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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스팁토니] Prophetic dreams (3/4)

배너의 손짓 한번에 보고 있던 자료들이 모두 사라졌어. 옆에서 같이 자료를 보고 있던 토니가 기겁했어.

 

 

"왜 갑자기 꺼버리는거예요?"

"어차피 날아갈 연구 데이터를 굳이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요."

 

 

다른 연구 자료들까지도 모두 꺼버리려는듯 배너가 손을 들어올리자 토니가 재빨리 손을 잡아 말렸어.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는듯 자신을 쳐다보는 토니의 시선에 배너는 장기간 씻지 못해 떡이 된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어.

 

 

"괜히 헐크가 나와 난동을 부릴바에 아예 이 연구를 중단하는게 낫잖아요?"

"맙소사, 배너. 내 앞에 있는 당신은 지금 박사 맞죠? 어떻게 그런 말도 안되는 말을 할 수가 있어요. 헐크가 나올 이유가 뭐가 있다고.."

"토르가 어제 설인들과 전투가 있었다더군요."

 

 

토니가 눈을 동그랗게 떴어. 배너는 한숨을 내뱉듯 말했어.

 

 

"듣자하니 또 로키의 계획아래 일어난 연극이었다지만 어찌되었든 그 꿈 내용과 똑같은 일을 당했어요."

 

 

토르를 요툰헤임으로 꼬드겨 가둬버리려던 로키의 계획적 연극은 비록 타이밍 좋게 등장한 토르의 친우들의 도움으로 실패하였지만 어찌되었든 토르는 꿈에서의 상황을 똑같이 겪었어. 

 

가벼운 상처를 입고 돌아온 토르는 배너에게 그날의 꿈이 토니가 말한대로 한낱 꿈이 아니라고 경고하였어.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벤져스 모두가 그날 꾼 꿈들은 모두 예지몽을 꾼것이었지. 배너도 토니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토르의 경고에 좀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어.

 

 

"그건.. 그건 그냥 우연에 불과한거예요. 설마 박사까지 그 예지몽이라는 헛소리를 주장하려는건 아니죠?"

"초록 괴물이 판을 치고, 천둥신과 함께 싸우는 이 판국에 그런 일이 굳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지 않나요?"

"아무리 그래도 예지몽이라니.. 헐크나 토르랑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요."

"그건 두고 봐야 아는 문제겠지요. 아무튼 난 괜한 도박을 해서 헐크를 깨우고 싶지 않아요. 이 연구는 아쉽지만 여기서 끝을 내도록 하죠."

 

 

다시 배너가 손을 들어올리려하자 토니가 아예 자료들 앞에 두 팔을 벌려 막아섰어. 아직까지도 토르나 배너의 주장을 믿고 싶지 않았던 토니는 이런식으로 배너의 연구를 날려버릴수 없었어.

 

 

"못해도 한달은 개고생한걸 그런 말도안되는 이유 때문에 그만둔다는게 말이 되요? 이번 연구는 성공하기만 하면 세기의 발견이 된다고요. 이대로 그냥 끝맺히기 아쉽지도 않아요?"

 

 

배너가 잠시 토니를 빤히 바라보았어. 토니는 허공에 손짓을 해 자비스에게 지금까지의 자료들을 모두 저장하라 시켰어. 스타크 데이터베이스에 분명히 저장되는걸 눈 앞에 확인시켜주며 토니가 계속해서 배너를 설득했어.

 

 

"게다가 만약 일어난다하더라도 계속해서 자비스가 백업을 해놓으면 되잖아요. 만약 그 말도안되는 개 꿈처럼 자료가 날아가버린다고해도 어차피 저장한것들이 있어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요."

"토니. 당신 꿈 내용은 뭐였나요?"

 

 

갑작스런 배너의 질문에 토니가 입을 다물었어. 배너는 시선을 피하려는 토니의 태도에 눈을 가늘게 떴어. 저번에도 그렇고 유독 꿈 내용에 예민한것이 단순히 비과학적인 문제라는 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어.

 

 

"나에게까지 말 못할정도로 충격적인 꿈인건가요?"

 

 

토니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어. 꿈 속의 스티브의 품에 안겨 행복하게 웃음짓던 자신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등꼴을 오싹하게 만들고 있었어.

 

 

"..그냥 개꿈에 불과해요."

"하지만 지금 그 꿈들이 현실이 되고 있어요."

