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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지/I'm always your hero

[스팁토니] I'm always your hero(1)

*616기반 스팁토니입니다.




당신에 최고의 영웅은 누구입니까!


피터는 티비를 틀자마자 우렁차게 외치는 광고 소리에 절로 눈썹을 찌푸렸다. 또 토르가 소리를 최대로 올려놓은 채 그냥 끄고 간 모양이었다. 소리를 줄이기 위해 리모콘을 찾기 무섭게 광고 속 아이들이 모두 캡틴 아메리카 장난감을 높이 쳐들었다. 발랄한 아이들의 노래 소리와 함께 캡틴 아메리카 주제곡이 크게 울렸다.


[누가 잠자는 미국을 깨우는가?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는 알지, 캡틴 아메리카. 바로 반짝별 사나이. , , , 사나이~]

스파이더맨도 최고의 영웅이라고.”


이미 몇 번이고 본 광고이지만 피터는 입을 비죽이며 툴툴거리는 걸 빼먹지 않았다. 영상 속 남자가 새로 발매된다던 캡틴 아메리카 장난감을 들어 올리며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최초의 영웅! 살아있는 역사의 증거! 지금 당장 당신의 영웅을 만나러 오세요!]

뭐야? 저 광고 아직도 해?”


노래 소리를 들은 듯 시가를 입에 문 채 홀에 들어서던 로건이 불쑥 얼굴을 내밀어보였다. 한동안 티비 광고를 차지하던 저 광고 속 장난감을 사기위해 새벽부터 사람들이 가게에 줄을 서던 장면은 로건에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일 것이었다. 특히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광고가 무색하게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캡틴 아메리카 장난감을 위해 덩치 큰 어른들의 열광을 이해하기에 로건은 너무도 나이가 들었다.


하지만 로건의 심경과 별개로 애초에 최초 1기 캡틴 아메리카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가했던 성우가 직접 노래를 부른 장난감에 대한 열기는 상상이상으로 뜨거웠고, 돈과 권력으로 똘똘 뭉친 어른들 중에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까지 섞여 있었다.


돈에 눈이 먼 알바생들의 비리라던가 암암리에 이루어진 불법적(?)인 거래들로 인한 작은 소란이 뉴욕시 곳곳에 일어났고, 마침내 뉴스에까지 보도된 캡틴 아메리카 장난감 사건은 결국 스티브의 요청 하에 중단되고야 말았다. 하지만 오히려 더 이상 재고를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는 소식은 장난감에 한정 품이라는 품목을 더하여 더욱 그 값어치를 올려주었다.


로건은 그날, 캡틴 아메리카 장난감을 구한 승자와 그렇지 못한 패자로 나뉘던 어벤져스의 모습을 떠올리며 짧게 혀를 찼다.


팀명을 어벤져스가 아니라 캡틴 아메리카 팬클럽으로 지었어야했어.”

몰랐어요? 그거 이미 있는데요? 반짝 별이란 이름인데, 지금 멤버가

그만. 하나도 안 궁금해. 어차피 어느 누가 들었는지 안 들어도 대충 예상가니까. 분명 회장 놈은 스타크겠지.”

, . 정확히 말하면 보스는 회장이었죠. 얼마 전에 투표로 회장 자리에서 쫒겨 났거든요. 지금은 버키가 회장이에요.”

뭐라고? 맙소사! 미국의 민주주의가 드디어 승리한 꼴이로군!”


로건은 캡틴 아메리카 장난감을 세 개나 손에 쥔 채 이것이 자본주의의 승리다! 루저들아! 를 외치던 토니 스타크를 떠올리며 탄성을 내질렀다회장 자리에 막 쫒겨 났을 스타크의 꼴사나운 얼굴을 상상하니 나쁘지만은 않은 듯 싶었다. 그러나 피터는 아쉽다는 어투로 정정했다.


그래봐야 진정한 승리는 보스가 했지만요.”

? 그게 무슨 소리야?”


피터는 말 대신 턱으로 한쪽을 가리켜보였다. 그곳에는 토니가 걸어둔 캡틴 아메리카의 초상화가 당당히 어벤져스 홀 한 켠을 자리 잡고 있었다. 잠시 토니 스타크의 캡틴 아메리카 회장 박탈 건이 도대체 스티브와 무슨 상관이까지 생각하던 로건의 얼굴이 와락 찡그러졌다. 단순하고도 또 단순한 대답이었다.


캡틴이랑 사귀는 게 공공연히 발표된 마당에 회장 자리까지 앉아 있는 건 욕심이 과하다면서 퍼니셔가 제일 먼저 반발해 나섰어요. 마치 아이돌 애인이 팬클럽 회장에 앉은 꼴이기도 하잖아요?”


