인장을 소원의 대상자로 삼았던 모양이야.


그런데 그 주인장이 인사를 좀 하려하면 자꾸만 가게를 비우고 맞은편 채소가게 사장과 술을 마시러 가버리는 바람에 대부분 자기를 보고도 취해서 보는 헛것 취급을 했다는 거야. 하긴 그러고 보면 그 주인장 몸에서 술 냄새가 좀 독하게 나기는 한 거 같아.

 

그러던 중 마침 내가 그 수리 점에 들어오게 되었고, 더 이상 참지 못한 토니는 결국 내 오르골에 숨어 가게를 탈출했다는 거였어.


내 주소는 도대체 어떻게 알고 찾아 왔는지 물으니, 토니는 뻔뻔하게도 크리스마스의 요정들의 기본 마법 중에는 애정이 담긴 물건의 주인을 찾아 자동 배달되는 방법이 있다는 거였어. 


괜히 오르골을 잃어버린 줄 알고 내게 사과하던 주인장만 불쌍해진 격이 되었지.


어찌되었든 토니의 전후 사정을 다 믿기는 힘들었지만 손바닥만한 요정을 눈앞에 두고도 계속해서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난 일단 이 작은 요정을 어떻게든 처리해야할 필요성을 느꼈어.

 

뭐, 내가 토니를 처리하는 방법이라고 해봐야 토니가 내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여 크리스마스 마을로 돌려보내는 방법 밖에 없겠지만….

 

그렇지만 내가 요정에게 빌 만한 소원이 뭐가 있을까?

 

페기, 너라면 사실 내가 가장 소망하는 진짜 소원을 알고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내 소원은 지나치게 복잡한 소원이었고, 그러기에는 내가 다녀온 과거를 정말 후회스런 결정으로 만들어낼지도 모르는 발언이나 다름없었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 갑자기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요정의 말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어.


그래서 내가 첫 번째 소원을 망가진 오르골을 고쳐달라는 걸로 빌어버리자, 토니는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몇 번이고 정말 그게 네 소원이냐 되물었어. 내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오르골을 고쳐주기나 하라고 하자 곧 토니도 별 말없이 손가락을 몇 번 까닥이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오르골을 고쳐내었어.

 

어찌나 놀라고 신기하던지 정말 요정은 맞긴 한 거 같더라고.


페기, 설마 지금 내가 무슨 동화책이라도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하긴 사실 나도 지금 이렇게 편지로 담아서 쓰려니 내가 무슨 책이라도 한 권 내려고 글들을 지어내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기는 해.

 

요정이니, 소원이니 누군가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라면 어서 빨리 병원을 가보라고 추천해 줬을 테지만 지금도 내 뒤에 대고 블루베리를 더 꺼내달라고 징징거리는 목소리가 들려 부정하기도 힘들 거 같아.

 

어쩌면 내가 정말 단단히 미친 걸지도 모르겠다.


첫 번째 소원을 들어준 시점에서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 계약을 마쳤다는 토니는 별에 별 억지를 부리며 소원을 다 들어줄 때까지 내 곁에 있어야한다고 억지를 부리며 지금 우리 집 군식구로 제멋대로 자리 잡아버렸어.

 

어찌나 성가시고 귀찮기만 하던지….

 

처음 토니와 지내는 일주일만 해도 우리는 수없이 부딪히고 싸우는 걸 반복하였어. 아냐, 그냥 전쟁같이 싸워댔단 표현이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


토니는 귀여워 보이는 외모와 달리 성격은 정말로 사납기 그지없어. 조금만 제 기분에 맞지 않으면 금방 토라지고, 맹렬하게 나를 비난해 나가는 게 꼭 마치 세상의 중심이 자신인 것 마냥 당연하다는 태도야.

 

생각하는 투나 행동도 뭐 하나 나와 맞는 것이 없어 도대체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말재간은 또 얼마나 좋은지 몇 번은 아무 소원이나 빌어 그만 내 집에서 나가라고 화도 내보았지만 첫 번째 소원과 달리 두 번째와 세 번째 소원은 제대로 된 간절함이 없으면 횟수로 쳐지지 않는다며 내 소원을 거부해대었어. 그땐 진짜 요정이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창문 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야.

 

하지만 이 인형같이(예쁘다는 게 아니야. 조그맣다는 표현이지.)작고 힘없는 요정을 상대로 정말 그러지도 못하고 허구한 날 나 혼자 분을 삼켜야만 했어. 정말 동양의 표현대로 몸에서 사리가 날 정도였지.

 

그래도 지금은 토니의 방식에 익숙해져 저렇게 얄밉게 굴 때면 손가락으로 데굴데굴 굴려주거나 귀찮게 툭툭 건드리는 방식으로 내 나름대로 복수 방법을 터득하였어. 정도가 심하면 깨물어버리지만 말이야….


지금도 내가 자기에 대해 쓰고 있는 고새를 못 참고 냉장고에 숨겨놓은 블루베리를 찾다가 냉장 식품들을 바닥에 다 엎어버리고 말았다니까.

 

그래놓고 내가 진작에 블루베리를 안줘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 아니냐고 받아치는데…. 내가 말을 말아야지. 그냥 새로 하나 꺼내 입에 넣어주고 왔어. 이걸로 적어도 몇 분 정도는 조용해지겠지.


