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쌓인 서류 더미 속 노크 소리와 동시에 누군가 들어왔다. 앤서니는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들어선 상대의 신발만을 쳐다보았다.남자가 앤서니를 불렀다.
“오늘 많이 바빴나 보군.“
“항상 그렇지, 뭐….”
남자의 목소리에 앤서니는 서류를 내려놓고 오만상을 찌푸렸다. 역광이라도 비추는지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앤서니는 그가 웃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남자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더 이상 앤서니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는 듯 망설임 없이 뒤로 돌아 문 밖을 나갔다.앤서니는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그러다 앤서니는 생각난 듯 번쩍 고개를 들어 남자가 나간 문을 바라보았다. 데이트가 있었다.
벌써 4번째나 데이트를 잊어버렸단 사실을 자각한 앤서니는 황급히 남자를 부르려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자리에 일어난 앤서니는 남자를 따라 문을 열어 제켰다. 그러자 앤서니의 앞으로 다른 배경이 나타났다.
“자네를 좋아하네.”
금발머리의 남자가 고백하고 있는 장면을 눈앞에서 바라보며 앤서니는 새삼 남자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에는 너무 놀라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심하게 긴장해 있었다.
앤서니는 뒤를 돌아보았다. 또 다른 그랜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도 바쁜 모양이군.”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서운함을 감추지 않은 솔직한 말투였다. 그랜트는 앤서니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토니. 손 잡아도 되겠나?”
처음 연인사이가 된 날을 제외하면 솔직히 그랜트는 잠자리에서조차 매너가 넘쳤다. 그러나 부드럽게 입 맞추며 몇 번이고 귓가 가득 사랑 한다 속삭이던 것과 달리 그랜트의 손만큼은 단호하게 앤서니의 몸을 잡아채는 것이 마치 어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아이와도 같았다. 그런 그랜트가 답지 않게 망설이고 있었다. 굵직한 그의 손이 무섭게 느껴져 앤서니는 뒤로 주춤거리다 이내 몸을 돌려 도망쳤다. 그랜트는 쫒아오지 않았다. 그저 처연하게 앤서니를 바라볼 뿐이었다. 스타크가 나타나 앤서니에게 물었다.
“그래서 정확히 네 심정은 어떤데?“
앤서니는 스타크의 질문에 걸음을 멈추었다. 다시금 뒤를 돌아보니 그랜트는 여전히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 앤서니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랜트의 바짓단은 오랜 행군을 해 온 사람마냥 잔뜩 낡아있었다. 문득 앤서니는 그가 걸어온 거리가 꽤 된다고 생각했다. 수없이 전진만을 고집해온 사내는 걸음을 멈춘 채 앤서니에게 내민 손을 거두지 않았다.
스티브가 자신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며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토니가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만연히 핀 행복한 토니의 웃음과 자신의 세계의 그랜트의 얼굴이 대조되었다. 앤서니는 그 모습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이번엔 목소리가 분명히 흘러나왔다.
“젠장….”
식은땀을 거칠게 닦아낸 앤서니는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3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앤서니는 슬쩍 침대 옆자리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는 옆자리는 차갑게 식어있었다. 앤서니는 왠지 모를 울컥함을 느꼈다. 다시 잠자리에 누울 용기가 나지 않은 앤서니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목이 미칠 듯이 말랐다.
부엌으로 가기위해 복도를 지나가려다가 어디선가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 잠시 모른 체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곧 들려오는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언급에 앤서니는 결국 발을 돌리고 말았다. 살짝 열린 방문 사이 새어나오는 불빛을 확인한 앤서니는 한숨을 내뱉으며 토니의 방문을 열었다. 주변에 늘어진 술병 사이 스타크와 토니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토니는 앉다라는 표현보다 드러눕다라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몰랐지만 말이다.
“뭐하는 거야?”
스타크는 그저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고개만 가로저었다. 스타크의 무릎에 얼굴을 비비며 주정을 부리던 토니는 앤서니의 등장에 잔뜩 꼬인 혀로 앤서니를 반갑게 불러들였다. 토니에게서 풍겨지는 지독한 술 냄새에 앤서니가 절로 얼굴을 찌푸렸다. 앤서니를 끌어당긴 토니는 자신의 옆에 강제적으로 앉힌 뒤 술을 따라주며 주절거렸다.
“마침 잘 왔어. 안 그래도 저쪽의 나는 답지 않게 술을 못 마신다고해서 혼자 먹느라 외로웠거든. 술은 친구끼리 같이 마셔야 맛있는 거 아니겠어? 어? 너도 안 마실 거야? 진짜 안 마실 거야? 씨이…니들 어디 가서 토니 스타크라고 주장 하지 마.”
