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H 2-11화를 기점으로 만들었습니다.(스크럴 침공 사태 때)
추후 추가 수정하여 마튼님께 개인회지로 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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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쉬지 않고 내리던 폭설 덕분이었을까, 눈꽃이 활짝 핀 나뭇가지들이 빛을 받아 아침부터 유독 반짝이고 있었다. 자넷은 딱 크리스마스이브에 맞춰 잠잠해진 날씨를 보고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며 좋아했지만 그녀와 달리 감성적 요소가 부족한 토니는 최근 날씨 기후를 조금만 관찰하면 원래 눈이 멈출 쯔음이었다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괜히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한 행크가 비슷한 말을 했다가 자넷의 사나운 벌침을 맞을 뻔했으니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토니의 선택은 옳은 걸지도 몰랐다.
어찌되었든 지긋지긋하기만 하던 눈이 멈추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토니가 공용 홀을 나설 즈음, 창가 너머로 어벤져스 멤버들이 한참 눈싸움을 하는 모습이 븨쳐졌다. 토니는 헐크와 자넷. 그리고 미즈마블이 팀을 먹고 호크아이를 집중 공격하는 모습을 구경하며 피식 웃음 지었다.
"아침부터 기운들도 좋네."
어제까지만 해도 눈 따위 이제는 지긋지긋하다며 짜증낼 때는 언제고, 또 저렇게 애들처럼 눈싸움이나 하고 노는 건지. 토니는 엄마 미소를 띄운채 어벤져스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곧 토르가 제설작업이라도 하고 온 것 마냥 어마어마한 크기의 눈뭉치를 가져오는 것을 보고 조용히 뒷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대로 나갔다가는 표적이 호크아이에서 자신으로 바뀔 것이 분명할 테였다.
토니가 발걸음을 죽인 채 몰래 빠져나갈 때 쯤 마침 계단을 내려오던 스티브가 토니를 발견했다.
"메리크리스마스. 토니."
"아, 메리크리스마스. 스티브."
그나마 스티브와 마주치다니 다행이군. 토니가 짧게 안도하는 사이 스티브는 토니의 차림새를 보고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어디 가나?"
"회사일. 일이 좀 터졌다고 하더라고."
"오늘은 크리스마스야. 토니. 휴일이라고."
일도 중요하지만 휴식도 필요한 법이라며 스티브가 엄하게 말하였지만 토니는 가볍게 어깨만 으쓱일 뿐이었다.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스티브의 눈썹이 살짝 찡그러졌다.
"나도 쉬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올해는 산타 할아버지가 내 착한 일들을 보지 못했나봐. 크리스마스 휴일에 페퍼를 부를 수도 없고, 나 혼자서라도 급한 불들을 꺼봐야지."
"그럼 저녁에는 올 수 있겠나?"
슬쩍 스티브가 눈치를 주듯 멘션 홀에 놓인 크리스마스트리를 흘겨보았다. 얼마 전부터 자넷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자며 판타스틱 포며 쉴드, 스파이더맨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초대장을 돌려댄 덕에 멘션 홀은 파티 준비로 평소보다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대부분 준비는 자비스가 담당하였지만 잔뜩 신나하며 멘션을 꾸며대던 자넷을 떠올리면 고작 회사일 따위로 파티에 불참해 그녀를 실망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토니는 뒷문을 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당연히 아머를 입고서라도 가야하지 않겠어?"
스티브는 토니의 대답을 믿듯 마주 웃어보였다. 크리스마스이브, 빌런들이 가장 활기를 띄는 날이기도 했지만 파티에 대한 기대 정도는 해도 될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토니의 기대감도 결국 멘션을 나온 지 채 30분을 버티지 못했다. 훌륭한 스타크 사의 복지 체계에 맞춰 텅 비어버린 회사 복도를 거쳐 사무실에 들어선 토니는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놀라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이번에는 벽에 구멍을 내고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표정을 알 수 없는 쇠 가면에 토니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닥터 둠? 내 회사에 무슨 용건이지?"
둠의 등장에도 자비스가 조용한 것을 보아 들어오기 전 이미 해킹을 맞친 모양이지만 다행히 가방형태의 휴대용 수트를 가져온 토니는 잔뜩 경계하며 수트를 착용할 기회를 엿보았다. 둠은 그런 토니를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 자신의 책상 앞, 그것도 노트북 쪽에 둠이 서 있다는 사실에 토니가 눈을 부라렸다.
"내 회사 정보를 가져가도록 그냥은 못 보내줘."
"네 쓰레기 같은 정보 같은 건 필요 없다."
"아, 그래? 그럼 크리스마스 아침부터 여기는 무슨 볼일로 오신 걸까나? 목적이 뭐야?"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둠에게 달려들어 공격을 퍼붓고 싶었지만 휴대용 수트를 가지고 상대하기에 둠은 너무도 강한 상대였기에 토니는 침착하게 상황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둠도 지난번과 달리 스크럴 문제로 잔뜩 예민해 공격부터 퍼붓던 토니와 다른 태도에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마스크 속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난 빚지는걸 아주 싫어한다."