 

 

비수를 맞은듯 토니가 몸을 움찔했어. 하나둘 꿈이 현실로 다가온다는 점이 그 어떤이들보다도 토니를 불안하게 하고 있었어. 애써 부정하고 아닌척해도 배너의 단호한 말 한마디가 그의 꿈을 강조해주고 있었어. 배너는 불안한듯 눈을 떠는 토니의 모습에 꿈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나 그가 어지간히도 그것을 부정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말하기 싫은걸 억지로 말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배너는 고개를 돌려 저장된 자신의 연구자료를 확인하였어. 확실히 방금전 토니의 설득대로 한달간 잠도 거르고 해나간 연구를 완성을 코앞에 두고 던져버리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었어. 그러고보니 최소한 꿈에서 헐크가 튀어나오지는 않았다는 점을 위안삼아 배너가 고개를 끄덕였어.

 

 

"확실히 나도 이번 연구를 이대로 끝내버리기는 아쉽긴하네요. 어차피 언젠가 일어날 일이라면 마냥 불안해하기만 할바에는 차라리 자비스로 계속 백업을 하여 대비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배너가 연구를 계속한다는 말에 급 토니의 얼굴이 밝아졌어. 하지만 곧 언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말이 신경쓰였는지 토니가 입을 비죽 내밀었어.

 

 

"반드시 그 꿈이 일어날리는 없어요."

"어지간히도 싫은 꿈인가 보군요."

 

 

토니는 배너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어. 배너는 그런 토니를 말없이 한참을 더 응시하다가 커피포트 쪽으로 걸어가며 혼잣말마냥 중얼거렸어.

 

 

"그래요. 다른 이들처럼 반드시 꿈이 일어나리란 법은 없죠. 우리는 과학자답게 언제든 그 운명이란걸 우리 손으로 바꿀수도 있을테니 말이예요."

 

 

갑자기 토니가 고개를 번쩍 들었어. 바꿀수 있다는 배너의 말 한마디가 토니에게 희망을 주고 있었어.

 

 

 

 

 

 

 

쉴드 복도를 지나가던 스티브는 뒷쪽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어. 샤론이 수줍게 그에게 인사를 했어. 스티브가 부드럽게 웃으며 인사를 받아주자 샤론의 두 볼이 귀엽게 발그레졌어. 

 

두 사람은 별 시덥잖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나란히 복도를 지나갔어. 그러다 문득 샤론이 생각났다는듯 이번 휴가 때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시냐고 물어왔어. 별 생각없이 타워에서 시간을 보낼거라는 스티브의 대답에 샤론이 환하게 웃음을 띄었어.

 

 

"아, 그럼 이번 주말에 캡틴이 좋아하시는 작가의 전시가 열리는데 시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보러가시지 않으시겠어요?"

 

 

당당한 샤론의 제안에 스티브는 당황스런 기색을 보였어. 지금 이것이 데이트 신청인것인가 한 생각이 스티브의 입을 굳게 만들었어. 샤론은 금방이라도 거절할듯 주춤하는 스티브의 모습에 얼른 말을 이었어.

 

 

"데이트가 아니라 그냥 미술관에 같이 동행해 간다 생각하시고 가주시면 안될까요?"

 

 

스티브는 난처한 얼굴을 지어보였어. 이렇게 그녀의 부탁어린 제안을 거절하기도 애매하였고, 또 샤론이 가자고 내민 전시관은 며칠전부터 그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유혹이 생겼어. 스티브의 눈이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샤론은 방긋 웃으며 그럼 이번주 토요일에 뵙자고 선수를 치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어. 

 

그녀를 부르기위해 스티브가 입을 열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어.

 

 

"저 요원이 자네한테 관심이 있는 모양이네?"

"..언제부터 와있었나?"

 

 

토니는 고개를 빼꼼히 내민채 빙글 웃어보였어.

 

 

"캡이 데이트 신청을 받을때부터?"

 

 

스티브는 눈가를 와락 찡그렸어. 데이트 신청을 받는 장면을 자신에게 들킨것이 어지간히도 부끄러운 모양이었어.

 

 

"내 개인적인 일이네."

"흐흠. 아예 관심 없단 소리는 안하는걸 보니 마음에 드는 모양이네?"

"그게 아니라..!"

