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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지/I won't give up

[MCU+616+EMH 스팁토니]I won't give up(3)

이번에 떨어진 아이언맨은 꽤나 얄살하게 생긴 토니 스타크였다. 생긴 건 여타 다른 토니 스타크들과 마찬가지로 비슷하면서 다르게 생긴 녀석이었다. 나타샤는 세 번째 토니의 수염을 보고 저 놈의 수염은 모든 토니 스타크 공통이었어! 라며 질겁하기도 했다.


쉴드는 또 다른 토니 스타크의 등장에 다시 한 번 뒤집어졌고, 혹시나 토니가 모든 평행 세계의 토니 스타크들을 끌어 모으는 건 아닌가 대대적인 검진에 나서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결국 아무런 이상을 발견해내지 못한 쉴드는 만약에 한번만 더 토니 스타크가 떨어진다면 그땐 토니 스타크 단지라도 만들어 이것들을 가두어야 말썽꾸러기들의 사고를 사전에 막을 수 있지 않을까한 대안까지 나올 정도였다.


쉴드만큼이나 현 상황에 놀란 8096 지구의 토니는 충격에 빠졌다. 갑자기 빌런에게 납치 됐다고 생각했는데 눈 떠보니 쉴드라니. 처음에는 스크럴이 자신을 속이려 드는 거라 생각에 막무가내로 쉴드에 덤비기도 했지만 스타크와 토니의 차분한(?) 설명을 들음으로써 그제야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절차는 스타크 때와 비슷했다. 악의성이나 여러 가지 심문 검사 등을 마치고 난 뒤 아머를 몰수당하고 나서야 타워에 보내졌다.새로 온 토니도 다른 토니들만큼이나 평행 세계에 큰 흥미를 가졌고, 자신의 세계와 이곳. 그리고 다른 세계와의 차이점들을 공유하던 토니들은 감탄하다가 곧 원래 세계로 돌아갈 기계를 만들고자 합심하였다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는 희귀광석이 이만저만 드는 게 아니라 공수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았지만 세 토니는 같이 공돌이 할 친구가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활기가 넘치는 모양이었다.

 

어벤져스 멤버들은 세 토니를 구별하기 위해 616 지구의 토니는 스타크, 199999 지구의 토니는 토니, 8096 지구의 토니는 앤서니 라고들 부르기로 결정 내렸다. 세 토니도 서로의 호칭이 헷갈린다는 문제점들에 수긍하곤 보기 좋게 이름들을 나눠가졌다.


배너 박사는 부엌에 들어와 커피를 끓이며 피곤한 듯 기지개를 쭉 폈다.한동안 인도에 있다 돌아온 배너는 갑작스레 한 토니로도 모자라 셋으로 늘어난 토니를 처음엔 반기기도 하면서 신기해했다. 하지만 며칠 같이 옆에서 연구를 하게 되자 한순간도 쉬지 않고 떠드는 토니들 때문에 배너는 몇 번이고 헐크 소환의 시련을 격어야만 했다.

 

초록 친구 내 친구! 라는 토니와 달리 이러다 어나더 가이가 나올 거 같다는 음습한 배너의 혼잣말에 스타크와 앤서니는 제법 크게 반응하였다. 그들 세계는 이곳 보다 빌런들의 수가 많고, 싸움이 많기에 배너보다 헐크가 나와 있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배너는 스타크와 앤서니의 반응에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은 토니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폭주하는 헐크의 모습들을 봐왔을 것이며 어쩌면 때로는 그 헐크가 아이언맨을 공격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을 것이었다. 만약 토니가 그들만큼 헐크의 진짜 모습들을 가까이 직면하게 된다면 지금과 다르지 않을 수 있을까? 배너는 씁쓸하게 웃음 지었다. 설령 그런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토니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는 그 무엇도 탓할 수 없을 것이었다.


다 끓여진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여유를 만끽하던 배너의 뒤로 바튼이 부엌 안으로 들어왔다. 한동안 토니들과 붙어 다니던 배너가 홀로 있는 모습에 바튼이 의아해하자 배너가 커피 잔을 입술을 댄 채 웃어보였다.


점심 메뉴 가지고 싸우길래 도망쳐 놔왔어요.”