토니는 스타크와 앤서니를 한 번씩 노려보고는 따랐던 술을 제 입으로 털어 넣었다. 피식 웃으며 스타크가 자신이 마시고 있던 샴페인을 새로 따라 앤서니에게 권했다. 무알콜의 샴페인이었다.
“나도 잠이 안와서 나왔다 잡혔어. 이쪽 토니 오늘 차였대.”
“안 차였어!”
“좋아. 그럼 정확하게 ‘고백도 하기 전’에 차였대.”
토니가 주먹을 날렸지만 스타크는 술주정뱅이의 헛스윙 주먹 따위 가볍게 피해주었다. 더욱 약이 오른 토니가 스타크에게 달려들었지만 그건 그냥 쓰러진 것과 다름없는 동작이었다. 앤서니는 티격거리는 스타크와 토니 사이를 말리듯 끼어들었다.
“차이다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데이트 나간다고 그렇게 좋아했잖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나보고 사이좋은 동료사이이고 싶대.”
토니는 두 손으로 얼굴을 묻으며 절망 가득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너무하잖아. 이렇게 선을 그어버리다니….”
토니의 발언에 앤서니는 당황하였다. 분명 좋아한다는 썸의 기운을 내뿜던 스티브의 모습을 보아왔기에 이런 결말은 완전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설령 오늘 고백에 성공하지는 못할지라도 하다못해 좋은 분위기 속 데이트를 마치고 왔을 리라 생각했거늘 이건 무언가 이상했다. 분명 어딘가 엇나간 것이 생겼던 게 분명했다.
“정말 스티브가 그런 의미로 직접 말한 거야?”
“그렇다니까! 너희들 세계의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처럼 우리도 진정 서로 이해하고 친한 동료사이로 함께 하고 싶다 잖아. 우린 세계를 지키는 히어로 동료사이일 뿐이라고. 난 끝났어! 40대 짝사랑 외길 인생 오픈이라고!”
금방이라도 토니의 큰 눈에서 눈물이 흐를 듯 그렁그렁 맺혀갔다. 빌어먹을 캡틴 아메리카. 어떻게 스티브와 헤어졌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 스티브의 말에 충격을 받은 토니는 당장에 그놈의 아이언맨 아머 따위 탑승한 상태 그대로 모두 폭파시키고 싶은 심정이었다. 동료? 동료오오~? 토니의 이가 절로 갈렸다. 앤서니는 토니가 정말로 아머 폭파를 실천에 옮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음을 흘렸다.
“그런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좋게 생각해봐. 상황이란 건 어떻게 변화될지도 모르는 거고, 어딘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는 거잖아? 지금 너희 쪽 스티브가 갖는 감정이 동료애면 또 어때? 최소한 호감에서부터 시작되는 거잖아.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라고.”
“넌 몰라! 모른다고! 넌 그와 사귀니 내 심정 이해 못 한다고. 너희 쪽 캡틴 아메리카는 널 좋아해. 하지만 내 쪽 캡틴 아메리카는 날 동료정도로 밖에 좋아하지 않는단 말이야. 이게 얼마나 거지같은지 네가 알기나해?”
“그도 널 좋아할 수 있잖아.”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왜 말이 안 된다 생각하는 건데? 그렇게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고 좀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봐. 이쪽 스티브도 널….”
“이성? 지금 이성이라고 말했어? 그래. 지금 40대 다 되서 20대 파릇파릇한 어린애를 상대로 첫사랑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퍽도 이성적으로 대우할 수 있겠다? 거기다 그 20대는 나보고 우린 동료니까 친하게 지내자 하는데 내가 열불이 터지지 않고 배기겠냐고!!”
토니가 술 내음을 풍기며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자 앤서니는 아오, 저 새끼. 같은 나지만 진짜 줘 패주고 싶다는 강렬한 유혹을 느꼈다. 차라리 헐크와 토르가 벽을 부수어주는 걸 구경하는 꼴이 더 나을 지경이었다. 토니는 스타크의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 채 콧물을 훌쩍였다.
“이렇게 되면 난 고백조차 할 수 없잖아. 괜히 그랬다가 동료조차 못 되게 되면 어떡해? 진짜 최악이야….”
우울한 토니의 말에 앤서니는 한숨을 내쉬었다. 천하에 토니 스타크가 짝사랑에 미쳐 어린 소녀처럼 구는 모습이 한심하면서도 불쌍해보였다. 샴페인을 홀짝이며 스타크가 토닥이듯 토니의 브루넷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스타크의 손길에 토니의 기세가 조금 수그러들었다.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토니는 아이마냥 스타크의 바지를 잡아당겼다.
“차라리 캡틴 아메리카가 없는 곳으로 멀리 멀리 도망쳐버리고 싶어.”