"잘됐네. 70년지기 동정도 떼버릴겸 가서 한번 만나봐. 저 요원 전부터 봐왔는데 몸매도 좋고, 성격도 괜찮은게 캡하고 꽤 잘맞을거야."

 

 

토니가 손으로 샤론의 몸매를 그리는 쉬늉을 해보이자 스티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어.

 

 

"..진심인가?"

"그럼 진심이고 말고. 아, 데이트 갈땐 반드시 그 촌스러운 옷은 벗어버리고 다른 옷을 입도록 해. 그런 옷을 입고 데이트에 나가면 여성분에게 무례할 뿐이라고."

"..충고 고맙군."

 

 

스티브의 이에서 뿌득 소리가 난듯 싶었지만 토니는 신경쓰지않고 신이나 데이트에 대한 조언을 조잘거렸어. 만약 이대로 스티브와 샤론이 잘만 된다면 그가 꾸었던 꿈이 현실로 다가올 확률은 더더욱 멀어질 것이었어. 

 

토니는 배너의 말대로 운명은 개척하는거라며 샤론이라는 굴러들어온 희망에 감사를 표했어. 그러나 깨발랄하게 스티브의 등을 치는 토니와 달리 스티브의 얼굴은 어둡기만했어.

 

 

"데이트 잘 하고와! 꼭 성공해서 체리보이라는 이름도 떼어버리라고!"

 


잠시 토니를 쳐다보던 스티브는 여전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채 앞으로 성큼성큼 가버렸어. 어쩐지 평소보다도 기분이 안좋아보이는것 같았지만 그가 자신에게 저러는게 하루이틀도 아니었기에 토니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

 

허리춤에 팔을 얹은 토니는 스티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었어. 이걸로 그 말도 안되는 꿈에 대해 한시름 놓은 기분이었어.

 

 

 

 

 

 

 

토니는 잠에서 덜 깬 상태로 자신을 찾아온 캡틴 아메리카를 어이없다는 얼굴로 쳐다보았어. 스티브는 당당하게 양 손에 셔츠를 들고 그에게 보여주였어.

 

 

"무슨 옷을 입고 가야할지 모르겠더군. 자네가 좀 도와주게."

"캡... 지금 몇시인지 알기나 하고 말하는거야?"

"10시가 이른 아침은 아닌거라고는 알고 있네. 자네가 아직까지 자고 있었다는게 놀랍군."

 

 

새로운 기계를 만드느라고 새벽 6시가 되어야 잠이 든 토니는 댁 시차랑 내 시차를 동일시하지말라고 화를 내었어. 그러나 스티브는 여전히 뻔뻔하게 셔츠만 내밀어 보일뿐이었어. 그래서 어떤 셔츠가 괜찮아 보이는가? 토니는 어처구니가 없을정도로 뻔뻔한 스티브의 태도에 이거 어제 내가 좀 놀렸다고 복수하는건가..? 한 생각을 했어. 스티브가 어서 대답해달라고 재촉했어.

 

결국 졌다는듯 토니가 마른 세수를 하며 말했어.

 

 

"둘 다 이상하잖아. 도대체 캡 옷장에는 체크 셔츠밖에 없는거야?"

"..전에 로마노프가 골라준 옷은 있는데.."

"그럼 그걸 입어. 댁 안목보다야 로마노프 요원의 안목이 더 신뢰가 가니까 그 옷들보다야 훨씬 나을거야."

 

 

스티브는 자신들이 가지고 온 셔츠들이 그렇게 이상한가 갸웃하다가 고개를 끄덕였어.

 

 

"가져와보도록 하지."

"아니, 뭘 또 굳이 가져와. 그냥 그거 입고 가라고."

"바지와 신발은 내 마음대로 입어도 되는건가?"

 

 

당당한 스티브의 물음에 토니는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어. 아무래도 어제 일의 복수가 맞는 모양이었어. 쪼잔하기는..

 

 

"됐어. 자비스. 캡 사이즈에 맞는 옷 좀 적당히 찾아가지고 와봐. 데이트 시간이 몇 시야?"

"2시이네."

"그럼 잠깐만 기다려. 아예 머리부터 발 끝까지 풀 세팅해서 보내줄테니까."

 

 

토니가 소파에 드러눕자 스티브도 잠시 눈치를 보다 따라 소파에 앉았어. 가운이 잔뜩 열려 안에 속살이 훤히 다 보이는 무방비한 옷차림새로 토니가 길게 하품을 내쉬었어. 그 모습을 흘겨보던 스티브가 망설이듯 힘겹게 입을 열었어.