어쨌든, 처음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잘 잘못을 따지며 물고 뜯고 싸우던 일주일 때에 비하면 지금 토니와 난 훌륭한 룸메이트 사이로 변하였어. 이제는 싸워도 말장난이나 하는 수준이 되었달까.

 

토니 성격을 내가 포기한 감도 있지만 내 말투가 부드러워질수록 토니도 성격이 많이 수그러든 게 한 몫 한 걸 거야.

 

버릇없는 말투와 어울리지 않게 의외로 토니는 내가 하는 모든 말들에 쉽게 상처받고 우울해 하거든. 처음에는 나도 잘 몰라 토니에게 상처도 많이 주고, 그만큼 우리의 싸움을 키워만 갔지만 몇 번 토니를 관찰해봄으로써 그가 언제나 내가 생각한 틀 속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는걸 알 수 있었어.

 

조금씩 변화된 내 태도만큼 토니 역시 많은 변화를 보이는 게 그 증거가 되겠지. 일단 마음을 열고 친해지게 된 뒤부터 토니는 그저 남들보다 조금 특별한 나의 친구가 되었어.

 

요정과 친구가 되다니. 꽤 낭만적인 표현이 되었네.


토니는 처음 내 집의 주소로 오르골을 타고 배달 됬 듯이, 짧지만 눈 결정을 만들어 내거나 작은 물건들을 마음대로 움직이게 하는 마법들을 할 수 있어.

 

그리고 아주 가끔 저 혼자 흥이 나 노래를 부를 때면 듣는 이들의 기분을 좋아지게 만드는 마법도 할 줄 알아.

 

난 그냥 토니의 노래 소리가 생각보다 괜찮아서 그리 느낀 줄 알았는데 이것도 요정들의 마법의 일종이라고 하더라고.


그 외에도 내 머리 색을 크리스마스 트리마냥 색색현란하게 바꾼 다던가 반짝반짝 빛나는 가루를 허공에 뿌려대는 등 다양한 마법들을 쓸 줄 알지만, 의외로 다른 크리스마스 요정들은 토니만큼 마법을 자유로이 쓰지 못하는 모양이야.

 

소원을 제외한 요정만의 특별한 마법은 그 어떤 마법도 어려운 공식 풀이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태생이 요정이라도 천재인 자신을 따라올 자가 없다면서 말이야. 뭐, 난 다른 크리스마스 요정들을 만나본 적이 없으니 토니 말이 정말인지 모를 일이지.


그래도 정말 가끔이지만 토니는 그 어렵다는 마법들을 나를 위해 해줄 때도 있어. 내가 쉴드 일로 지쳐 집에 돌아오면 집 안 전체를 벽난로가 피워진 것 마냥 따뜻하게 데워주고, 다양한 눈 결정들을 내 코코아 위에 장식마냥 올려놔 줘.

 

그런 다음 내가 침대에 누우면 페기 네 오르골 위에 앉아 오르골 음에 맞춰 제가 작사한 노래를 불러줄 때면 하루 종일 쌓였던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곤 해.

 

언제부터인가 집에 돌아올 때마다 다녀왔냐고 반겨주는 토니의 작은 존재는 내게 많은 위로가 되어, 이제 토니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면 허전한 마음이 들기까지 해.


아마 토니가 자신의 고향으로 떠날 때가 되면 꽤나 아쉬운 마음이 들거야. 하지만 그도 결국은 돌아갈 제 자리가 있는 거니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난 이제 이별에는 익숙하니 괜찮아. 적어도 토니가 돌아갈 때쯤이면 나도 이제 많이 안정되어 새로운 누군가들을 더 많이 받아들 준비를 끝 맺힐 수 있을 거야.

 

벌써 샘이라는 새 친구도 내 스스로 사귀기도 했잖아?


그저 토니가 내 곁에 남아있는 이 순간만이라도 더 이상 현재를 후회하지 않도록 토니와의 시간을 소중히 해 나가야 할 거야.


…그가 내 뒤통수를 향해 블루베리만 던지지 않아준다면 말이야. 이제 슬슬 혼자 TV를 보고 있는 게 질린 모양이야.

 

더 내버려뒀다가는 블루베리가 아니라 리모컨을 날릴 기세라 이만 슬슬 마무리 지어야겠어.


내가 보내는 이 편지가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갈까 조금 겁이 나기는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절대 말하지 못한 토니에 대한 비밀을 페기 너한테만은 꼭 털어놓고 싶었어. 그리고 네 소식이 온다면, 네게 정식으로 토니를 데리고 가 만나게 해주고 싶어.

 

토니라면 우리 둘 사이 벌어진 시간을 나에게 마법을 보여주었듯이 어떻게든 기적을 보여줄지도 모르지. 아니면 하다못해 나와 토니. 페기, 너 이렇게 셋이서 새로운 비밀 친구를 결성하고 싶기도 하고 말이야. 유치할지 몰라도 난 이 편지가 우리 셋의 첫 번째 교차점이 되었으면 좋겠거든.

 

지금 널 만난다면 많이 안정된 내 모습에, 너 역시 내 걱정을 덜어놓게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는데.

 

페기 네 연락을 기다리며 계속 편지 쓰도록 할게. 요즘 날씨가 추워진다는데 감기 조심하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