잘 하셨네요.”

그런데 오늘 임무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시간이 미루어져서 있다 저녁 비행기를 타고 갈 생각 이예요. 그런데 그건 어떻게?”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려던 바튼이 고개를 내밀고 바라보자 배너는 대답 없이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표정의 의미를 눈치 챈 바튼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스타크들이로군요. 또 해킹한건가요?”

내기가 있었어요. 누가 가장 많은 정보를 빼오나.”


내기 판에 걸려 있는 게 쉴드의 비밀 정보들이라니. 바튼은 하나같이 못 말리는 토니 스타크들의 괴짜성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국장님이 아시면 또 한 소리 하시겠군요. 그래서 누가 이겼습니까?”

스타크가요.”


좌절하는 토니와 앤서니 사이 거만하게 웃음 짓던 스타크를 떠올린 배너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벌칙으로 두 사람에게 굴욕감을 주기위해 토니에게는 저녁요리를, 앤서니에게는 식사시간 동안 자신의 시중을 들라 시킨 스타크는 토니가 가져온 음식에 밥상을 뒤엎어버렸다. 굳이 엎을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혐오에 가까운 비주얼에 기겁한 스타크는 그렇게 하기 싫었냐고, 자길 죽이고 싶었냐며 짜증을 부렸다. 처음에 토니는 레시피 대로 한 거라 징징거렸지만 스타크의 비아냥이 끝을 모르고 계속되자 결국 울컥하여 앤서니와 합심해 스타크에게 강제 시식의 기회를 선사하였다. 한 입 맛을 본 순간 눈앞에 펼쳐진 신세계에 스타크는 감격하여 곧장 자리를 박차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 과정 중에 뒤엎어진 팬케이크는 앤서니의 머리 위로 정확하게 안착하였고,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지만 맛과 비주얼은 물론 냄새까지도 완벽했던 토니의 팬케이크는 앤서니의 토끼까지 함께 끌어올려주었다.


결국 역으로 벌칙을 받은 스타크는 배너에게 자신의 요리가 저렇게까지 심한건 아니라 항변하던 토니를 붙잡아 두 번 다시 요리에 요자도 건들지 못하도록 구석으로 찌그러트려 주었다. 진짜 혼자 보기 아까울정도로 재미난 광경에 배너는 쿡쿡 웃음을 터트렸다.

 

배너의 웃음의 의미를 모르는 바튼은 그저 스타크가 이겼다는 것에 의외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우리 쪽이 아니고요?”

기존 가지고 있던 데이터를 제외하고 제 심판아래 이루어진 거였어요. 꽤 치열하던걸요?”


아무리 그래도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다 했던가. 이쪽 토니가 졌다는 말에 바튼이 실망하는 기색을 보였다. 물론 크게 티가 나지 않았지만 배너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래도 의외로 셋이 잘 어울리는 모양이군요? 전 스타크가 셋이나 되면 본인부터가 몹시 싫어 할 거 같았는데 말이죠.”

그렇죠. 또 다른 자기 자신이라니. 토니 입장에서는 자존심 문제일수도 있을 테니까요.”


처음 마주친 순간부터 직접적으로 싫은 티를 팍팍 내던 토니를 어떻게 꼬셔내었는지 스타크는 또 다시 떨어진 경계심 가득한 앤서니마저 완벽하게 포섭에 성공하였다. 나이 상으로는 토니가 더 많을지 모르지만 언제나 여유롭고 당당한 스타크는 여러 가지 측에서 보았을 때 토니들 중에서 가장 어른스러워 보였다.

 

종종 배부른 맹수마냥 두 토니 사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스타크를 보며 배너는 그 모습이 무언가 충족감을 얻는다고까지 느꼈다.


동지애 같은걸 느끼는 걸지도.”

?”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배너는 남은 커피를 입에 털어 넣으며 말을 돌렸다.


게다가 셋 다 개성이 강한 게 붙여놓으니 꽤 재미있더라고요. 아마 거기서 토니의 흥미를 끈 걸지도 모르죠.”

 확실히 그렇긴 하더군요. 그 쪽 스타크는 우리 쪽 토니에 비해 어른스러운 편이고.”