 

 

"자네는 이번 휴가에 어디 안가나?"

"나? 난 타워에서 쉴거야."

"아무 약속없이?"

"내 귀여운 기계 자식들이랑 데이트 약속이 있어."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토니의 모습에 스티브는 눈을 돌렸어. 붉어진 얼굴이 들릴듯말듯하게 조그맣게 중얼거렸어.

 

 

"자네도 같이 가지 않겠나?"

 

 

순간 토니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말그대로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어.

 

 

"미쳤어?! 캡 데이트를 내가 왜 따라가. 하여튼 정신 나간 노친네 같으니라고. 내가 캡 데이트를 따라가면 요원이 퍽도 좋아하겠다."

"그런 말이 아니라.."

 

 

변명하려는듯 스티브가 평소답지않게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곧 얼마안가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떨구었어.

 

 

"아니. 됐네."

 

 

토니는 스티브의 재미없는 농담에 한심스럽다는 얼굴로 바라보았어. 왠지 오늘 데이트가 불안해 보였어.

 

 

"괜히 오늘 데이트 가서도 바보같은 짓은 하지마. 요원이 만약 힐을 신고 왔으면 오래 걷지 말고, 이해 안가는 말을 해도 그냥 웃으면서 무조건 고개만 끄덕여. 헤어질 때는 당연히 집까지 데려다주고 말이야."

 

 

토니의 조언에 스티브가 고개도 들지 않은채 뭐라 웅얼거렸어. 토니는 좀 더 크게 말하라고 성질을 낼까 하다가 괜히 데이트 나가는 사람을 상대로 싸우고 싶지 않았기에 그냥 스티브의 말에 귀를 귀울여주었어.

 

 

"자네는.. 내가 데이트 나가는거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는건가?"

"왜 생각이 없어."

 

 

스티브가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어. 어딘가 희망어린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스티브의 얼굴을 마주 바라보며 토니가 환하게 대꾸했어.

 

 

"드디어 우리 캡틴이 노총각 히스테리에서 벗어날, 이 절호의 기회를 내가 놓칠리가 없잖아?"

 

 

순식간에 스티브의 얼굴에 절망이 덮여졌어. 그런가... 토니는 최근들어 종 잡을 수 없는 스티브의 괴이한 행동들에 도대체 왜 저러는지 답답함만 느꼈어. 그가 왜 저러는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영 감이 잡히는게 없었어.

 

그 순간 토르가 말한 예지몽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어. 혹시 그 역시 자신처럼 이상한 꿈을 꿔서 그런건 아닌가 한 생각에 토니는 자신의 턱수염을 쓸어 만졌어. 생각해보면 그때 스티브 역시 꿈 이야기를 피했었었지.

 

 

"그러고보니, 캡. 전에 토르가 했던 꿈 이야기 혹시 기억해? 그때 왜 설인들하고 싸운다거나 바튼이 어디에 깔린다는 꿈을 꿨다고 했잖아. 그때 캡은 무슨 꿈을 꿨었어?"

 

 

여전히 어두운 안색으로 스티브가 고개를 돌렸어. 아니, 꿈에 대한 이야기에 더욱 표정이 안 좋아진거 같아 보였어. 스티브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있었어.

 

 

"별로 말하고 싶지 않네."

"왜?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꾼거야? 응?"

 

 

본인 꿈 내용은 말하지않으려하면서 스티브가 저렇게 대놓고 피하려고하자 토니는 호기심을 느꼈어. 대체 어떤 꿈을 꾸었기에 천하의 캡틴 아메리카가 저리도 거부 반응을 보이는건지 궁금할 따름이었지. 

 

토니가 계속해서 꿈 내용에 대해 집착해서 묻자 스티브는 입만 꾹 다물고 있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어.

 

 

"어? 어디가? 캡!"

 

 

엘리베이터 앞에 선 스티브는 여전히 우울한 얼굴로 토니를 돌아보았어.

 

 

"옷은 내 방으로 보내주게. 난 잠시 땀을 빼고 와야겠어."

 

 

그렇게 말하고 곧장 스티브는 체육실 층으로 버튼을 눌렀어. 강제로 사람을 깨워놓고 그냥 가버리는 스티브의 이상스런 태도에 토니가 황당한 얼굴을 지었어.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 토니가 빽 소리를 질렀어. 