토니의 발언에 앤서니가 순간 입가를 굳혔다. 스타크도 표정만큼은 변화가 없었지만 손길이 현저히 느려져갔다.
토니. 앤서니는 마치 바로 옆에서 그랜트가 자신을 부르는 것만 같은 착각을 느꼈다. 그의 손이 아직 앤서니를 향해 있었다. 앤서니는 들고 있던 와인 잔을 테이블에 세게 내려놓았다.
“그런 식으로 말 하지 마.”
날카로운 목소리에 토니가 얼굴만 돌려 앤서니를 돌아보았다. 앤서니를 바라보는 토니의 갈색 눈이 무언가 말하려는 듯 껌벅이자 앤서니는 눈을 피했다. 어… 토니가 입을 달싹이는 순간 스타크가 선수를 쳤다.
“어디 가서 너희 둘 다 토니 스타크라고 말들 하지 마.”
“뭐?”
“이쪽이나 저쪽이나 눈치 없기는….”
조그맣게 중얼거린 스타크는 쯧하고 혀를 찼다. 태어난 순간부터 시선을 받고 자란 만큼 주변상황에 예민하고, 빠른 눈치로 분석해 상대를 누르듯 주둥이를 놀려오던 토니 스타크는 가까운 관계도에 취약한 편이었다. 상대가 다가오면 호의인지, 목적이 있는지, 불순한 의도인지부터 판단하다보니 생겨난 당연한 결과였다. 하다못해 자신의 진짜 속마음까지도 말이다. 스타크는 무알콜 샴페인을 홀짝였다.
시계의 시침이 아침이 다가오도록 토니 스타크들에게 잘 시간은 찾아오지 않았다.
스티브는 콧노래를 부르며 가볍게 발을 뗐다. 어제 토니와의 데이트에 성공해서일까? 햇살은 청량하리만큼 따사로웠으며 산들바람은 어찌도 부드럽게 느껴지는지 스티브의 웃음이 평소보다 몇 배는 밝아보였다. 커피를 살 때도 토니에게만 준다면 오해를 살지도 모른다는 현명한 생각을 한 스티브는 다른 토니들과 어벤져스 멤버 수대로 커피 주문까지 성공하자 그 누구보다도 기분이 좋아졌다.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며 나타샤가 아는 체를 했다.
“기분이 꽤 좋아 보이시네요? 캡틴.”
토르가 호쾌하게 그 말에 동의했다. 스티브는 그저 싱글벙글 웃음으로 답하며 두 사람에게 커피를 주었고, 토르는 받아든 커피를 그대로 원 샷 하다가 입천장을 데여 낑낑거렸다. 기분이 좋아진 나타샤는 은근슬쩍 배너에게는 자신들이 커피를 가져다주겠다며 스티브를 토니가 있는 최상층으로 떠밀어주었다. 엘리베이터가 위로 올라갈수록 자신의 차림새를 조급하게 몇 번이고 확인한 스티브는 경쾌한 엘리베이터 도착 소리에 가슴을 두근거렸다. 토니의 방문 앞에까지 선 스티브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노크를 하기위해 손을 들었다.
“당장 일어나서 씻지 못해요?!”
히스테리 섞인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안에서 무언가 쏟아지는 듯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당황한 스티브는 잠시 뒤에야 목소리의 주인이 스타크의 비서 페퍼라는 여성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두 남녀가 방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70년대 스티브 로저스의 기분은 순식간에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사실 전에 보았을 때도 연인 사이인 것 마냥 다정했던 토니와 페퍼의 모습을 보아왔기에 스티브는 괜히 의기소침해져 두 사람을 방해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스티브가 우울하게 뒤로 물러서려는데 그 순간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스타크가 나왔다. 분명 이 방은 토니의 방이 분명하건만 다른 토니 스타크의 등장에 스티브가 엉거주춤 스타크에게 인사했다. 가볍게 인사를 받아준 스타크는 스티브가 사온 자기 몫의 커피를 요령 좋게 빼갔다.어, 어…. 스티브가 채 뭐라 말하기도 전에 곧이어 앤서니도 슬며시 방에서 나왔다.
스티브를 발견한 앤서니는 무언가 잘못한 사람마냥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엉거주춤 빠르게 지나갔다. 스티브가 순식간에 사라진 스타크과 앤서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안에서 또 다시 페퍼의 째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토니!”
“아, 안 그래도 머리 아파 죽겠는데 왜 자꾸 나만 갖고 그래?! 얘들도 같이…억?! 이것들 다 어디로 갔어? 치사하게 지금 도망 친 거야?”
“저 그만두는 꼴 보기 싫으면 당장 움직여요! 오늘 주주 총회는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고 그렇게 신신당부 했건만 꼴이 이게 뭐예요?”