또 다시 616 지구 사람들이 뒷목 잡을 발언이지만 바튼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다른 쪽, 앤서니는 뭐랄까 순하더군요.”

ㄱ… . 다른 토니들에 비하면 정말 순하죠.”


말을 고르던 바튼을 대신해 대답하려던 배너는 황급히 말을 바꾸었다마스카라를 한 듯 섹시하면서도 매서운 눈매에 잘 다듬어진 수염의 앤서니는 생김새와 달리 다른 토니들에 비해 서글서글한 편이었다. 매사에 쉬지 않고 날리는 농담과 장난기는 다른 토니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세부적으로 보았을 때 앤서니는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조금 순진무구한 게 호구 같은 인상이었다.


특히 다른 토니들이 싸우거나 적극적으로 사고를 치려 할 때 앤서니는 옆에서 어,  그건 하면 안 될 거 같은데란 발언을 할 정도로 정상적인 행동을 지향하였다. 결국 다른 토니들 사이에 끼어 사고를 쳐도 순식간에 나 몰라라 도망치고 숨는 두 토니들과 달리 거의 대부분의 잘못을 뒤집어쓰거나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듯 스타크와 토니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앤서니의 모습은 정리해서 괴롭혀주고 싶은 막내 비주얼이었다.


스타크, 토니, 앤서니가 나란히 붙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나타샤는 마치 스타크는 흑표범, 토니는 고양이, 앤서니는 토끼와 같다고 표현하였다. 배너 역시 나타샤의 비유 선택이 탁월하다고 동의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동물은 스트레스에 민감하였고, 서로의 상처를 볼 줄 알았다.

 


푸흡-! , 스티브가 너한테?”


마시고 있던 커피를 역류시킨 토니는 질질 흐르는 커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앤서니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스타크가 뒤에서 한심하다는 얼굴로 휴지를 던졌다.

 

그랜트라고 나누기로 했잖아.”

, 헷갈렸어!”


대화 중간 중간 토니들만큼이나 스티브들의 구별이 어려웠던 그들은 자신들과 같은 방식으로 스티브 그랜트 로저스의 이름을 나누어 616 지구의 스티브를 로저스, 199999는 스티브, 8096은 그랜트라고들 나누어 불렀다.


앤서니는 마치 이 상황이 10대 여자아이들 잠옷 파티에 온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수염 난 아저씨 셋이 연구실에 모여 한다는 얘기가 남자(?)이야기라니. 토니가 재촉하듯 앤서니를 불렀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 어떻게 했냐니까?”


앤서니는 그냥 간단하게 새끼손가락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대답을 마쳤다. 덧붙이듯 앤서니가 마치 감옥에 갇힌 것 같다고 투덜거리자 울컥한 토니는 저게 복에 겨웠네, 겨웠어. 하며 화를 내었다여유롭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스타크가 보고 있던 자료를 옆으로 보내며 말했다.


그래서 정확히 네 심정은 어떤데?”

내 심정?”

그래. 캡틴 아메리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거부터 확실히 해봐.”

글쎄. 동료로서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지만연인으로썬.”


잠시 고민하던 앤서니는 한참을 말을 고르고 나서야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

그럼 왜 고백을 받아줬는데?”

젠장. 이게 여러 가지로 꼬여서 이렇게 된 거라고. 나도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좋아. 그럼 천천히 정리해보도록 하자. 그 쪽 세계의 그랜트는 널 사랑하고, 넌 그에 대해 동료정도의 감정이지만 그랜트가 좋아한다고 고백해서 그와 사귄다?”


스타크는 짧게 혀를 차며 앤서니의 머리 위에 Jerk란 단어를 만들어냈다. 짜증스럽게 앤서니가 손을 휘저어 단어를 없앴다.


몰라, 몰라, 몰라!! 젠장할. 나도 잘 모른다고! 나도 캡틴을 좋아하지만 나도 내가 뭘 어떡해야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그래서 일단 사겨보기는 한다?”

사귀는 거 아니야.”


못 말리겠다는 듯 토니가 스타크를 돌아보았다. 어깨를 으쓱이기만 한 스타크는 커피만 홀짝일 뿐이었다.


그럼 이건 어때? 그와 데이트해보니 어때?”

