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회지의 단편 에피소드 입니다.
쏴아아-.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파도소리를 듣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기분이었다. 앤서니는 서늘하다싶을 정도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고개를 들어 바람결에 맞춰 흔들리는 나무들을 감탄 어리게 바라보았다. 바람의 세기에 맞춰 나뭇잎 비벼지는 소리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는 새들의 노래소리가 한순간이지만 지금의 현실을 잊게 해줄 만큼 감미로워 그의 신경을 쏟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감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앤서니, 발 조심해! 거기 미끄럽다고!”
자신을 부르는 외침 소리에 정신을 차린 앤서니가 황급히 앞을 보자 앞장 서 걸어가고 있던 에드워드가 피곤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가장 선두에 서 있던 스타크도 에드워드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뒤를 돌아보았다. 민망함에 앤서니는 이끼가 끼인 바위를 피해 다른 길목으로 몸을 틀었다.
“미안.”
“됐으니까, 뒤에 토니나 좀 챙겨와 봐. 저러다 쟤 미아 되겠다.”
앤서니가 뒤를 돌아보자 그들과 확연히 벌어진 거리에서 토니가 헥헥거리며 나무 밑 둥을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까전만해도 좀 천천히 가자느니, 니들이 내 나이 먹어봐라 같은 소리를 빽빽 질러대더니 이제는 그럴 기력조차 남지 않은 모양이었다. 에드워드는 앤서니가 토니에게 다가가는 걸 지켜보다가 다시 스타크를 돌아보았다.
“솔직히 미아는 이미 되지 않았어?”
“그래도 이 상태에서 더 악화되는 건 막아야할 거 아니야.”
“미치겠군.”
에드워드의 한숨에 스타크는 그저 고개를 높이 쳐들 뿐이었다. 시원한 바람이 스타크의 땀을 걷어갔다. 스타크는 잠시 숨을 돌리듯 어쩌다 자신들이 이런 처지가 되었는지 회상에 빠졌다.
토니 스타크 넷이 아머와 첨단 기술은 물론 익스트리미스까지 억제 당한채 이런 무인도에 조난을 당한 것의 발달은 의외로 별거 아닌 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고작 이주간 연구실에서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화가 난 스티브들은 연구실을 습격하였고 건강과 자신의 연인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책임을 묻는 잔소리가 끝을 모르고 계속되었다. 거기다 한참 혼이 난 걸로도 모자라 당분간 연구 금지라는 금지령까지 받게 된 토니들은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며 항변에 나섰지만 스티브들은 냉랭하기만 했다.
매몰차게 어서 연구실 정리하고 따라오라는 스티브들의 등 뒤로 토니들은 잔뜩 풀이 죽어 죄인처럼 끌려가게 되었다. 그때 토니의 선동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의 시작이 되었다.
“우리 가출하자.”
선동은 대중의 정서적 반응을 고양시켜 행동에 동원시키는 행위였고 안타깝게도 토니들의 정신상태는 이 주간 연구에 몰두하느라 일반적인 상태가 아니라 쉽게 고양되기 마련이었다. 거기다 어차피 지금 화난 스티브들을 따라가봤자 최근 자신들을 방치시킨 벌이라며 침대에서 벗어나지도 못할께 뻔 한 일이었기에 토니 스타크들은 쉽게 토니의 설득에 넘어가 버렸다.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반항이나 해보자! 라는 결심을 스티브들이 눈치 챈 것은 이미 토니들이 퀸젯을 타고 어벤져스 멘션을 탈출한 뒤였다. 통신기로 스티브들이 당장 돌아오라고 명령을 내렸지만 쿵짝이 잘 맞는 친구들이 있는한 무서운게 없다는 10대 소년들마냥 토니들은 통신기를 꺼버릴 뿐이었다. 분명 그때까지만해도 그들은 캡틴 아메리카의 손아귀에 벗어난 자신들의 성공담을 떠들어대며 흥분해 있었다.