다들 반쯤 농담 삼아 스티브와 토니에게 아빠엄마 드립을 하기는 했지만 어느 날 느닷없이 우리 사실 사귀고 있었어, 란 단란한 폭탄선언은 어벤져스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그렇게 지지리 볶더라니 결국은!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건 지구 종말의 시작이다!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어벤져스 대부분은 후자에 가까웠지만 대놓고 멜로 눈깔을 한 채 이제 진짜 종말이 찾아와도 상관없어 라며 낯간지러운 말들(반쯤은 그들을 놀리기 위해 한 말들일 것이었다.)을 서스럼 없이 내뱉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그 누구도 이건 미친 짓이야! 라고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뭐 과정이야 어찌되었든 모두가 부러워하는 금발 애인을 얻은 토니는 배신자라 부를 수 있을지 언정 회장 자리에 물러난 그를 보고 패배자라고 부를 수는 없게 만든 셈이었다.


로건은 꼴불견이라는 표정을 대놓고 지으며 남은 시가를 거칠게 소파에 비벼 껐다. 아마 분명 나중에 자비스가 뭐라 할 것이 분명했지만 로건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남 연애사에 딱히 간섭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둘은 더더욱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아.”

그래도 참 웃기지 않아요?”

웃기다니, 뭐가?”

아니, 왜 보스는 예전부터 캡틴 아메리카의 광팬이었잖아요. 그런데 자기의 우상을 바로 옆에서, 그것도 친구 사이로 지내게 된 뒤에도 계속 덕질을 하시더니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연인 사이가 되었는데도 피규어 하나를 위해 억만금을 쏟아 붓고 있잖아요.”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그를 우상으로 여기는 이는 많지만 그중에서도 토니의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사랑은 유독 깊은 축에 속했다. 특히나 재력과 집착이 더해진 덕후가 얼마나 어마어마해지는지는 이미 그의 캡틴 아메리카 신전 이야기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떨 때는 스티브와의 데이트를 미루면서까지 한정판 피규어를 사기위해 가게에 줄을 서다 크게 싸우는 모습은 마치 자신의 영웅인 캡틴 아메리카와 연인인 스티브 로저스를 다른 존재로 분리하는 듯 이질적인 태도 역시 보여주고 있었다. 사랑의 라이벌이 자기 자신이라니. 이 얼마나 웃기지도 않는지.


스티브 입장에서는 솔직히 토니와 사귀기 전, 친구 사이와 자신의 팬 보이를 주장할 때의 토니를 상대할 때보다 감정변화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주변의 시선과 대놓고 질투나 거북함이 올라오지 않냐는 다른 이들의 비아냥에도 스티브는 그저 대답 없이 웃기만 할 뿐이었다.


내가 캡틴이라면 진짜 이상한 기분일 거예요.”

네 애인이 널 덕질하는 기분 말이냐?”

좀 그렇긴 하잖아요. 정체를 모른 채 하는 팬질을 하는 거라면 모를까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물건들을 모으며 좋아하다니 말이에요. 그런데 정작 캡틴은 보스의 덕질에는 딱히 손을 안대고 있고. 가끔은 캡틴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전혀.”


별걸 다 궁금해 한다며 로건이 한심스럽다는 듯 대답했지만 피터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투로 말을 이었다.


물론 전부터 그랬다지만, 이제는 둘이 연인사이잖아요. 보스가 캡의 은밀한 곳까지 스캔해서 콜렉션을 만들어낼지 누가 알겠어요? 내가 캡이라면 좀 소름 돋을 거 같은 걸요.”

과연 그 놈이 그걸 사귀기 전에는 그런 짓을 안했을 거라고 생각 하냐?”

…….”


피터는 대답대신 입만 꾹 닫은 채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차마 토니를 위해 아니라고 대답하기에는 그의 양심이 심하게 찔려오고 있었다.


내가 아까 이야기했었지.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고. 그 놈들 연애 사에 끼어들어봤자 고생하는 건 우리 밖에 없어.”

그치만.”


문득 운 좋게 울린 진동음에 피터는 입을 다물었다. 왠지 지금 이 순간 이 문자를 반드시 확인해야할 것만 같은 스파이더 센서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휴대폰을 꺼내자 액정에 메시지가 떠 있었다. 짧은 문자만으로 순식간에 로건의 얼굴이 질색으로 물들었고, 피터는 방금 전 자신의 말들이 정말 쓸데없는 대화들이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코드 레드 발생 나타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