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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지/short book

[스팁토니]Protocol : a fresh start.

*자이님 파트입니다.

*왠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회지의 단편 에피소드 입니다.


오늘도 맑고 깨끗한 푸른 하늘과 그 속을 자유롭게 다니는 잔잔한 구름, 기분 좋게 내리쬐는 햇빛. 낮잠 한 번 자면 말 그대로 꿀잠을 잘 수 있을 것은 같았다. 이런 날씨에 취해 누군가 입을 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더라.”


그 주위에 앉은 중년 남자 3명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게도 그들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조금씩 생김새나 분위기는 틀렸지만, 분명 닮은 곳도 있었다. 선명한 이목구비나 짙은 눈썹 그리고 그들의 트렌드 마크인 마냥 모두 턱수염이 있었다. 마치 피를 나눈 형제들 같았다. 그들이 들었으면 질색을 하면서 피를 나누다는 것에는 동의를 할지 몰랐다. 그들 모두 같은 DNA를 가진 앤서니 에드워드 스타크였으니 말이다.


이건 모두 토니가 회로를 잘 못 건드려서 그래.”


모두가 선망하는(혹은 못마땅한) 어벤져스 타워에서 가장 햇빛이 잘 드는 테이블 위에 4명의 토니들은 한 줄로 쪼르륵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눈빛은 이미 동태눈과 같은 멍하고 넋이 나갔지만, 입만은 따로 있다는 듯이 조잘거렸다.


스타크가 그런 제안을 했을 때부터 포탈을 닫았어야 했는데.”


앤서니의 말에 스타크는 말 대신 수려한 눈썹을 삐죽 올렸다.


미안하지만 내가 제안하기 전부터 에드워드와 토니가 먼저 시작하고 있었거든. 삐질까봐, 내가 일부로 데리러 간 거였지.”

그것 참 눈물 나게 고맙네.”


앤서니가 머리를 쥐 뜯으며 신음을 내었다. 그 옆에 토니는 고개를 뒤로 져친 채 의자에 몸을 기댄 상태로 아무 말이 없었다. 스타크와 자신의 사이에서 제일 큰 재산인 머리를 학대하는 앤서니와 토니를 힐끗 보고는 당당하게 언더 아머를 입고 앉아 있는 에드워드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론은 완벽했어. 스티브들이 오기 전에는.”


에드워드는 평상시에 보기에는 인상이 찌푸려질 언더아머를 편하다는 이유로 입고 다니는 그 이기적인 생각처럼 쉽게 말을 했다. 무언가를 쓰고 있던 스타크가 멈칫했고, 머리를 쥐 뜯던 앤서니가 손가락에서 힘을 뺏다. 그리고 조용히 머리만 박고 있던 토니가 움찔 거렸다.


솔직히 '조금' 위험했지만, 잘 넘어갔고 거의 성공할 뻔 했는데 말이지. 거기서 스티브들이 초 치지만 않았으면, 희대의 발명이 탄생했다고. 이 나이 먹고 반성문 따위 안 적어도 되었고 말이지.”


투덜거리는 에드워드 옆에 있던 토니가 음산한 기운을 내뿜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던 말던 스타크나 에드워드는 콧방귀도 끼지 않았지만 바로 옆에 있던 앤서니는 슬쩍 토니를 쳐다보았다.


그래, 모든 건 스티브 때문이야.”


토니가 벌떡 일어서자 스타크, 앤서니, 에드워드는 또 무슨 망언을 꺼내나 지켜보았다.


다른 차원의 한테 맡기자.”


스타크는 바로 고개를 돌려 반성문을 쓰고 앤서니는 다시 머리를 쥐 뜯기 시작했다. 에드워드만이 재미있다는 듯이 토니의 말에 귀 기울였다.


이미 우리는 다른 차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렇게 만났지. 그리고 더 수많은 차원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 그 중 한 차원의 한테 우리의 연구 결과를 맡기고 진행하게 하는 거야! 적어도 망할 슈퍼 솔져가 없는 차원에서!”


토니가 마치 파티 장에서 분위기를 띄우듯이 과장되게 팔을 벌렸다. 마치 위에서 빛이 내려오고 찬사를 날리며 박수를 쳐줘야 될 것처럼.


그러나 아쉽게도 들려온 은 찬사나 박수가 아니었다. 심지어 스타크의 빈정거림이나 앤서니의 신음소리, 에드워드의 찬성하는 목소리도 아니었다. 몇 시간 전, 토니들에게 혼을 내고 반성문이라는 치욕스러운 벌을 준, 적어도 지금은 듣고 싶지도 들어서도 안 되는 연인의 목소리였다.


토니


아까 토니들과 만나 새로운 기계를 개발하다(사고 치다) 걸린 것보다 더욱더 음산한 목소리다.


분명 반성하라고 한 것 같은데,”


어쩐지 이를 악무는 소리까지 들리는 듯 했다. 뒤를 돌아봐 미리 얼마나 혼날 것이지 예상을 해야 되나, 아님 현실도피로 최대한 피해야 되나. 토니의 천재적인 머리가 윙윙 빠르게 돌아갔다.


전혀 반성한 것이 없는 것 같군.”


토니는 침을 꿀꺽 삼키고 아무렇지 않는 듯이 뒤를 돌아보고 콧방귀를 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토니가 긴장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허니, 내가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지 모르는 가 본데. 내가 무려 132번째 반성문을 꺼내 주겠어.”


