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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지/I'm always your hero

[스팁토니] I'm always your hero(2)

캡틴 아메리카는 자동차 보닛 위를 거의 발판 삼아 뛰어오르며 그대로 빌런의 얼굴에 발차기를 날렸다. 괴상한 비명 소리와 함께 빌런이 나자빠지는 걸 본 토니가 휘파람을 불었다.


이거 상당히 운이 안 좋은 녀석들인 걸? 하필이면 우리 데이트하는 곳 근처에서 은행 강도 짓을 할게 뭐야?”

덕분에 자네와의 오랜만에 데이트도 망쳐버렸고 말이지.”

, 그럼 방금 그건 캡틴 아메리카의 분노 같은 거야? 그럼 내가 내 사랑하는 애인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이 한 몸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되겠는걸? 있다 역 건너편에 새로 생긴 디저트 가게라도 같이 가볼래?”

난 그것보다 오늘은 같이 영화를 보고 싶었는데 말이지.”

둘 다 하면 되지. 이래보여도 오늘부터 일주일까지 내 스케줄은 전부 비었거든. 이거 무슨 의미인지 알지?”


마지막 남은 빌런까지 마저 제압하던 스티브는 토니의 말에 조금 놀랐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요 몇 달간 얼굴도 보기 힘들더라니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새삼 가슴이 간질거리는 기분이었다. 특히나 저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건데, 그 일주일의 의미란 며칠 뒤면 올 발렌타인 데이를 특별하게 보내자는 의미도 담겨 있을 터였다.


그 말을 하는 걸 보니 꽤나 자신 있게 준비한 모양이로군.“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작년 발렌타인은 좀. 그냥, 그랬잖아? 그래서 올해는 내가 힘 좀 썼지. 아무리 자네라도 이번에는 꽤나 놀랄 거야.”

그럼 나도 이번에는 자네 선물에 기대해도 되겠군. 그래서, 몇 개를 준비하면 되겠나?”

? 준비하다니 뭘?”


스티브는 자신의 손아귀 밑에서 빌런이 발버둥 치는 걸 무시한 채 씩 웃어보였다. 곧 그 웃음의 의미를 알아챈 토니가 질색하며 한걸음 물러섰다.


이런. 아무래도 다시 일정을 잡아야겠군.”

이미 내가 자네 일정에 대해 다 들었으니 그런 짓은 생각하지도 말게나. 나도 몇 달간 내 애인을 보지 못한 값은 치러야하지 않겠나.”

발렌타인 데이에 토니 스타크가 침대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다니, 기자들이 아주 좋아하겠어.”


빈정거리는 토니의 말투에 스티브는 그저 쿡쿡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근처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아 경찰들이 도착한 모양이었다. 스티브는 쓰러진 잔당들의 수를 확인하며 자신의 옷에 묻은 먼지들을 털어내었다.


더 남아있는 녀석들은 없는 거 같지?”

그렇겠지. 그보다 캡은 나한테 줄 선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거 맞아? 침대에서 준다는 식으로 혼자 입 싹 닫는 건 내가 절대 용납 못해.”

내가 언제 자네를 실망시켰던 적 있었나?”

재작년 크리스마스에 준 '먼저 사과하는 100가지의 방법' 책은 솔직히 별로였는데.”

사실 그건 버키가 자네에게 사주면 좋아할 거라고 추천해준 거였어.”

좋았어. 이제 캡틴 아메리카가 동료를 팔아먹는 모습까지 보고야 말았군.”

버키에게는 비밀로 해주게.”

자네 하는 거 봐서.”


토니는 일부러 큰 동작으로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그와 동료사이일 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장난 섞인 대화들이었지만 이제는 서로에게 연인이라는 단어를 붙이게 된 이후 가벼운 농담 속,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이전보다도 확연히 바뀌어 있었다. 오늘 이 자들의 뒤처리를 정리하고 나면 그들은 영화관에 가거나 공원을 산책하는 등 일반적인 연인들의 데이트를 즐길 것이었다.


지극히 평화롭고 일상적이지만 그들에게는 특별한 시간들이었다. 적어도 일주일은 토니를 홀로 독점할 수 있다는 사실에 스티브는 자꾸만 입 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주체하지 못했다. 토니도 스티브와 다를 바 없는지 눈가를 접어 웃어보였다.


그럼 먼저 영화를 본 다음에 디저트 코스 어때?”

그 전에 편의점부터 먼저 들리도록 하지.”

콘돔 사기만 해봐. 난 싸구려 콘돔은 절대로 안 쓸 거니까. 안 그래도 그건 매번 찢어져서


그 때였다. 까강- ! 파이프 떨어지는 듯 한 소음이 근처 건물 안 어디선가 들려오고 있었다. 희미한 소음에 스티브와 토니는 노련하게 대화하던 것을 멈추고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보았다.


스티브는 토니에게 가만히 있으라 손짓을 해보이고는 소음이 난 방향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방금 전까지의 빌런들과의 전투 탓에 건물의 창문과 벽들이 일부 깨져 내부는 어수선한 상태였지만 사람의 인기척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스티브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다가 다시금 희미한 발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토니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남자의 눈이 스티브와 마주쳐졌다. 골목길에 숨어있던 남자는 방심하고 있는 토니의 등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스티브의 입에서 위험하다는 외침소리가 나옴과 동시에 몸이 자동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가까이 있던 남자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탕 소리의 거친 소음이 아닌 밝은 빛이 순식간에 토니의 몸을 감싸왔다. 단순한 총이 아니었다라는 판단은 너무 늦은 결론이었다. 그와 동시에 외마디 비명도 없이 토니의 몸이 앞으로 쓰러졌고 스티브는 엉겁결에 토니를 받아들 수 밖에 없었다. 남자의 히스테릭한 웃음소리가 기분 나쁘게 귀를 울려대었다.


젠장, 토니! 자네 괜찮나?!”


스티브는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다. 그저 머릿속 가득 토니의 이름만이 가득차 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 들뜬 나머지 아직 남아있는 빌런의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니, 그의 실수인 셈이었다. 스티브는 손끝을 바르르 떨며 토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그의 몸을 돌려 세웠다. 토니의 몸을 감싼 빛의 양이 점차 크기를 줄여나가고 있었다.


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