"뭐야. 설마 전에 스크럴에 대한 유전적 정보를 준 거에 대한 빚이라도 갚으라 이거야?"
물론 그때 둠의 도움으로 스크럴을 구별하는 기계를 완성할 수 있었지만 그때 일이 언제인데 지금 와서 이러는지 토니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둠을 쳐다보았다. 솔직히 그때야 시간만 넉넉했으면 굳이 둠의 도움이 없었어도 스크럴에 대한 정보를 토니 역시 구할 수.. 토니는 더 이상 스크럴일지 모를 어벤져스를 믿을 수 없다며 도망치던 자신을 떠올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서 뭘 해주길 바라는 건데? 세계 정복하는 거라도 도와주길 바라는 거야?"
"네 하찮은 도움 따위는 내게 필요하지 않다."
"아, 그래. 나같이 하찮은 거는 스크럴이나 잡아내고, 네 세계 정복 계획을 막는 거겠지."
일부러 토니가 비아냥거려보았지만 여전히 둠의 철가면은 싸늘하기만 했다. 그저 한참을 토니를 바라만 보던 둠은 느릿한 동작으로 발걸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긴장한 토니와 달리 둠이 향하는 위치는 반대편이었다. 토니가 말릴 새도 없이 레이저 빔을 사용해 벽에 커다란 구멍을 낸 닥터 둠은 토니가 달려들 틈도 없이 훌쩍 바깥으로 뛰어들어 버렸다.
"이봐!"
"두 번 다시 이런걸 보내지 말도록 해라."
여전히 알 수 없는 말만 남긴 채 곧장 날아가 버리는 둠의 뒷모습에 토니가 도대체 이게 어찌된 상황인지 얼굴을 와락 찡그렸다. 닥터 둠이 떠나자 미리 준비해둔 것인지 해킹에서 벗어난 자비스가 허공에 푸른 화면을 띄어 보냈다. 토니가 아머를 입으며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젠장, 자비스. 회사 내 자료들 중 뭐 하나라도 건드린 게 있나 전부 찾아봐. 닥터 둠의 위치도 계속 쫒고!"
-sir. 그는 회사 자료들에는 일절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뭐? 그럼 뭐 때문에 온건 데?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그저 책상에 뭔가를 두고 간듯 싶군요. 스캔 결과 폭발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당장에 닥터 둠의 뒤를 쫒으려던 토니가 자비스의 말에 뒤를 돌아보았다.
"카드?"
차라리 다른 물건이 있었더라면 더 나았을 것을 휑하니 비어있는 토니의 책상 위에는 작은 카드만이 한 장 놓여져 있을 뿐이었다. 토니는 이게 둠이 두고 간 물건이 맞는건가 잔뜩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들어 올렸다가 카드에 적혀진 글들을 읽고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자비스? 너 설마.. 닥터 둠한테 크리스마스 카드 보낸거야?"
-전 Sir께서 하시라는 명령대로 했을 뿐입니다.
"하. 맙소사."
그때야 스크럴 문제로 잔뜩 짜증이 나 있던 상태에서 둠의 도움이 반가워 농담을 한 것뿐이었거늘, 어째 이놈의 아들 녀석은 조크 실력만큼이나 자신을 당황하게 하는 실력도 나날히 늘어나는 건지. 하지만 한편으로는 둠이 주고 간 카드를 재미있다는 듯 토니가 카드를 빙그르 돌려 보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편의점에서 파는 듯한 유치하고 단조로운 카드였다.
자비스가 보내든 말든 그냥 무시해도 됬을 카드 한 장을 어쩌지 못하고 굳이 회사까지 몰래 들어와 두고 갈 정도라니. 단지 빚이라고 부르기에는 생각보다 귀여운 행동에 토니가 킥킥 웃음을 터트렸다.
"이건 리드한테 꼭 자랑해야겠군. 닥터 둠한테 크리스마스카드를 받다니 말이야."
-이제 닥터 둠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카드는 취소하도록 할까요?
"음. 아니. 그러지는 말고.."
계속해서 손 안에 카드를 돌리며 토니는 한 번 더 둠이 나간 구멍 쪽을 흘겨보았다. 하긴 그러고 보면 짜증나기는 해도 어쨌든 둠의 친절로 스크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사실이었고, 그에게 굳이 고맙다는 말도 못한 거 같기는 한 거 같았다. 유치한 크리스마스카드 그림마저 이제는 귀여워 보인다 생각할 때쯤 토니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자비스. 만약에 내가 둠한테 오늘 멘션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자고 초대장을 보내면 뭐라고 반응을 보낼까?"
아마 멘션에 초대된 히어로들은 물론이고, 둠도 길길히 날뛰겠지? 어쩌면 자넷의 말대로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기적의 힘이라는게 있기는 한걸지도 몰랐다. 단지 화이트 크리스마스같은 단순한 기적이 아닌 크리스마스 카드라는 예상치 못한 선물같은 기적말이었다. 거리의 캐롤송들처럼 토니의 웃음소리는 마냥 유쾌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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