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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지/I'm always your hero

[스팁토니]I'm always your hero(4)

이제 좀 나으신가요?”

. 고마워요. 자비스.”


토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비스가 깎아준 과일을 오물오물 씹었다. 작은 볼 살이 씰룩이는 모습에 자비스는 나직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기분이 묘하군요. 이렇게 다시 작은 주인님의 어린 모습을 볼 수 있다니.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가 늙긴 늙었다는 걸 실감하게 되는 기분이네요.”

하긴 나도 자비스의 머리가 하애지다 못해 벗겨졌다는 거에 대해 좀 놀라기는 했어요.”

그건 좀 슬픈 사실이군요.”


말은 그러면서도 자비스는 입가에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토니는 비록 나이를 먹었지만 자신의 자비스와 똑같은 다정한 웃음에서 낯익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나 그를 다독여주던 젊은 집사의 목소리가 그의 귀에 남아 있었다.


처음에는 납치범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그들에게서 도망치려했지만 곧 이어 도로를 지나가는 자동차도, 건물도. 심지어 사람들의 옷차림 까지 모두 어린 토니가 기억하는 것들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들뿐이었다. 낯설고 어지러운 감각이 마치 미래 세계로 홀로 뚝 떨어져버린 기분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토니는 상당히 똑똑한 아이였다. 자신을 붙잡고 차분히 진정시켜주려는 스티브와 행크의 목소리를 들으며 토니는 한 번 더 주변의 상황을 둘러보고 나서야 적어도 이들이 자신에게 어떠한 정보를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거쳐냈다.


평범한 아이들이었더라면 겁에 질렸을 상황에서도 아이는 자신을 속이려드는 거짓말을 그만하라 한바탕 짜증을 부리고 나서야 자신이 사실 현재 어른의 상태에서 어린아이가 된 것이며, 지금 이곳이 몇 십 년이 흐른 미래라는 사실을 확인 받을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의 상황이 여전히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이 많고 낯설기만 했지만 어찌되었든 지금 토니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사실은 오로지 그것 하나뿐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미래 사회라는 사실은 어린 토니에게 두려움보다도 호기심을 먼저 일으키고 있기도 하였다.


토니의 손이 한시도 가만있지 못한 채 자비스의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공구라도 하나 쥐어준다면 순식간에 휴대폰을 해체해 버렸을 작은 주인의 그리운 모습에 자비스는 애틋한 감정을 느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스타크 가의 주인은 토니 스타크 그 한 명 뿐이었지만 아이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아버지의 시선을 눈치 보면서도 손가락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게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토니가 넌지시 입을 열었다.


어른인 나는 어떤 사람이에요?”

당신은 수많은 사람들을 구한 사람이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죠.”

내 아버지도 그런 사람이었죠.”

…….”

자비스. 난 바보가 아니에요.”


아무리 느닷없이 타임워프. 아니, 기억을 잃었다 하더라도 어린 토니에게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호통을 치던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히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몸짓과 말투는 행크가 보여준 어른이 된 자기 자신에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어른이 되었다는 본인의 모습에서 어린 토니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익숙함을 느끼고 있었다. 아버지 같은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는데.


토니는 애써 표정을 감추며 침대 등받이에 몸을 젖혔다.


그냥 좀 뒤숭숭한 기분이네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잠시 전화를 받으러 간다던 자비스가 이렇게 나이가 든 채 미래의 나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게 말이에요.”


토니는 자비스의 뺨에 두 손을 대보았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자비스의 세월의 흐름이 토니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고 있었다.


주름이 늘었어요.”

나이를 먹었으니까요.”

난 자비스만큼은 영원히 같은 모습일줄 알았는데.”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을 수 밖에 없답니다. 저도, 주인님도 피할 수는 없죠.”


살짝 웃음 짓는 자비스의 표정은 어린 주인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토니는 그런 자비스를 바라보며 망설이듯 입가를 오물거렸다.


계속 내 옆에 있어주었어요? 그러니까, 미래의 내 옆에?”


자비스는 조용히 토니의 손을 겹쳐 잡아 그것을 아래로 내리 끌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래왔듯 똑바로 눈을 마주해 보였다.


“for you, sir. always”


토니의 시선이 아래로 가더니 곧 고개가 푹 숙여졌다. 자비스는 토니의 정수리만을 바라보면서도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알고 있었다. 그의 어린 주인은 미래의 그 자신보다 감정을 숨기는 것에 미숙하였다. 토니의 등을 감싸 안 듯 손이 올라가자 자연스럽게 토니의 이마가 자비스의 어깨에 닿았다. 늙고 가벼워진 자비스의 어깨에 기댄 채 아이는 변치 않는 집사의 마음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아이언맨. 어벤져스. 빌런. 스타크. 낯설기만 한 미래의 자신의 모습과 변화된 미래 사회는 흥미로우면서도 불안감을 뒤섞어 놓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의 곁에 남아준 이가 존재해 있었다.


그때 복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다시금 들려왔다. 토니가 그 목소리들에 고개를 들자 자비스는 눈치 있게 대답을 앞질렀다.


저래보여도 주인님의 친구 분들이랍니다.”

저 사람들은 정말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인가요?”

그러니 주인님이 그들을 모은 것이겠지요. 나중에 직접 만나 인사를 해보시죠. 다들 지금의 주인님과 이야기 하고 싶어 하는 모양이니 말이죠.”

흐음.”


토니는 불신 가득한 눈매를 지어보였지만 자비스는 일부러 그것을 모른 채했다.


아직 어린 토니에게 알려주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자비스는 토니에게 영향을 끼칠 말들을 조용히 숨겨두었다. 어찌되었든 그것들은 어른 토니의 인생이었고, 그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