토니는 이미 예전에 자신이 어떤 사고를 치면 이렇게 해야겠다며 과거에 적어 놓은 반성문 중 132번 반성문을 자신 있게 건네었다. 아무리 읽어봐도 완벽한 반성문이었다.


찌이이익물론, 토니에게만 그런 모양이었다.


내가 한자 한자 적으면서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쓰라는 것이었지, 미리 쓴 반성문을 달라는 것이 아니었네! 이게 무슨 감상문인지 아는가?!”

그렇다고 내가 10분이나 투자한 반성문을 읽지도 않고 찢어?!”


몇 줄 적지 못한 종이에 머리를 박고 손으로 머리카락을 쥐 뜯던 앤서니가 절망스럽게 말했다.


스티브, 차라리 우리 차원에 가서 적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잘못을 했으면 다 같이 혼나야 효과가 있다고 했네.”

아니, 내가 유치원생도 아니고. 이건 정말 비효율적이야.”

이미, 일상이지 않는가.”


앤서니의 연인이자 캡틴 아메리카, 그랜트가 쓴 웃음을 지으며 앤서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토니.”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에드워드가 자신의 친우이자 연인인, 자신 차원의 캡틴 아메리카, 스티븐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 짓도 안했겠지, 정말 아무 짓도.”


스티븐은 이 상황이 되도록 왜 말리지 않았느냐 추궁하듯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에드워드는 익숙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같이 참여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라고.”


키가 작은 아이언맨과 막내와 같은 캡틴 아메리카의 다툼을 깔끔히 무시하고 스타크 차원의 캡틴 아메리카, 로저스가 자신의 아이언맨에게 다가왔다.


웬일로 조용히 반성문을 적고 있지?”

이미 해본 거라서, 의미가 없더라고. 그래서 보다 실용적인 반성문을 적고 있네.”

?”

나도 한테 맡기려고 한 결과가 지금 이 상황이지.”


주위를 들러본 로저스는 생각했다. 과연. 그런 생각을 하든가 말든가 반성문을 적던 스타크는 문득 각자의 왼손에 끼어진 반지가 눈에 들어오면서 언제부터 자신들과 스티브들이 본격적으로 만나게 되었는지 생각에 잠겼다.

 

§ §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스타크가 손목시계의 시간을 보며 말을 하였다. 우연한 실험의 결과로 차원의 문이 열리면서 한 달에 한번 토니들이 모여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6번째 모임이 이제 막 끝이 났다.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지만 실상은, 서로의 자랑이나 사적인 고민거리를 상담 하고(악화되는 확률이 높음) 잡담이나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도 역시 시시한 잡담만 하다 끝났다.


오늘 어디 가나봐?”


회의 테이블을 정리하다가 앤서니가 문뜩 스타크가 입은 정장을 보며 이상한 듯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모든 토니들이 그러겠지만, 대외활동이 많은 스타크는 직접 고용한 코디네이터를 통해 센스 있고 젠틀한 이미지로 장례식, 파티장, 거래처와의 미팅 등 상황에 따라 외부 행사를 다녔다. 하지만, 오늘 입은 옷은 코디네이터와도 스타크의 안목과도 살짝 거리가 멀었다. 평소에 입는 정장이지만 손목시계의 디자인은 좀 더 투박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행커치프도 좀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앤서니의 말에 스타크는 자신의 오래된 손목시계를 매만지며, 빙그레 웃었다.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다 보니 말이지. 그건 너희도 마찬가지 아닌가?”


스타크가 또 다른 자신들을 둘러보며 말을 했다. 에드워드는 평소에 보기 힘든 정장 차림이었고, 앤서니와 토니는 꾸미지 않았지만 무언가 들뜬 분위기였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보던 토니들은 결국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랬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모두가 설레는 날이었다.


오늘 쉴드와 함께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고 했거든!”

, 우리는 리드네와 일부 히어로들만 초대했어. 지금가면 한참 파티 준비 중이겠네.”

난 스티브랑 중간에 나오려고.”

그럴거면 처음부터 스티브 하고만 약속을 잡아. 나처럼!”


금세 떠들썩해진 분위기에는 분명 즐거움과 설렘이 담겨져 있었다. 그렇게 한차례 수다를 떨다 스티브와 약속이 있는 스타크부터 자리에 일어났다. 그리고 차례대로 일어나 각자 세계로 가는 포털 앞에 다가갔다.


메리 크리스마스.”

가서 사고나 치지 마.”

내가 치는 건 아닐 꺼야, 아마.”

자자, 모두 다음에 보자고.”


각자 포털을 통해 자신의 세계로 들어가고 토니의 비밀회의 장소는 조용해졌다.

 

§ § §

 

몇 시간뒤, 사색이 된 토니들이 다급하게 비밀회의 장소로 모였다. 모두 얼굴이 새하얗고 끔찍한 것을 겪은 듯 한 표정들이었다. 각자 나름 꾸미고 편안한 복장을 한 것과 반대로 아머를 입고 있었다. 특히나 토니는 한바탕 혈투를 한 듯 아머가 군데군데가 파지직 소리를 내며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4명의 천재들을 서로를 보며 요란한 아이 컨택을 하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너도?!”