스티브들의 추적(쉴드와 어벤져스들의 추적)을 피한 토니들은 자신들 소유의 비밀 섬 중 하나로 도망치자마자 못 다한 연구를 계속 이어갔고, 광란의 밤은 며칠이고 계속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정신을 차리게 된 스타크는 조금씩 후의 일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아마 그 전에 잡혔더라면 적당히 일, 이주 정도만 침대 생활을 했을테지만 아마 지금 잡힌다면…. 생각하는 것조차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사실 다른 토니들 역시 내심 걱정스러워하는 기색이었지만 차마 그 공포를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우리 슬슬 가야하지 않나…. 하고 눈치 싸움만 보고 있었다. 결국 앤서니가 슬쩍 스티브들도 걱정할텐데 우리 연락해봐야하는게 좋지 않을까? 어벤져스 일이나 회사 일도 걱정되는데…. 라고 말문을 틀었을 때 토니들은 기다렸다는듯 그게 좋겠다며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상황은 토니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히 풀릴 일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맙소사, 토니! 무조건 오지 마요! 지금 오면 당신들 다 죽어요.]
슬쩍 스티브의 상태를 떠보기위해 배너에게 연락을 했다가 오히려 토니들을 찾느라 잔뜩 흥분한 스티브들이 빌런을 완전 개박살 내놓은 사진을 보게 된 토니들은 하나같이 끙 소리를 내었다. 제발 자기를 잡아가달라며 애원하는 빌런의 상태는 그들이 보기에도 꽤나 불쌍해보일 지경이었다.
[일단 우리가 최대한 진정시켜 놓을테니까 좀 더 있다가-]
[배너 박사. 지금 누구와 통화 하는겁니까.]
[그거 혹시 우리 쪽 토니입니까?]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연인이지만 지금은 차라리 저승사자가 낫겠다 생각이 들 정도로 오싹해지는 목소리들이였다.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 토니들의 희미한 목소리를 찾아낸 스티브들이 배너의 연구실을 쳐들어오는 걸 끝으로 토니들은 허겁지겁 영상을 꺼버릴 수밖에 없었다. 차마 로저스가 이를 악물며 한 말에 대해 입을 여는 토니들은 아무도 없었다.
[자네들 모두 잡히면 두고 보세.]
차라리 헐크가 니 두개골과 척추 뼈를 분리시켜버리겠다는 말이 더 안전할 듯 싶어보일 지경이었다. 토니들은 완전 대 패닉 상태에 빠져버렸다. 거의 반쯤은 울면서 그러게 왜 가출을 하자고 했냐, 니네도 하자고 했잖아 하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돌려대는 혼란 속에서 에드워드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말이야. 방금 통화로 우리 추적 가능해진 거 아니야?”
짧은 침묵 후 패닉은 폭발력을 가중 시켜 대혼란이었다. 토니들은 누가 먼저라 할 새도 없이 서로를 밀치며 퀸젯으로 달려갔고, 퀸젯을 가동시키기 전 심각한 얼굴로 스타크가 섬으로 접근중인 물체에 대해 소리쳤다.
“씨발 튀어!”
정말 극적인 탈출이라고 하는 게 옳았을 것이다. 계속되는 스티브들의 공중 추격전을 겨우 피한 토니들이 도착한 곳은 결국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였다. 더 이상 퀸젯은 망가져 움직이지 않았고, 아머를 부르거나 자비스를 부를 시 함께 따라올 금발 미남들이 무서웠던 토니들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나 더 이상 못가! 죽어도 못 가! 배 째!!”
“이런. 어리광을 받아주는게 아니었는데.”
“몰라! 그냥 집에 갈거야! 가서 손이 되든 발이 되든 싹싹 빌고 말지, 이게 대체 무슨 개고생이야!”
“너 불과 몇 분전만해도 앤서니가 돌아가자는거 극구 말렸거든?”
“마음 바꿨어! 당장 스티브한테 돌아갈 꺼야!”
그나마 들고 있던 짐을 집어던진 토니가 빼액거렸지만 더 이상 토니들은 그래, 어디 해볼테면 해봐라 라는 눈으로 짜게 바라만볼 뿐이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제 풀에 홀로 씩씩거리던 토니는 끝내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바닥만 긁어댈 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역시 스티브를 감당하기에는 겁이나는 모양이었다.
스타크는 다시 고개를 돌려 산등선을 바라보았다. 햇빛에 반짝이는 나뭇잎 그림자와 빽빽히 들어찬 나무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장관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지금 토니들에게 드는 생각은 앞으로 어떻게야하냐는 고민뿐이었다. 어차피 안으로 더 들어가봐야 보이는 거라고는 저런 나무들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스타크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일단 이 근처에서 야영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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