그는, 좋은 남자야.”

“And?”

상냥하고, 재치 있고. 데이트 매너가 훌륭하긴 해.”

잠자리에선?”

, 그 이야기가 왜 나와?!”


얼굴을 붉히며 당장이라도 의자를 박차고 일어날 것처럼 앤서니가 몸을 들썩였다. 토니는 두 손을 들어 어느 정도야? 이만해? 아니면 이만해? 하며 크기를 측정하였다. 하지만 대답한 사람은 앤서니가 아닌 스타크였다.


그거보다 더 커.”

?! 뭐야, 너도 잤어?”

공용 샤워실에서 본 적 있는 것뿐이야.”


스타크는 자료 쪽으로 슬쩍 눈을 돌렸다. 왜 굳이 토니 스타크가 공용 샤워실에까지 가서 샤워를 했고, 스티브 로저스의 그곳을 보았는지는 따로 변명하지 않아도 변명이 들려오고 있었다. 토니는 발을 동동 굴렸다.


뭐야, 그럼. 우리 중에서 나만 못 본거야? 억울해! Jarvis. 당장 스티브 관련 CCTV 모두 뒤져서 대디가 원하는 걸 찾아와봐.”


똑똑한 자비스는 마치 처음부터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듯 당장 사진을 띄어 보여주었다. 세 토니는 막 샤워를 마친 듯한 스티브의 사진을 나란히 위 아래로 꼼꼼히 관찰하고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와우~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훌륭한 아들내미였다건강하다 못해 튼튼한 아들내미에 넋이 나가있던 토니는 자신만큼이나 눈을 뗄 줄 모르는 스타크와 앤서니의 모습에 얼른 사진을 치워버렸다.

 

보지 마! 니들은 니들 꺼 보란 말이야!”


스타크와 앤서니는 스티브의 사진을 비밀 사진첩에 이중 삼중으로 잠가 숨기는 토니를 바라보며 진지한 얼굴로 대화들을 나눴다.


역시 평행이라 그런가? 애매하게 크기랑 모양이 좀 다르네? 심지어 색도 은근 달라.”

. 그렇군. 이런 디테일한 거까지 비슷하면 재미없다 이건가? 근데 저것도 발기전인거지? 어마어마하군.”

압축률도 만만찮으니까.”

그래. 그리고 저걸 수납시킨 너도 참 대단하다.”


스타크의 순수한 감상평에 앤서니가 쪽팔림에 목까지 붉혀 나갔다. 토니도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부럽다. 우리랑 달리 넌 보는 것 뿐 아니라 실물을 가지고 놀기도 하는 거잖아.”

꼭 그렇게 말해야겠어?”

내가 뭘?”


능청스럽게 토니가 어깨를 으쓱였다. 앤서니는 뚱한 얼굴로 말을 말자며 의자에 깊숙이 몸을 처박았다.


잠자리니 고백이니 모두 다 애초에 승패가 갈린 싸움이잖아.”


마른세수를 하며 앤서니가 앓는 소리를 냈다.


내가 캡틴 아메리카의 고백을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예전부터 동경해온 캡틴 아메리카가 내 거절 한마디에 나라 잃는 표정을 짓는데 어떻게 거부 할 수 있겠어. 진지하게 사랑한다는 고백은 토니 스타크에게 있어서 허용되지 않는 문제라고.”


투정부리듯 괴로워하는 앤서니의 모습에 스타크는 손가락으로 커피 잔을 쓸어 만졌다. 블랙커피가 검은빛을 띄며 스타크를 비추고 있었다.


그래. 애초에 캡틴 아메리카라는 시점에서부터 우리에게 문제인거겠지.”


태양과도 같은 밝은 남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반드시 해내고야마는 정의롭고 훌륭해 모두에게 사랑받기 마땅한 남자는 평행 세계 속 다르지만 같은 이들이었다. 비록 상황은 다를지언정 문제의 중심에 캡틴 아메리카가 있다는 것만으로 서로의 고민을 이해시키기에는 충분한 문제였다. 각자의 고민에 빠져든 세 천재 사이 묘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런 침묵을 뚫고 잠시 뒤 토니의 핸드폰이 반짝였다.


토니. 오늘 저녁 혹시 시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