 

 

"캡. 여자들은 땀 냄새 별로 안 좋아해!" 

 

 

대꾸도 없이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어. 왠지 모르지만 찝찝한 기분에 토니는 자신의 가슴 부근을 벅벅 긁었어.

 

 

 

 

 

 

 

샴페인 잔을 손에 든 토니는 우아하게 맨하튼의 야경을 구경하였어.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간판들이 그의 발밑 아래 반짝이고 있었지. 

 

토니는 손목을 돌려 샴페인 잔을 흔들어보였어. 출렁이는 샴페인 안에 야경이 비쳐 보이고 있었어. 토니는 슬찍 미소를 지으며 샴페인 잔을 입가에 가져갔어. 자비스에게 전해 듣기로 스티브가 샤론과의 데이트를 꽤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는 소식에 토니는 안도하였어. 

 

역시 그 웃기지도 않는 개 꿈은 단순한 개꿈에 불과한 모양이었어. 이대로 스티브와 샤론이 사귀게 된다면 자신의 고민은 물론 배너의 걱정까지도 덜어줄수 있단 생각에 토니는 안도했어.

 

머저리같은 스티브가 샤론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어떻게든 데이트를 이어가려는 모습을 상상한 토니는 저 혼자 웃음을 터트렸어. 잡티 하나 없는 새하얀 얼굴이 핑크빛으로 붉어졌을 모습이 제법 귀여울거 같앴어. 

 

한참을 스티브와 샤론의 데이트 장면을 상상하던 토니는 문득 통 유리 너머로 물방울들이 떨어지는것을 발견했어. 조금씩 떨어지던 빗방울들이 얼마안가 장댓비마냥 쏟아지기 시작했어. 폭염의 날씨를 가라앉혀줄 시원스런 빗줄기를 여유롭게 바라보던 토니는 스티브가 우산을 가져갔던가 고민했어. 그 작자가 섬세하게 우산을 챙겨갔을리도 없고.. 그럼 샤론과 비를 홀딱 맞고 있으려나?

 

데이트가 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토니는 얼른 자비스를 불렀어. 그러나 곧 토니는 입을 다물었어. 생각해보면 그 작자의 몸매라면 비를 맞아도 좀 분위기가 망가질 뿐이지 잘만하면 배드씬까지 이어질지도 몰랐어. 토니는 자비스에게 신경 쓰지말라며 손을 내저었어. 

 

비를 맞아 옷이 몸에 착 달라붙었음에도 스티브는 자신보다 샤론을 더 걱정하여 그녀에게 옷을 씌워줬을거였어. 샤론은 커다란 가슴을 내븨쳐보이는 스티브의 몸매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에게 달라붙을것이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 낭만적인 모습으로 키스를 나눌지도 몰랐어. 꿈속에서의 스티브처럼 상상 속의 스티브가 샤론의 입술에 키스하는 장면에 토니는 왠지모르게 샴페인 잔을 꽉 움켜쥐었어. 

 

그때 타이밍 좋게도 근처에서 번개가 번쩍하였어. 토니가 고개를 돌리는 그 짧은 순간에 연달아 천둥도 함께 내리쳤어. 어지간히도 가까운곳에서 내리친 모양이었어. 그리고 우르르 쾅쾅! 하는 소리와 동시에 갑자기 타워 전체가 어둠으로 뒤덮였어.

 

 

"자비스?!"

-sir. 아무래도 근처에 벼락이 치는 바람에 잠시 전력에 과부화가 걸린 모양입니다. 금방 복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비스의 말대로 금세 다시 타워에 전기가 들어왔어. 하지만 토니의 얼굴은 여전히 낯빛이 좋아보이지 않았어. 토니는 그 짧은 정전 사태에 벌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에 대해 두려워했어. 그런 토니의 불안함에 맞춰 곧 배너에게서 연락이 왔어. 영상 통화속 배너가 그 불안감을 현실로 만들어주었어.

 

 

"방금 정전 사태로 데이터가 싹 다 날아가버렸어요. 그래도 토니 말대로 전 데이터들을 남겨놓아서 헐크가 나오는건 막은 격이네요."

 

 

토니의 발밑으로 샴페인잔이 떨어졌어. 유리조각들이 바닥을 뒹구는 소리가 바깥의 빗소리마냥 요란하게 들려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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