“아오오, 이것들이 자기들만 살겠다고, 쿠헑! 페, 페퍼! 베개 던지지 마. 알았어. 얼른 준비하면 되잖아.”
“못해도 9시까지는 가야하니까 얼른 서둘러요! 어머? 로저스 씨.”
마지막까지 잔소리를 늘어놓던 페퍼는 여전히 방문 앞에 서 있던 스티브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인사를 건넸다. 방금 전 안에서의 모습은 누구였냐는 듯 페퍼가 상냥하게 웃었다.
“오랜만에 뵙네요. 아침부터 무슨 일이세요?”
“아, 토니에게 이걸 좀 주려고….”
“커피네요? 마침 잘 됐네요. 안 그래도 우리 사장님께서 아침부터 숙취에 싸우시고 계신데 말이죠.”
“캡틴?”
토니가 페퍼의 뒤에서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방금 일어났는지 까치집을 한 토니의 모습이 꽤나 귀여웠던 스티브는 반갑게 아는 체를 하려다가 열린 문 사이 안에서 풍기는 술 냄새에 얼굴을 굳혔다. 걱정과 화가 뒤섞인 표정으로 스티브가 물었다.
“자네 술 마셨나?”
“어…음…다른 토니들이 같이 한 잔하자고 하도 졸라서 말이야.”
페퍼가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자 토니는 바닥에 널브러진 술병을 소파 밑으로 밀어버리며 딴청을 부렸다. 골치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짚은 페퍼는 다시 한 번 주차장에 먼저 가서 기다릴 테니 얼른 준비하고 나오라고 신신당부하며 돌아갔다. 페퍼가 사라지자마자 토니는 스티브가 사온 커피를 반갑게 받았다.
“오, 캡. 센스 좋은걸? 고마워.”
“…둘이 사귀는가?”
“뭐?”
황당하다는 듯 토니가 스티브를 올려다보았다. 스티브는 괜스레 볼을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아니, 전부터 포츠 양과 꽤 가까운 거 같아 보여서….”
토니는 눈썹을 찌푸렸다. 분명 예전에 페퍼와 사귄 사이기는 하지만 둘은 좋게 헤어졌고, 다시 예전의 상사와 부하 관계로 돌아왔었다. 사귀었다 헤어지기 전에도 예전부터 종종 페퍼와 그런 오해를 받아왔지만 좋아하는 상대에게까지 그런 질문을 듣게 되자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거기다 어제 그런 말까지 들은 후이기에 더더욱 말이다.
“아니야. 페퍼는… 가족 같은 관계야.”
“그런가…. 오해했다면 미안하네.”
“아냐, 됐어. 오히려 페퍼 앞에서 물어보지 않은 게 다행인거지. 안 그래도 페퍼 남자친구가 나랑 페퍼 사이를 싫어하는데 캡까지 그렇게 말한 걸 들었으면 난리란 난리를 피워 댔을 거야.”
어깨를 으쓱이며 가벼운 태도로 대답한 토니는 슬슬 씻어야겠다는 생각에 몸을 돌렸다. 그 덕분에 토니는 스티브가 짓는 행복한 표정을 놓쳐버렸다. 예전부터 토니와 페퍼의 관계를 오해해온 만큼 마음고생이 심했던 스티브에게 토니의 부정 한 마디는 지난 조개와 삽질을 한 번에 싹 정화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스티브는 욕실로 총총 걸어가는 토니의 등을 바라보며 용기를 내었다.
“토니.”
“?”
“…다음엔 나랑도 같이 술 한 잔 합세.”
“…캡은 술 안마시잖아.”
“취하지 않아 마실 필요가 없는 것이지 아예 안 마시지는 않네. 그리고 자네와 마시는 술이라면 나도 언제든 환영일세.”
취하지 않을 거면 뭐 하러 같이 마시냐고 비아냥거리려던 토니는 스티브의 뒷말에 입을 다물었다. 잠깐 눈을 굴리던 토니는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결국 토니가 간단하게 그러지, 뭐.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선택하자 스티브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스티브는 다시금 샘솟는 해피파워에 환한 썬샤인 웃음을 날렸다. 그 미소에 토니의 기분은 뒤숭숭해졌다.
'회지 > I won't give up' 카테고리의 다른 글
[MCU+616+EMH 스팁토니]I won't give up(7) (0) | 2015.11.16 |
---|---|
[MCU+616+EMH 스팁토니]I won't give up(6) (0) | 2015.11.16 |
[MCU+616+EMH 스팁토니]I won't give up(4) (0) | 2015.11.16 |
[MCU+616+EMH 스팁토니]I won't give up(3) (12) | 2015.11.16 |
[MCU+616+EMH 스팁토니]I won't give up(2) (0) | 2015.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